기차를 타고 호수와 포도밭을 번갈 보며 가다가 자그마한 Veytaux-Chillon역에 내려서
지하도를 따라 반대편으로 가면 바로 이렇게 호숫가 옆 길이 나온다.
걷다보니 노랫말처럼 구름도 쉬어가는 높은 산들과 청록색 호수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그 끝부분에 동화 속에나 나옴직한 자그마한 성이 호수 위에 떠 있는 듯 그림처럼 나타났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보니 동화 속의 자그마한 성이 아니었고 꽤 넓고 높았다.
인어공부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니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들에겐 좋은 영감의 장소였을 듯.
나도 성의 구석구석 설명을 보며 다니다보니 실제 사람들이 살았을 당시의 감정이 느껴지는 듯 했다.
무뎌지고 단단해진 모든 감각이 어린 아이처럼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시옹성 입장료는 한화로 2만원 가량 되지만 스위스 패스가 있으면 무료입장.
시옹성 입구에서는 한글로 된 안내문도 있어서 그걸 받아 들고 번호대로 설명을 보며 다녔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오기 전에는 한글 안내문은 없다는 어떤 분의 글을 보았는데 아마 그 이후 생겼나 보다. 이럴땐 뿌듯하다.
더구나 어디서 왔느냐고 할 때 한국이라고 하면 감탄사와 곁들여 "오호~ 코리아~"라는 기분좋은 말을 들으면 으쓱해진다.
K-pop이나 드라마 영향도 클 것 같았다.
스위스 관련 기사를 보니 현빈과 손예진이 주연을 맡은 '사랑의 불시착'의 촬영지였던 작은 호수 마을
'이젤트발트'에 몰려드는 동남아 관광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급기야 입장료까지 받게 되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원래 이 공간은 물품창고 및 주둔군의 숙소로 사용되었던 곳인데 17,8세기에는 베른 함대의 병기창으로 개조
교수형을 집행하던 장소와 죄수들을 감금했던 감옥도......
<보니바르의 감옥>
원래 생활 용품 및 무기 보급품을 보관하던 창고였으나 1290년경 감옥으로 개조되었다.
이 감옥은 영국의 시인 바이런 경이 1816년, 자신의 시 <쉬용의 죄수>에서 이곳 지하에 종교적인 이유로
6년간 갇혀있던 프랑수아 보니바르를 노래하면서 유명해졌다. 관련 설명이 사진과 함께 자세히 적혀 있었다.
이런 곳에서 하루 이틀도 아닌 6년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절망적이고 아뜩해진다.
이곳에서 보이는 성벽은 13세기 이전의 것으로 처음 요새를 증축할 때 축조된 것
비밀스런 공간도 있고 유사시에 성을 버리고 호수를 따라 도망칠 수도 있고 호수를 통해 물품 하역도 하였다고 한다.
목욕실도 있고 구멍이 뚫려있는 화장실도 흥미로운 공간
성의 어둑신한 곳을 돌다 열린 좁은 창문을 통해 밖을 보면 전혀 다른 세상의 모습. 이제 또 다시 번호를 따라 계속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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