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다녔던 길이 아닌 길을 택해서 오늘도 아메리칸 빌리지 쪽으로 향했다.
길가에는 베고니아가 한창 만발한 상태로 피어 있었다.
내가 우리집 화단에 봄에 베고니아를 사다 심고 한 7,8월경쯤까지 자란 모습이었다.
오늘은 엊그제 보아둔 피자집에서 피자를 사가지고 해변에 가기로 하였다.
피자를 들고 바다가에 마냥 멍때리며 파도치는 모습을 보다가 피자를 먹고는 피자박스와 배낭을 깔고 누웠다.
사람들은 별로 없었고 우리들 양 옆 저만치에 갓난 아기들을 데리고 나온 두쌍의 부부가
아이들 사진 찍어주며 어르는 소리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거 같았다. 일어나 앉으니 내가 코까지 골며 잠을 자더란다.
20분도 더 지났단다. 정말?.... 그랬다니까.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해변을 떠나고 우리만이 남아 있었다.
파도는 햐얀 포말을 일으키며 끊임없이 해변으로 진격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해안에 닿아서는 크게 한번 포효하듯 뒤집어지고 사그러들었다.
그 무가치하고 부질없어 보이는 행위를 잠시도 쉬지않고 하는 것이다.
도대체 이 지구상에서 가치 있는 행위란 어떤 것인가?
가치있는 행위라는 게 있기나 한 것인가?
내가 자는 동안 다음달 자매간에 여행을 갈 예정지인
프랑스에서 기차편 예약이 안된다고 이상해서 찾아보니 파업이 예정되어 있단다.
숙소는 예약을 했는데 교통 수단이 기차 이외의 방법이 마땅치가 않으니 걱정이라고.
프랑스는 아무때나 파업을 하고 파업하는 사람들에게 관대한(?) 편이라 아무런 불평들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난번 파리에서 버스를 타고 가다가 느닷없이 내리라고 해서 황당했던 기억이 났다.
다들 아무런 불평없이 내리고 우리만 무슨 일인지 몰라 멀뚱멀뚱 앉아 있었더니
파업이라 안간다고 내리라고 했던 기억이....
아메리칸 빌리지에 있는 미술관 건물입구는
마치 바르셀로나의 구엘공원에서 보던 모습의 기둥이 서 있었고 건물도 독특했다.
저녁을 먹고 오늘은 북쪽 해변을 향해서 산책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길이 너무 어둡고 한적해서 이런 곳에서 불량배들을 만나면 정말 난감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서둘러 불이 밝은 곳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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