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내리던 비는 아침이 되어도 그칠 줄 모르고 줄기차게 내린다.
더구나 오늘은 자탄을 떠나 새로운 도시 '나고'로 가는 날이다.
뒹굴거리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데 다행히 비가 그쳐 캐리어를 끌고 체크 아웃을 하고 나와서 버스를 탔다.
천천히 달리는 버스 왼쪽으로는 바다가 보였다가 사라졌다가 반복하고 비도 내렸다 그쳤다가를
반복하는 상황 속에서 58번도로를 달린다. 어쩌면 비가 오는 날 이동하는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화창한 날 이동하려면 하루를 공치는 기분이 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오늘은 카드가 아닌 번호표를 뽑아서 탔다. 17이라는 숫자가 씌어 있었다.
내릴 때 그 번호에 해당하는 요금을 지불하면 되는 것이다.
택시에서 미터기에 요금 올라가듯이 요금은 정거장을 지날 때마다 올라갔다.
버스요금은 160엔으로 시작해서 한화로 1인당 15000원 가량의 요금을 지불하였다.
다른 요금에 비해 버스 요금은 만만치 않은 금액이라 여겨졌다.
매일 버스로 출퇴근하는 사람에겐 꽤 큰 지출일 것 같았다.
차에서 내려 구글이 안내하는 대로 길을 따라 가는데 사람이 겨우 한사람 지나갈 비포장길로 안내를 하는 것이었다.
물론 가장 가까운 길이긴 하지만 구글이 직접 와보지 않고 한 탓이다.
주인이 문을 잠그고 차를 타고 막 외출하려는 찰나 우리를 만났다.
하마트면 문이 잠긴 상태에서 비가 오락가락 하는데 캐리어를 세워둔 채 보냈을지도 모르는데 다행이었다.
이번 '나고'에서의 방의 크기는 한 6~7평 정도의 크기로 우리가 묵었던 다른 숙소에 비해 가장 작았다.
침대 하나와 싱크대, 조리대, 화장실, 욕실 등 갖출 것은 다 갖춰져 있다.
전과 다른 건 건조기가 없어 베란다에 빨래를 걸어 말려야 한다.
7층 창문을 열자 그리 높지 않은 건물들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나고'라는 이 도시는 우리나라의 읍정도 크기의 도시처럼 여겨졌다.
점심을 먹고 동네 산책을 나왔다. 우산을 챙길까 하다가 그냥 맞거나 근처 건물로 들어가기로 하고 그냥 나왔다.
독특한 외형의 시청 건물을 지나 구름이 잔뜩 낀 바닷가로 나왔다.
한차례 가는 비가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가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 초밥과 문어를 샀다.
이동하는 날은 차만 타고 온 것 뿐인데도 많이 피곤하다. 쉬면서
국내 정치뉴스를 보고 있으려니 이런저런 소식들이 마치 개그 프로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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