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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오키나와 6일차(자키미 성)

오늘은 자키미 성을 다녀오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해안을 따라 58번 도로를 가다보니 군비행장을 지나게 되었다.

뉴스에서 많이 들어왔던 철조망이 쳐진 오키나와 미군기지도 지났다.

버스 안에서는  전광판으로 한글 안내도 하고 있어서 대강의 걸리는 시간만 알고 있으면 지나칠 염려가 없었다.

 

버스에서 내려서 2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길인데 길도 좋고 날씨도 좋아 얼마든지 걸어도 지칠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찌뿌둥함이 사라지고 컨디션은 더 나아졌다. 

가는 길에 음료 자판기가 있어 어제 먹었던 복숭아 음료를 샀는데 한적한 이곳이 오히려 가격이 더 싸다.

너른 사탕수수밭을 지나 마침내 성입구에 도착했다. 꽃이 만발한 나무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성벽이 눈에 들어왔다. 성은 그리 높지 않았으나 지대 자체가 높아 저 아래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어린 초등학교 아이들이 A4용지의 학습지가 보이는 투명한 가방을 메고 현장학습을 왔다.

우리와 마주친 아이들과 선생님이 인사를 하였다.

높은 성 위에 올라간 아이들 안전에 인솔하는 선생님들은 무척 신경을 쓰셨다.

내가 아이들을 인솔하며 다녔던지라 선생님의 심정이 어떠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성은 2중 구조의 독특한 곡선을 그리며 탄탄하게 앉아 있었다.

단순한 성벽만 남아 있는데도 사방으로 뻥 뚫린 공간과 푸른 하늘이 온 보람을 느끼게 했다.

 

성에서 내려와 박물관에 들어갔다.

전시되어 있는 농기구들은 우리나라 박물관의 농기구들과 흡사했다.

오키나와에서 전투가 치열했을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도 있었다.

오키나와는 전쟁이 막바지에 차달았을 때 연합군이나 일본군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요충지였다.

연합군 입장에서는 오키나와를 점령해야 일본 본토를 향해 폭격기를 띄을 수 있는 섬인 것이다.

 

양쪽 모두 어마어마한 사상자가 발생한 오키나와.

일본 군인과 민간인 사망자들 중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들도 많았단다.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도 그러하고, 민간인들의 경우도 미군에 포로로 잡히는 것보다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더 애국하는 길이라고 교육을 받은 탓도 클 것 같았다.

 

각 나라마다 내려온 전통과 교육과 종교의 모습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보곤 한다.

서로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여기다가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 몸을 기꺼이 바다에 내던졌다는 사실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박물관을 나와서 도자기 마을을 향해 걸었다.

30분 가량을 걸어야 했지만 길도 좋고 날도 좋아 천천히 걸었다.

지난번 나하 미술관에서 본 전시된 도자기 작품들이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그때 전시한 작가의 작업실이 보였다.

나무를 때서 자기를 굽는 재래식 가마를 본 것을 끝으로 우리는 발길을 돌렸다.

 

스킨답스와 비슷한 식물이 나무를 감고 올라가서 자라고 있는데 잎이 엄청 컸다.

그런 종류의 식물을 나는 좋아하지만 아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약간은 비꼬는 억양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거 여기 많네" 라고 말을 하며 웃었다.

"지금 약간 비꼬는 투로 말한 거 맞지?" "ㅋㅋㅋ"

 

돌아와 쉬다가 어제 갔던 아메리칸 빌리지에 다시 갔다. 

어둑어둑해지고 조명이 하나 둘 불을 밝히니 어제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내일은 불꽃놀이가 있다고 하니 일몰 시간에 맞춰 와야겠다.

 

 

 

 

 

도자기 굽는 가마
아메리칸 빌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