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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살고 싶다는 농담

2020년에 펴낸 이 책은 전에 허지웅의 <버티는 삶에 관하여>를 읽었던 적이 있는데 최근 그가 큰 병을 앓고 났다는 소식을 듣고 병을 앓고 난 후 어떻게 달라진 생각을 써 내려갔을까 하는 궁금함에 읽게 되었다.

 

 허지웅 이 스타워즈 를 언급한 대목이 관심이 같다. 스타워즈에 매료된 이유는 그 영화가 아버지를 증오했던 조지 루카스의 자전적 이야기이며 바로 허지웅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인 것 같다. 그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300만원 상당의 스타워즈 피규어를 조심스럽게 청소하는 영상이 다시 되살아  났다.

 

아울러 그가 다른 곳에서도 밝혔는데 이 책에서도 밝힌 아버지와의 불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학 등록금을 부탁하러 갔는데 거절당한 대목은 다시 보아도 마음이 아려온다. 

 

허지웅의 모친이 언젠가 방송에 나와서  '지웅이는 어려서부터 알아서 척척하더니 결혼도 하고 이혼도 알아서 하더라구요.'하며 얼굴 가득 수심이 깊었고 눈시울을 적셨던 기억이 났고 이번 큰 병을 주변에 아무도 오지 못하게 하고 혼자 겪는 것을 멀리서 지켜 봤을 모친은 가슴 아렸을 것이다. 그가 왜 혼자 알아서 하게 되었는지 짐작이 가니 더 안쓰러웠다.

 

아버지와의 불화는 평생 마음에 남아 생을 살아가는 어떤 방향제시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자갈밭길을 걷게끔.

이번 방송인 박수홍을 아버지가 폭행한 사건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되어 또 다른 젊은이의 삶의 방향이 결정되리라.

앗!! 그런데 오늘 라디오 허지웅쇼를 듣는데 바로 박수홍과 관련한 허지웅의 멘트를 듣게 되었다. 

허지웅과 박수홍은 초창기 미우새 프로에 엄마들과도 함께 방송을 했던 기억이 난다.

'가족이라는게 뭔지~~' 하며 가볍게 언급했지만 내겐 무겁게 들렸다.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웅진 지식하우스> 

 

 

- 나는 왜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옆에 있어달라고 말하지 못했나. 말했다면 그 밤이 그렇게까지 깊고 위태로웠을까. 나는 언제나 뭐든 혼자 힘으로 고아처럼 살아남아 버텼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왔다. 그러나 나는 동시에 누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없는 멍청이가 되고 말았다. 

 

- 나는  행복이 뭔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매대 위에 보기 좋게 진열해놓은 근사한 사진과 말잔치가 행복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아마 행복이란 건 삶을 통해 스스로에게 증명애나가는 어떤 것일테다.

 

- 이미 벌어진 일은 벌러진 대로 잘 껴안고 살아갈 생각을 해야지 그것은 인력으로 애써 돌이킨다고 해서 처음처럼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삶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맙소사 그걸 이 나이 먹고서야 안다.

 

- 그렇다고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거나 당신에게는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걱정할 것 없으니까 삶을 즐기세요, 어머니는 강합니다. 따위의 해괴한 덕담이나 쉽고 따듯한 말로 에두를 수도 없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도 얼마든지 외워서 해답처럼 중얼거릴 수 있는 명제와 구호들이 있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쌀로 밥짓는 이야기는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없다.

 

- 나는 혼자고, 도와줄 사람이 없다. 그러니까 혼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몸을 만들자.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4학년 때 취업한 이후로 여태껏 혼자 힘으로 몸을 굴려 밥을 벌어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달콤하며 떳떳한 노릇인지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연애였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나는 내가 누군가를 몹시 좋아하면 속수무책으로 믿고 지나치게 의지해버린다는 사실을 힘겹게 깨달았다. 내심 혼자 힘으로 늘 온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연애를 통해서 이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헤어질 때 너무 고되다. 흡사 아버지에게 "등록금을 줄 수 없다"는 말을 24시간 동안 듣고 있는 것 같은 심정이 된다.

 

-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정한 거리감이라는 게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열 보가 필요하고 누군가에게는 반보가 필요하다. 그보다 더하거나 덜하면 둘 사이를 잇고 있는 다리가 붕괴된다. 인간관계란 그 거리감을 셈하는 일이다.

 

- 인간관계가 어려운 것은 나와 너의 거리감이라는 게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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