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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공지영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발언이 정치적으로 해석이 되면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옳든 그르든 각기 다른 주관적인 잣대를 만나 엄청 다른 시각차에 의해 각기 나름대로 윤색되고, 각색되어 날아다니는 세상이다.

그러다보니 잘 알려진 작가의 경우는 자신의 정치적인 속내를 드러내는게 쉽지않은 일일 것이다.

자칫 설화에 휘말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 모험을 감행하는 일이니 말이다.

작가 이문열의 책이 불태워졌던 일도 기억이 난다.

 

한창 여성 작가들의 성폭력 미투 운동이 활발할 때 거의 대부분의 남성 작가들은 그에 대해 어떤 발언도 내놓지 않은 것도 그와 같을 것이다. 용기가 필요한 것일 수도 있고, 아직 스스로 자신의 의견을 정립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공지영은 수많은 칼날을 피하려 하지 않는 점에서는 용감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안쓰럽기도 하다.

얼마나 호사가들에게 이야깃거리가 많은 사람인가......

 

한국에서 가장 많은 단행본을 팔았던 베스트 셀러 작가.

위씨, 이씨, 오씨인 세 남자와의 세 번의 이혼과 결혼을 겪었고,

현재 진행중인 소송이 다섯 개이며 기사에 악플이 줄줄이 달리는 사람.

미모의 여류작가- 작가 스스로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며 싫어하는 표현이지만 어쩔 수 없다.

대중이란 그런데 관심이 많은 걸 어쩌랴.....

 

책의 초반부에 그려진 공지영 작가의 모습은 완전히 바닥을 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러다 무슨 큰 일 치르는 거 아닐까?' 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

그런 상황이었으니 온전히 글을 쓸 수 있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냈다.

제목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그냥 조용히(?) 살았다면 안락하고 쾌적한 삶을 얼마든지 누릴 수 있었을텐데....

가끔 가십거리처럼 다뤄지는 내용을 보고 있다보면

'저러다 무너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서는 공지영.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을 한다고 한데다가 섬진강이 보이고 녹음이 우거진 전망좋은 곳에 노트북이 놓여진 사진이 등장하자 내적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여겨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세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각기 H,J,S 이니셜로 표시된 작가의 세 후배와의 만남에서의 대화가 주 줄기이며

내용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것이다.

공지영 자신의 부모와 자식관계, 친구관계, 고민을 상담하는 지인들이 털어놓는 사람들과의 관계, 관계들....

그중 작가와 작가의 부모, 작가와 작가의 딸에 관한 이야기는 마음이 아리면서도 내 관계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작가에 대한 아릿함이 진하게 느껴지는 대목은 이혼을 할 때마다 쓰러져 몸져 누운 작가의 엄마는 얼마나 참담했을까. 또 작가 자신의 딸로부터 "엄마는 이혼한 부모가 없잖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 심정이 어땠을지. 어린 시절부터 이혼한 부모 밑에 자란 아이의 심정을 대하는 작가는 딸의 그같은 말이 가슴을 찌르는 칼날 같았으리.

"너 언제까지 그말 할꺼야. 부모가 이혼해서 그래요.... 하고. 서른? 마흔? 언제까지 할 것인지 정해서 내게 말해줘. 내가 생각해보고 받아줄게." 그 이후 그말을 꺼내지 않은 딸에게 고맙단다.

에필로그에서도 밝혔듯 세 후배에게 조언하듯 한 이야기지만 자기 자신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그리하여 내적 행복을 찾아가는 중인 주인공 공지영의 헤피엔딩의 소설을 읽은 뒤처럼 개운하다.

 

지금은 흔히 쓰는 '마음의 근육'이라는 말이 공지영 작가가 처음 사용한 말이란 사실.

 

신은 공지영 작가에게 작가로서의 능력과 고단한 삶을 함께 준 것이란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작가 자신은 자신에게 그런 고통이 없었다면 허영기 가득하고 가장 속물이면서 거짓 지식으로 그것을 위장하고, 마음속으로는 다른 고통 받는 이들을 멸시하는 가장 불쌍한 족속이 되었을 거라고 고단한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공지영의 책이다.

H,J,S 공지영의 세 후배도 내적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공지영/위즈덤 하우스>

 

 

목차

프롤로그. 나는 스스로 죽어도 될 이유를 30가지도 더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Part 1. 우리는 수많은 갈림길에서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
햇살 그리고 모차르트 어쩌면 섬진강
세상에 나쁘기만 한 일은 없어
나 자신을 사랑할래……. 그런데 어떻게?
사랑에 빠진 척하면 진짜로 쉽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한 번뿐인 내 인생 이런 식으로 살다 죽기는 싫다
한마디 친절한 말로 산더미 같은 증오를 이길 수 있다
외모에 대한 일절 품평을 사양합니다
어떤 방식이든 굳어졌던 것이 움직이려면 우리는 아프다
그 ‘남들’이 누군데?
이상하게 불의한 사람들이 두렵지는 않다

Part 2. 중요한 것은 그들과의 관계보다 소중한 나를 소중하게 지키는 것이다
울고 있는 것, 버림받은 것, 쫓겨난 것, 상처받은 것들
사람하고 헤어지는 일이 제일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장점에 대해 들어야 한다
앞으로 안 그러면 되겠네요 뭐
착한 딸이 되지 않기로 하자, 마음먹은 순간
이쯤에서 선을 긋자. 그만해 그 말
우리 부모님은 절망이에요
싫어요, 그냥 싫어요……

Part 3. 나는 기필코 해답을 찾아야 했다
너는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살고 싶으냐고?
점점 사람이 싫어져요
나는 내가 나이 먹어가는 것을 싫어하고 싶지 않았다
이 세상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어
모든 가변성, 인간의 유약함, 이 모든 것을 겸손히 인정하자는 것
가끔 우리는 문제를 진심으로 해결하고 싶어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성장하지 않아도 좋으니 고통 싫어요. 사양할게요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에필로그.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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