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작가의 생각인지, 편집자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서로 의견을 조율한 결과겠지만)작가의 전작들과 달리 하드카바에 삽화도 컬러플하다.
그래...한번쯤 이런 책도 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작에도 작가의 어머니가 작가의 첫 책이 출간되었을 때 힘들게 서점을 돌아다니며 작가의 책을 사 가지고 온 이야기가 실린 적이 있었는데, 그 부분도 다시 소개되고 있었다. 역시 이번에도 모정에 대해 마음이 짠~해지는 부분이다. 그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지극정성이 작가의 지금을 만드는데 상당부분 기여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부분을 곰곰 생각해보면 마치 작가가 전에 썼던 내용을 또 다시 실은 것과 화려한 하드커버의 연관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나같은 경우는 살짝 고개를 젓게 된다. 다음에도 이 저자의 책을 찾아보겠지만, 반복이 된다면 실망이 축척되어 더 이상 찾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정치에서 말하는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치는 격이랄까.
인상적인 부분은 비아냥 거림과 반어법을 섞어 손님인 작가에게 화를 쏟어낸 택시 기사 이야기는
읽는 나의 화까지 돋우었다. 택시 기사의 뒤틀린 심사가 강하게 느껴졌고,
나는 이처럼 빈정거리는 사람이 정말 싫다.
소개하자면,
저자가 홍대앞에 가자면서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가 하는 말이,
"뭐? 홍대? 기본요금만 나오는 가까운 거리는 택시 이용하지 말고 좀 걸어서 다니세요.
아침부터 내가 재수가 좋네. 참 재수가 좋아!"
난 사내가 앱을 하듯 빠르게 토해낸 문장을 택시에 두고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는 두고 내리지 않았기에 이렇게 책에 소개하고 있지 않은가? 나같으면 당장 내려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낯선 경험에 닥쳤을 때의 내 감정의 일렁임을 관찰 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한다면
그리 화낼일 만도 아닌 것 같다.
- 처음에 '너'를 알고 싶어 시작되지만 결국 '나'를 알게 되는것, 어쩌면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
- 옛말에 이청득심이라 했다. 귀를 기울이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일리가 있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자비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있다. "고 말하지 않았던가, 상대가 스스로 손잡이를 돌려 마음의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도록,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런 뒤에야 마음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 누구나 알고 있는 뻔하고 당연한 것을 잘 해내는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 누군가를 가엽게 여기는 감정에는 자칫 본인의 형편이 상대방보다 낫다는 얄팍한 판단이 스며들 수 있다.
그럴 경우 동정은 상대의 아픔을 달래기는 커녕 곪을 대로 곪은 상처에 소금을 끼얹는 것밖에 안 된다.
- 상대가 부담스러워하는 관심은 폭력에 가깝고 상대에게 노력을 강요하는 건 착취에 가깝다고 나는 생각한다.
- 희망이라는 재료를 통해 시간의 공백을 하나하나 메워가는 과정이 기다림이다.
그리고 때론 그 공백을 메워야만 오는 게 있다.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다.
- 나는 인간의 마음이 강가에 뒹구는 조약돌 같다고 생각한다.
낮동안 햇살에 달궈진 조약돌은
저녁 어스름이 내려도 따듯함을 유지한다.
마음도 매한가지 아닐는지.
아무리 현실이 팍팍해도,
무언가에 혹은 누군가에 의해
슬며시 데워진 마음은 한동안 온기를 지닌다.
이때 냉기가 감돌던 마음이 데워지는 과정에서
나름의 온도차가 발생하는데,
그러면 세상살이에 쪼그라들었던 마음도 한껏 부불어 오른다.
어쩌면 우린 마음이 따듯해질 때 생겨나는 휘황함으로
삶을 이어가는 게 아닐까.
-마음이 데워지는 과정
- 일이 싫어서 기자를 그만둔 건 아닙니다. 비유하자면, 좀 더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다고 할까요. 기자시절에는 기록을 재기 위해 오로지 자유형 영법으로만 실내 수영장 레인을 왕복했던 것 같아요. 작가는 수영장이 아니라 바다에서 팔과 다리를 자유롭게 휘저으며 헤엄치는 사람이죠. 게다가 다른 사람과 속도를 겨룰 필요도 없잖아요.
- "치매 초기엔 기억력이 감퇴하고 언어 능력이 저하되기 시작해요. 그래서 대화를 나눌 때 고유명사 대신 대명사를 사용하는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죠. 치매라는 병은 환자의 기억 속에서 가족과 주변 사람의 이름을 가장 먼저 지워버립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입술에서 내 이름이 지워지는 것만큼 슬픈 일도 없다.
- 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살다보면 싸워야 할 대상이 차고 넘치는데 굳이 '나'를 향해 칼끝을 겨눌 필요가 있을까 싶다.
자신과의 싸움보다 자신과 잘 지내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 <관계> 인생은 작은 오해와 인연을 맺거나 풀어가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다만 인생이라는 강은 단번에 건너뛸 수 없다. 사귐도 그렇다. 크고 작은 돌을 내려놓고 그것을 하나씩 밟아가며 이쪽에서 저쪽으로 차근차근 건너가야 한다. 삶과 사람 앞에서 디딜 곳이 없다고 조급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인생과 관계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이다.
- 프랑스의 수필가 도미니크 로로는 <심플하게 산다>라는 책에서 "우리는 공간을 채우느라 공간을 잃는다"라고 했다.
어디 공간뿐이랴. 우린 종종 문장을 채우느라 문장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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