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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여덟 단어

 이 책을 쓴 저자 박웅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포루투칼 포루투에서였다.

리스본에서 포루투로와서 막 예약한 아파트에 들어섰는데, 테이블 위에 환영하는 꽃과 와인과 함께 창가에 <책은 도끼다>라는 책이 놓여 있었다. 내가 한국 사람이란 걸 알고 여행하는 틈틈이 보라고 놓아둔 것인지 어떤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이후 여행에서 돌아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광고인, 박웅현의 다른 저서를 찾아 읽게 되었다.

이 책도 역시 박웅현이 저자다.

 

책을 읽다가 보면 내용에 끌리고, 술술 잘 읽히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책이 있다.

그러다가 꼭 일정부분에서 작가와 동일한 감정과 생각으로 만나는 지점이 있다.

권위적인 냄새에는 알러지 반응을 보인다던가, 내성적이라던가, 진보적인라던가,

등등에서의 지향점이 같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더욱 그 내용에 빠져들곤 한다.

이 책도 나에겐 그런 책이었다.

 

어쩌면 그런 사실을 모르면서도 내용에 끌린 것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근본심성인,

고갱이(본질)가 비슷하기 때문일 것 같다.

그렇게 결이 같은 작가를 만나는 건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분좋은 일이다.

 

이 책은 살면서 우리가 마주치는 여덟 가지 가치에 대해 여덟 번에 걸쳐 강의한 내용을 옮긴 것이다.

 

자존 - 당신 안의 별을 찾으셨나요?

본질 - 변하지 않는 것

고전 - 클래식, 그 견고한 영혼의 성

견 - 이 단어의 대단함에 대하여

현재 - 개처럼 살자

권위 - 동의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지 말고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지 말자

소통 -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힘

인생 -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 닿은 곳에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처럼

 

 

<여덟단어/박웅현/북하우스>

 

- 인생의 정답을 찾지 마시길, 정답을 만들어 가시길...

내일을 꿈꾸지 마시길, 충실한 오늘이 곧 내일이니,

남을 부러워 마시길. 그 많은 단점에도 나는 나.

실에 휩쓸리지마시길. 당대는 흐르고 본질은 남는 것.

멘토를 맹신하지 마시길, 모든 멘토는 참고 사항일 뿐이니.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단지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이기실.

그리고 당신 마음 속의 올바른 재판관과 상의 하며

당신만의 인생ㅇ을 또박또박 걸어가시길.

당신이란 유기체에 대한 존중을 절대 잃지 마시길.

 

- 학벌은 사회생활 2,3년이면 다 세탁이 됩니다. 들어갈 때야 명함이 되지만 2,3년 후에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스펙보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진짜가 무엇인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 내가 하는 행동이 5년 후의 나에게 긍정적인 체력이 될것이냐 아니냐가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하는 고스톱이나 애니팡이 당장의 내 스트레스는 풀어주겠지만 5년 후에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 기타를 만든다고 했던 클래식 기타회사는 다 망했고, 음을 만든다고 했던 클래식 기타 회사는 모두 살아남았습니다.

 

- 자존감을 가지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인은 아마 우리 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아이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것에 기본을 두고 그것을 끄집어 내기보다 기준점을 바깥에 찍죠. 명문 중학교, 특목고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엄친아, 엄친딸을 따라가는 게 우리 교육입니다. 다시 말해 판단의 기준점이 '나'가 아니라 엄마 친구의 아들과 딸이란 말입니다.

 

- 한 재미교포 후배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고국에 온 감상을 물었더니 '무섭다'고 하더군요.

이유를 궁금해하니 사람들이 다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그렇대요. 사람들이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대부분의 여자들은 당시 한창 유행하던 부츠를 신고 가는 걸 보고 있자니 마치 어떤 세트에서 나온 사람들 같아서 겁이 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 음악만 틀어놓으면 기적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진짜 순간적으로 공간이 변하는 걸 느낍니다.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숭어><바이올린 협주곡>, 이런 곡들을 들을 때 몸이 음악을 따라 떠오르는 걸 느낍니다. <죽음과 소녀>의 경우 첫 음을 바이올린 현이 쫙 잡은데 나를 탁 끌어올려요. 그 상태로 끝날 때까지 놔주지를 않습니다. 음악이 나를 공중에 띄워놓는 감동이 있어요.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음악 속에 드라마가 있죠. 제 마지막 순간에 제게 들리는 음악이 차이코프스키의<바이올린 협주곡>클라이맥스였으면 좋겠다고 종종 이야기 합니다. 정말로, 그게 제 마지막 기억이었으면 좋겠어요.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를 위한 소나타>를 들을 때는 피아노 두 음에 무릎의 힘이 탁 불려요. 기적이죠. 이런 감동을 주는 게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요?

 

 

- 살면서 베토벤의 월광을 듣고 소름이 돋을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스러워요. 그렇지 않으면 이 풍요로움을 놓치고 사는 거잖아요.

 

- <생각의 탄생>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천재들의 공통점이라고 이야기해요. 모두가 보는 것을 보는 것, 시청,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 견문이죠. 같은 뜻이에요.

 

-제대로 보려면 시간과 애정을 아낌없이 쏟아야 해요. 친구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보는 것도 시간이 걸립니다.

 

- 우리가 못보는 이유는 우리가 늘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핍이 결핍된 세상이니까요.

 

- 어떤 순간에 내가 의미를 부여해주어야 그 순간이 내게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면 나의 삶은 의미 있는 순간의 합이 되는 것이고, 내가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나의 삶은 의미 없는 순간의 합이 되는 것이에요.

 

- 놀라는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능력은 놀라는 거예요. 놀란다는 건 감정이입이 됐다는 거고요.

 

-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너무 많은 것을 보려하지 않는 겁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특히 욕심을 부려서 볼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우리의 삶은 미친 개한테 쫓기듯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도망가느라, 뛰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전혀 없죠.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쫓길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저 우리의 삶, 나의 삶을 살면 되니까요.

 

- 한번은 "인문학을 하면 밥이 나오나요?"라는 짓궂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잠깐 생각하다가 답을 했죠. "인문학을 해서 밥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밥이 안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문학을 하면 밥이 맛있어집니다."라고..

 

- <생각의 탄생>에 나온 말을 빌리자면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을 깨달은 겁니다. '우리는 아이를 위해 빵에 버터를 바르고 이부자리 펴는 것이 경이로운 일임을 잊어버린다'고 알랭드 보통이 이야기했던, 이불개는 것처럼 평범한 일이 소중해 지기 시작한 겁니다. 장자의 '하늘 아래 가을의 작은 나뭇잎 이상 위대한 것은 없다'는 지혜의 말을 이해한 거예요. 이 세상에 아무리 위대한 것들이 많다고 해도 지금 내 눈앞에 나타난 이 가을 나뭇잎만 못하다는 지혜를 얻은 겁니다.

 

- 답이 내 앞에 있다는 사실, 현재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 행복합니다.

 

- 사회는, 기득권 세력은 고분고분한 사람을 원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죠.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도발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될 테니까요. 때문에 권위를 보이면서 복종하고 따라오라고 무언의 협박을 하죠. 우리는 그런 가짜 권위들을 검증하는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갑을 만나면 을처럼 대하고 을을 만나면 갑처럼 대하라.

 

- 후배들에게 강요된 권위에 저항하고 동의된 권위에 굴복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 인생을 멋지게 살고 싶다면, 강자한테 강하고 약자한테 약해져라.

 

-예전에 고 노무현 대통령 사진 중에 신문사 사주들을 만났을 대 눈을 보면서 악수하고, 농민을 만나 인사할 때는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있었어요. 저는 그런 삶의 태도가 제대로 사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프루스트는 대인공포증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들한테 따돌림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어서, 본인이 대화할 때 집중했던 것이 하나 있었는데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걸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머릿속에 있는 걸 끌어내려고 했대요. 그런데 이것은 소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하죠,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까 소통이 어려워집니다.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는 의제설정이 가능한 윗사람들만 말하는 풍토가 생겨난 것이고요. 오죽하면 회식을 '사역'이라고 하겠습니까?

 

-오랫동안 회사생활을 하고, 윗사람이 되어보니 소통은 불필요한 노동을 없애주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소통을 잘하면 그것만으로 일을 덜 하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장애인 팀이라고 봐주는 게 능사는 아니죠. 자칫하면 그게 도리어 예의가 아닐 수 있는 거니까요. 배려가 아니라 값싼 동정이라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 할리우드에는 '7 Words Rule'이라는게 있습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가져오니까, 투자를 받고 싶으면 시나리오를 일곱단어로 설명해보라는 건데, "결혼을 했는데 마누라가 조폭이네? 조폭마누라" 이런 식으로 그림이 확 그려지도록 설명하라는 이야기 입니다.

 

- 현상은 복잡하고 본질은 단순한 이 세상에서 단순한 본질을 뽑아내기 위한 증류 과정은 제가 일하는 업계에서 필수적인 일입니다. 여러분도 이런 생각의 증류과정을 거쳐 이야기를 해보세요. 소통의 폭이 훨씬 넓어질 겁니다.

 

- 공책을 갈기갈기 찢는 친구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 일곱에 피 말리는 전쟁을 경험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스로 뛰어내리게 하사 경쟁자들 물리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중앙일보 고1의 반란...'내신전쟁' 불만 폭발 2005.05.03>

 

한 고등학생이 내신제에 대해서 쓴 글입니다. 저는 한 번 읽고 아직까지 기억하게 됐어요. 사람을 움직이고, 싶고, 주변에 영향을 주고 싶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세요. 그렇다면 여러분의 소통은 아주 성공적일겁니다.

 

- 모든 인생이 최선만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저는 대학도, 직업도 차선, 차차선을 선택한 사람입니다. 인생의 선택들이 주로 그랬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최선을 선택을 했다고 해서 그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습니까? 때로는 차선에서 최선을 건져내는 삶이 더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는 자신의 책 <밤은 책이다>에서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건 말 그대로 지혜입니다. 맞습니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할고, 인생은 되는대로 살아야 합니다. 성실하게 산 하루하루의 결과가 인생이 되는 겁니다.

 

- 물론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뤄내 성공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산 사람들보다 행복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거죠. 기계처럼 목표를 이루고 다음 발걸음을 못 내딛는 사람들이 많아요. 요즘 하루가 멀다고 터져나오는 검사들의 문제, 의사들의 문제, 재벌 회장님들의 문제, 어떻습니까?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 행복은 별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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