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진 골목에 위치한 작은 카페의 창가 쪽 작은 테이블....
몽환적인 음악이흐르고, 물 속 같기도 하고 허공 같기도 한 데 깃털같은, 먼지같은 것들 이 떠다닌다.
카페 주인이 테이블을 닦고, 그리고 투명한 물 컵에 벚꽃 세송이가 달린 작은 가지를 꽂아 넣으며 영화는 시작 된다.
하루종일 그 테이블에 앉았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의 전부다.
하룻동안 손님이 네차례 바뀐다. 총 8 명이 그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그들이 주인공이다.
카메라는 등장인물의 얼굴표정을 세세하게 담아낸다.
카메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카페를 벗어나지 않는다.
어떤 사건도 벌어지지 않고 오로지 앉아서 대화만 하지만
두 사람의 엇나갔다 이어졌다 하는 대화와 섬세하게 변하는 표정만으로도 몰입하게 된다.
이따금 경사진 카페 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스치듯 보여지고
어쩌다 카페 밖에서 카페 안을 비추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 카페 안에서 카메라는 머물러 두사람을 가까이 잡고 있다.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과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게되고, 앞으로 있을 일도 그리며 보게된다. 저절로....
(정유미&정주원)
오래전 친구와 만났다.
정유미는 유명 배우가 되었고 남자 친구 정주원은 회사원이다.
정유미는 알려진 배우지만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않고 창가에 앉지만 오히려 정주원이 꺼려한다.
증권가에 떠 도는 찌라시를 들이대며 사실인지를 묻고, 근처 회사 동료들에겐
자기가 유명 배우와 친구였다는 것을 자랑스레 떠벌리는 속물이다.
그래서 오래간만의 만남이지만 이야기는 걷돌고 엇나간다.
정유미의 얼굴에서 다음 만남은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정은채&전성우)
이번이 네번째 만남이다.
남자는 세번째 만남 이후 4~5달 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여자는 그 사이 이직을 해서 아직 힘든 상황이다.
정은채는 남자의 태도가 못마땅하지만 남자의 속마음을 알고 서서히 표정이 변한다.
정은채는 전성우가 놓고간 시계를 되돌려주고, 남자는 여행중 고가에 산 시계를 여자의 손목에 채워준다.
대화중 제대로 눈을 못마주치던 정은채의 마지막 표정에서 이들의 미래는 장미빛으로 여겨진다.
(한예리& 김혜옥)
가짜 모녀역을 의뢰하고 외뢰받는 두 사람.....이번이 처음이 아닌....
하지만 사기꾼의 냄새가 나지 않고 오히려 애틋하게 느껴진다.
김혜옥은 한예리와 같은 나이 또래의 딸을 잃은 여자라 마치 자기 딸을 대하는 눈빛이고
한예리는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엄마에게 이야기 하는 듯 하다.
그들의 마지막(?) 가짜 모녀역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나는....
(임수정 & 연우진)
결혼을 앞둔 임수정.... 밖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들어와 오래된 남자친구인 연우진과 마주한다.
미리 와 있던 연우진은 시든 꽃잎을 떼어내고 임수정은 그걸 보고 핀잔을 준다.
그리고 은밀하게 도발적 제안을 하지만 남자친구인 시니컬한 연우진은 NO!
카페에서 나와 몇 마디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둘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어간다. 길은 젖어 있다....
늦은밤, 카메라는 복기 하듯 테이블과 의자를 비추고 주인은 카페 안의 불을 하나하나 끈다.
그리고 카메라는 점점 뒤로 물러나며 Fade out.
나도 그들 옆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들어 준 기분.
'횡설수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을 대하는 자세 (0) | 2021.03.29 |
---|---|
어디나 또라이는 있다 (0) | 2021.03.23 |
코로나 시대가 나쁘지 않은 사람들 (0) | 2021.03.20 |
너는 스트레스, 나는 즐거움 (0) | 2021.03.16 |
한참 후에야 깨닫는 것 (0) | 2021.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