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도서관 서가 사이사이를 지나며 책을 구경하다보니
배고플 때 식품 매장 사이를 지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이 책, 임경선의 <교토에 다녀왔습니다>가 눈에 들어왔다.
말도 잘하고 글도 잘쓰는 작사가 김이나가 추천한 책이기도 하다.
다 읽고 나니, 맛깔난 식사 후에 도달한 포만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작가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글을 만나는 건 참 흐믓한 일이다.
그래서 내가 교토에 갔을 때의 감정이 오롯하게 다시 살아났다.
짙은 갈색을 띄는 나무로 지어진 낮은 높이의 오래된 집들과 게이샤들의 모습들이....
< 글을 읽으면 거친 파도가 휘몰아치는 웅장한 바다가 아니라 잔잔한 물결을 머금은 강같아. 겉보기엔 잔잔하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보기보다 훨씬 깊은 글> 바로 어느 누군가가 작가 임경선의 글을 일컬어 이렇게 표현을 했는데 나도 이런 점에 고개가 끄덕여 졌다. 강요하듯한 글이 아니라 스며들듯 하는 글, 그리하여 임경선의 책을 읽는 것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소박한 책이다.
나도 오래된 가게들을 둘러보며 여행을 하고 싶고, 교토 여행하며 찍은 사진도 다시 들여다보았다.
언젠가 일본 사람들을 겉표현과 속마음이 다름을 표현한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특히 교토 사람들이 그런 겉과 속이 다름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아주 심하다고 한다. 그렇게 된 연유는 오랜 기간 교토가 전쟁의 한복판에 있었던 적이 많아, 자기 속마음을 드러냈다가 화를 입은 경우 때문이라는 이야기에 이해가 되었다. 전엔 표리부동한 사람들로 여겼는데, 그것이 일종의 생존의 한 방편이라 생각되어 오히려 연민의 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교토의 오래된 서점이나 카페같은 것들, 돈벌이 욕심을 거둬낸, 대대로 물려내려오는 '노포'라는 이름의 점포들을 책 속에서 만나게 된다. 읽고 나니 사람사는 맛을 본듯 훈훈해 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내가 가볍게 흥미위주로 '이국적'이라고만 생각했던 게이샤에 대해서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다시 한번 이 책의 뒷부분의 목록들, 특히 교토의 오래된 가게인 '노포'들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여행이 될 것 같다. 교토를 다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거금을 들여 다와라야 료칸에서도 한 번 묵어보는 일탈도 저지르고 싶고.......
오래전 교토 여행하며 찍었던 사진들.....
- 교토의 상징 중 하나는 새하얀 분과 새빨간 립스틱을 칠한 얼굴에 단아한 기모노를 입고 딸각거리는 게타(나막신)로 총총 걸음을 걷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게이샤들이다. 그녀들은 연회자리에서 손님들의 고혹적인 대화 상대가 되어주고 샤미센이라는 일본 전통악기를 연주하거나 전통 무용으로 흥을 돋우는 화류가 여성들이다. 교토에는 기온고부, 기온 히가시, 미야카와초, 폰토초, 가미시치켄 등 다섯 곳에 화류가가 존재한다. 교토의 어엿한 게이샤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길고 혹독한 수련 생활을 거쳐야 한다.
시코미(1년)→ 마이코 (5~6년)→ 최종 시험 → 게이샤
우선 견습생인 '시코미'로 입문한다. 대개 중학교를 졸업하고 들어온다. '오키야'라는 게이코 양성 기숙사(우리나라로 치면 연예기획사에서 마련한 걸 그룹의 숙소에 빗댈 수 있겠다)에서 1년을 보낸다. 시코미로 보내는 수련의 첫 해가 가장 힘든데 이때 오키야의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면서 교토식 인사법, 호칭, 예의범절, 교토 요리, 교토 풍습등을 배운다. 이 시간에는 고향의 가족을 만나러 가기도 힘들다. 오키야의 방에서는 옛날 식으로 맨바닥 다다미 위에서 요와 이불을 깔고 자야하고, 과자 등의 정크푸드도 먹지 못하며, TV와 인터넷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런 금욕적이고 혹독한 규율 속에서 시코미 중에서 1/3 정도만이 1년을 버텨내서 그다음 '마이코'의 위치로 올라갈 수 가 있다.
마이코가 되는 나이는 약 열다섯 살에서 스무살일고 수련 기간은 5~6년에 이른다. 분홍색이나 빨강색 계열의 화사한 기모노를 입고 흐드러지는 꽃 모양 장식을 머리에 꽂은 이들이 바로 마이코들이다. 수련한 지 1년이 채 안 된 '신입' 마이코들은 붉은 립스틱을 아랫 입술에만 칠하고, 이듬해 비롯소 윗입술까지 완전하게 칠 할 수 있게 되면 그것은 가장 힘들다는 수련 첫 해를 무사히 통과 했다는 자신감의 징표다. 그래서 아랫입술만 붉은 마이코들을 보면 그 처지를 아는 교토 시민들은 곧잘 '힘내세요'같은 응원을 건넨다. 한편 얼굴에 흰 분을 바르는 관습은 전기가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에 촛불 아래서도 그녀들의 미모를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 왜 어떤 가게들은 드러나지 않게 골목에 꼭꼭 숨어 있을까.
왜 서점 홈페이지의 '찾아오시는 길' 안내문에서는 동네 사람들에게 길을 묻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하는 것일까.
무슨 배짱으로 저 밥집 주인은 저토록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것인가.
왜 라이벌 가게의 홍보를 자기 가게에서 굳이 해주는 것일까.
이 카페는 일주일에 나흘만 열어도 괜찮은 것인가.
- 교토와 교토 사람들은 자부심이 드높았지만 동시에 겸손했고, 개인주의자이되 공동체의 조화를 존중했습니다. 물건을 소중히 다루지만 물질적인 것에 휘둘리기를 거부했고, 일견 차분하고 부드러워보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단호하고 강인했습니다. 예민하고 섬세한 깍쟁이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색깔을 지켜나갔고, 내가 존중받기를 원하는 만큼 타인을 향한 예의를 중시했습니다. 성실하게 노력하지만 결코 무리하지는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스스로 만들어갔고, 끝없는 욕망보다는 절제하는 자기만족을, 겉치레보다는 본질을 선택하는 삶을 살아갔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제가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인간상에 가깝습니다.
-도쿄가 감각의 도시라면, 교토는 '정서'의 도시였습니다.
- 기차 여행에는 다른 탈 것에는 없는 특별한 서정성이 있다. 비행기나 선박, 지하철에서는 구름과 바다 혹은 시멘트 벽만을 바라봐야 한다면 기차 안에서는 쉴 새 없이 변해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이동한다. 거기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풍경들이 차례차례 담긴다. 시골 마을과 논밭,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울창한 산과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의 바다. 샛길이 아니라 반드시 약속대로 거쳐야 하는 길처럼, 기차는 철도 위를 빠짐없이 꾹꾹 밟으며 달린다. 그 타협 없는 반듯한 전진 덕분에 나는 원래 살던 장소에서 가장 멀리 가고 있다는 아득한 기분에 젖는다.
익숙했던 장소를 벗어나면 내 안의 부드럽고 순수한 결을 마주하게 된다. 평소에는 잊고 지냈던 내향적이고 수줍은 나를 살살 불러내는 것이다. 창밖 풍경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 기차 안에서 차분하게 사유하다 보면 머리와 마음이 깊은 호흡을 내쉬고 유연하게 이완된다. 머릿속에 엉켜 있던 문제들은 저절로 해답을 찾기도 한다.
- 어떤 사람들에겐 가게를 연 목적이 돈을 되도록 많이 버는 것이 아니다. 가게의 몸집을 키우는 것도 아니다. 많은 손님들이 들이닥치면 오히려 곤란하다. 호리베 씨는 사람이 많이 몰리다보면 주인이 원치 않은 유형의 사람들도 와버리고 일도 번잡해져, 자신이 바라던 서점의 모습을 잃을까 봐 우려했다. 그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와서 화제의 베스트 셀러나 신간을 사가는 그런 서점을 차릴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지나다 우연히 들르는 손님보다 이 서점의 존재를 사전에 알고 일부러 찾아와주는 손님을 편애하기로 했다.
- 정교한 안목과 단단한 자부심 없이는 결코 가질 수 없는 태도다.
- 구석에 꼭꼭 숨어 있어서 찾아가기도 힘들고 초행길엔 충부히 헤맬 법한 장소라고 해도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만나야 할 인연은 어떻게든 반드시 서로에게 닿을 운명이기에.
- 명성 있는 떡집 '데마치 후타바'는 그날 하루 만든 떡을 다 팔면 바로 가게 문을 닫는다. 백화점에서 입점을 권해도 대부분 응하지 않는다. 인기가 많다고 해서 많이 만들어 팔아 돈을 더 벌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직 질 좋은 물건을 정성스럽게 만들어서 손님에게 제공한다.
- 데마치 후타바의 떡은 유일하게 다카시마야 백화점에만 입점을 했는데, 매일 아침 택시로 이 가게에 직접 떡을 받으러 가는 백화점 측 전담 직원이 있기 때문이다.
- 아버지의 뒤를 이어 승려가 된 친구는 이미 어려서부터 그것이 가업임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었죠.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뿐 아니라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신도들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을 겁니다. 장사 일 역시 함께 일하고 상생하는 사람들이 많이 얽혀 있으니 자기가 가업을 잇지 않으면 곤란한 사람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분들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는 것이겠죠.
- 부부가 함께 일한다는 것은 거의 하루 종일 같이 지낸다는 의미다. 그렇게 일상이라는 이름의 모험을 함께 시작하고 생활이라는 이름의 신비를 알아간다. 그사이 수많은 기쁨과 슬픔을 나누게 되겠지. 이렇게 그림처럼 완벽하게 보이는 부부도 때로는 다투겠지만 이내 우리 행복해지자고 손을 맞잡겠지. 전혀 몰랐던 남남이 만나 하나의 약속을 맺어 같이 먹고 자고 아이를 키우고, 더 나아가서는 같은 노동으로 가치를 찾고 같은 짐을 지고 살아가는 불가사의한 인연, 이런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기보다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겠지.
- 퉁명스러움은 그것을 만회하는 속 깊은 선의가 발견되면 도리어 고유의 매력으로 비친다.
- 누군가 나의 글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너의 글은 거친 파도가 휘몰아치는 웅장한 바다가 아니라 잔잔한 물결을 머금은 강같아. 겉보기엔 잔잔하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보기보다 훨씬 깊은."
- 흐르는 강물은 세상의 모든 것들이 끝내 흘러가버리고야 만다는 체념의 명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해준다.
- 엄밀히 따져보면 카페나 다방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무용한 것들이 삶에 윤기를 준다. 그들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보다 기분 좋게 일상을 살아나간다.
- 교토에 가면 다와라야 료칸에 묵는 것은 하나의 로망이다. 앨프리드 히치콕, 스티븐 스필버그, 스티브 잡스 등이 과거 교토에 왔을 때 다와라야 료칸에 즐겨 묵었다고 알려져 있다.
- 다와라야 료칸에 투숙해 본 경험에 대해 에세이스트 사카이 준코는 에서이 '도쿄와 교토'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다와라야 료칸에 한 발짝 들어서는 순간 매우 독특하고 밀도 높은 공기에 휩싸입니다. 외부 세계와는 다른 규칙으로 움직이는 장소, 어딘지 다른 세계에 온 것만 같은 붕 뜬 느낌, 오늘도 내일도 이곳에서 단 한 발짝도 나가고 싶지가 않다. 마치 작은 우주에 혼자 떠 있는 고독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의 고독은 차라리 해방감에 가깝다.>
- 분명 내가 묵고 있는 객실을 제외한 나머지 열일곱 개의 객실도 손님들로 꽉 차 있을 텐데 그들의 모습은 커녕 작은 소음하나 들리지 않는다. 일을 하러 들락날락하는 종업원의 인기척조차 느낄 수가 없다. 이 고요함은 실은 다와라야 료칸 측의 엄청난 노력이 바탕이 되어 있다. 객실 배치나 복도의 동선, 가구 배치나 조명 상태 등, 양질의 고독감은 가장 섬세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상태로 세심하게 계산되어 연출된다. 경륜 있는 종업원들에 의해 치밀하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이 고급스러운 감각은, 혼자 있을 때의 고독보다 어쩌면 더 고독다울지도 모르겠다.
- 나는 음식을 먹을 때 제일 맛있는 부분을 먼저 먹기보다 아꼈다가 맨 나중에 먹는 유형의 사람이고 무엇엔가 돈을 쓸 대 내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기대치를 훌쩍 넘겨버리면 미련 없이 포기했다. 오늘 누리기 위해 내일을 희생하기보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인내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40대에 이르니, 때로는 '합리적인 소비' 같은 것을 깐깐하게 따지지 않고 그저 순수히 마음이 끌리는 것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이제는 누가 뭐래도 완연한 어른이고, 손수 벌어낸 돈이 있다면 다와라야 료칸에 한 번쯤 자보는 사치를 누려도 되지 않을까. 돈은 노력하면 다시 벌 수 있지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에서 언제 또 교토를 다시 찾을 것이며 게다가 다와라야 료칸에 묵어 줄 수 있을지. 투자 비용과 마음의 의지, 그리고 시간만 마련된다면 더 늦기 전에 유일무이한 인생 경험을 해보는 것, 어쩌면 그런 충동적인 일탈들이야말로 우리의 지루하고 반복적인 인생을 버티게 해주는 비일상의 희열 아닐까.
- 오차야 : 게이코와 마이코의 일터인 연회 장소
- 오차야를 찾은 남자 손님이 연회석에서 알게 된 게이코나 마이코에게 이성으로 호감을 느껴 나중에 따로 개인적인 만남을 원한다면 , 그 여성이 거주하는 오키야로 연락해서 그곳 사감인 오카상의 허락을 먼저 받아야 한다. 또한 게이코나 마이코틑 남자 손님의 첫 데이트 초대에 절대 혼자 나가서는 안되며, 반드시 또 한 명의 게이코를 동반해 나가는 것이 화류가의 불문율이라고, 그렇게 그녀들은 오늘도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신비롭고 고고한 여성성의 전통을 , 천 년 고도 교토를 배경으로 오롯이 지켜나간다.
- 한정수량으로 제품을 만드는 가게들은 경우에 따라 낯이 익지 않은 손님들에게는 일부러 물건을 내놓지 않기도 한다. 세상에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사치와 돈에 지지 않는 삶의 방식이 존재함을 알려주는 결기 있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 인근 오사카 사람들은 '식사 때가 되어도 밥을 주지 않고 돌려보내는' 교토의 이런 문화를 납득하지 못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교토만의 확고한 이유가 있다. 교토 시민들은 집을 방문한 손님에게 식사 대접하는 의무를 상호간에 면제하는데에는 교토가 역사적으로 수많은 내전의 장이었기 때문이다. 끝없는 전쟁의 시간들을 버텨내기 위해 주민들은 철저한 사전 계획으로 식생활을 조율해나갔고, 이 계획이 손님 방문으로 인해 한번 구멍이 나버리면 향후 가족들이 굶는 상황이 될수도 있었다.
- 교토의 소통법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직설금지'가 아닐까. 같은 관서지방 도시라도 오사카 사람이 말을 직설적으로 하고 대놓고 들이대는 스타일이라면 교토 사람은 말을 모호하게 하고 알아듣기 어렵게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 적과 아군이 구별되지 않는 시대를 하도 오래 겪다보니 상대에게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하는 수없이 모호한 표현을 쓰게 된 것이다.
- 4대째 주인장인 사토시 시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탁자가 너무 새것처럼 깨끗하면 가게와 조화롭지 못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어 탁자를 그간 한 번도 바꾸지 않고 계속 쓰고 있어요. 40,50년만에 찾아오는 손님들도 적지 않아 그때마다 '이곳은 하나도 안 변했네요'라고 말씀해주시는 게 참 좋았어요. 대대로 세월의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해왔으니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 같은 말을 들으면 기쁘지요."
- 위세당당한 명품 브랜드와 나의 개성(이라는 것이 만약 있다면)이 어쩐지 기싸움을 할 것만 같았다.
- 결코 변하지 않을 아름다움을 지켜나가는 일은 중요하니까.
- 원래 멋있었던 물건들은 다소 낡더라도 여전히 멋있다. 흡사 사람이 그런것처럼, 오래된 것들에서만 뿜어져 나오는 깊은 매력을 우리는 더 많이 누릴 자격이 있다.
- 한 카페에 다른 카페의 명함이 놓여 있는가 하면 한 독립 서점에 다른 독립 서점의 소개 전단지가 비치되어 있다. 경쟁이 치열한 도쿄 같은 대도시에서는 이런 풍경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교토는 결코 크지 않은 도시임에도 손님을 빼앗아 오려고 경쟁하기는커녕 서로 손님을 보내주려고 하는 것이다.
- 아수라장 같은 경쟁 대신 질서 속의 공존을 택하는 어떤 삶의 방식, 각자가 새성이 강한 '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게를 운영하기 때문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교토라는 도시에 성별을 붙여야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여자일 것이다. 교토의 거리나 지형이 보이는 섬세함과 복잡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토에서는 실제로 남자보다 여자가 더 돋보이는 존재다.
- 교토와 오사카는 예로부터 앙숙지간이다. 교토 사람들은 오사카를 직설적이고 기품없는 장사꾼의 도시라고 비하하고 오사카 사람들은 교토를 진짜 실력도 없으면서 의뭉스럽고 허세만 가득한 도시라고 공격한다.
- 절연의 신에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원한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내 남편과 그의 애인이 어떻게든 헤어지게 해주세요.'하는 아내들의 애끓는 염원이란다. 남편뿐 아니라 아들의 못마땅한 연애를 깨고 싶어하는 어머니들의 절연 기원 부적도 의외로 많단다.
- 즐거울 때는 종교가 필요 없으니 찾아오지 않으셔도 그건 그것대로 괜찮아요. 이곳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면 오히려 다행인 것이죠" 스님의 자비로운 말씀이 인상에 남는다.
<교토에 다녀왔습니다/임경선/예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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