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화장실을 맘에 들게 바꾸고 싶다며 몇 년 전부터 이야기를 했었고, 난 시큰둥했다.
장기적인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여행도 못 가는데 여행비 대신 쓴다 생각하고 고치자고 졸랐다.
아이들도 엄마 생각처럼 바꾸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러기로했다.
3일이면 끝난다고 했던 공사기간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일주일이나 걸렸다.
그나마 한 군데 공사를 하면서 다른 한쪽 화장실을 사용 할 수 있던건 다행이었다.
고친다고 생각을 하니 어느 곳에 가든 타일 무늬와 색을 보고, 수도꼭지 모양을 살피게 된다.
수도꼭지 하나만 해도 모양과 재질이 정말 여러가지였다.
그런데 세면대, 욕조, 거울, 변기, 화장실 장 등등......
그 하나하나마다 종류가 얼마나 많고 다양한지 고르는 일도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막상 결정을 하고 나서도
매장에 진열되어 있을 때의 느낌과 달리 집에 놓아보니 크기나 모양이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있어,
수없이 매장을 드나들며 반품을 하고 다시 골라오기를 되풀이 하였다.
단순히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한 것이 완벽한 것이 아닌었던 것이다.
처음엔 물품을 교환하러 가는게 미안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워낙 그런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늘상 있는 업무를 처리하는 일이라며 몇 번이고 교환과 반품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일면식도 없이 검색을 통해 알게 된 블로그를 하는 40대 욕실 공사 전문 담당자는
대부분의 의뢰인들이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골치아파 하면서 업자들이 내미는
A형, B형, C형 중에서 고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하면 업자들이 재료 선정을 하면서 이윤을 남기는 경우도 많다고 하였다.
하지만 자신은 의뢰인의 요구를 들어서 한 경우도 많다며 괜찮다고 하였다.
의뢰인들의 이런 저런 요구에 맞추어 일하는 것도 힘들기도 할 것 같았다.
품을 들여 고생한 덕분에 만족감은 높아 보인 반면에
'앞으로 화장실에서는 이렇게 해라. 이런거 하면 안된다.'하면서 잔소리가 심해졌다.
당분간이겠지만,
지저분한 것을 깨끗하게 하는 장소인 화장실과 욕실이
오히려 그 자체가 지저분해질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 몸이 더러운 건 참을 수 있어도, 화장실이 더러운 건 못 참을 태세다.
급기야.......
이렇게 깨끗해진 화장실에서 어떻게 걸레를 빨지?
우리 이제 걸레는 싱크대에서 빨까? ㅋㅋ~
깨끗하게 고치고 나니 이젠 다른 곳이 바꿔야 할 대상으로 눈에 들어온다.
욕심은 한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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