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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11월은... 어쩌다가 엘도라도

생강나무는 봄엔 다른 꽃보다 일찍 노란 꽃을 피워 돋보이더니,

가을엔 늦게까지 노란 단풍을 보여주고 있다.

 

공터의 아이들은 나뭇잎으로 선을 그어놓고 피구를 하고 있는데, 오래간만에 보는 모습이다.

아이들은 늘상 저렇게 놀아야 하는데.....

코로나 시대에는 다른 친구와 놀면 오히려 야단맞는 시대가 되었고,

혼자놀기의 달인들을 양산하는 시대가 되었다.

 

며칠 사이 잎들이 많이 떨어져 나무들이 다 들 야위어진 바람에

산의 속살을 드러냈지만 바닥엔 멋진 그림들이 그려졌다.

 

비닐 봉지와 자루에 담긴 낙엽들은 어디론가 실려갈 날을 기다리며 완전 격리 봉쇄된 채 쌓여 있다.

투명비닐 속 낙엽들을 보노라니 투명창을 두드리며 아우성치는 영화 속 좀비들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11월에 내린 비로는 가장 많이 내렸단다.

덕분에 계곡엔 물이 불었고, 청둥오리는 유유히 헤엄치며 이따금 자맥질을 하고 있었다.

잔잔한 물 표면 위에는 잎 떨어진 나무와 구름을 누군가 그려놓고 있었고

튀지않은 색으로 단장한 잡목들과 그 사이로 흐르는 하천이 보여주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누가 찍어도 명화가 된다.

 

힘쓰는 일을 많이 한다는 건장한 체구의 중앙 아시아 노동자들이 페인트가 잔뜩 묻은 옷을 입고 지나가거나,

한국인 작업 반장의 지시대로 간단한 한국말로 대답을 하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미국으로, 독일로, 중동 등지에서 건설노동자로, 광부로, 간호사 등으로 나가 일하던 적이 불과 멀지않은 과거였는데,

이젠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가 된 것인가. 우크라이나 인들이 건설 노동자로 많이 온다고 하던데

그들은 과연 우리나라를 엘도라도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본 현관 입구 우체통엔 오늘도 우편물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젠 우편물이 하나도 반갑지가 않다. 어떤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우편물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돈을 내야하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거나, 또는 고마움의 표시없이 의무를 완수했다는

무뚝뚝한 증명서, 또는 바로 버려지는 광고지가 대부분인 까닭이다.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현관의 사각형 우체통은 열고 닫을 때 나는 소리만큼이나 매정하고

볼 때마다 감정이 매마르는 느낌이다.

편리성은 때론 감성을 앗아간다.

 

연일 확진자가 300명대를 오르내린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야구 선수 요기 베라의 말은 야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아마도 생강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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