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을 보니 매실 나무와 자두 나무는
이제 서서히 가을 햇살에 나뭇잎들이 수분을 빼앗겨 잎들이 조금씩 뒤틀려있다.
막 후라이펜에 올려놓은 오징어 처럼.
얼마 전까진 그늘로 숨어 들던 나도, 이젠 해바라기를 하러 양지를 찾게 되었다.
모든 건 변하게 마련이고 변하는 건 순식간이다.
그리고 쉽게 과거를 잊는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매일 확인을 한다.
코로나로 인해 불안은 우리의 친구가 된 것 같다.
자전거 산책을 나와 잠시 앉아 쉬려니 파도소리 같이 쏴아~ 소리가 들린다
올려다보니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내는 소리다.
다이아몬드라고 쓴 큰 트럭이 지나가고, 버스도 지나간다. 난간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저 큰 차 사이 사이엔 더 많은 수의 차들이 지나가고 있을 것이다.
하늘엔 구름이 많았지만 흰구름이라 지난 장마철의 구름처럼 위협적이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이 가을....... 처음 맞이하는 가을처럼 낯설다.
몇 년 더 지나면 익숙해지겠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보니, 안경을 쓴 한 여자가 벤치에 누워서 자고 있고 옆에는 여행용 캐리어가 놓여 있다.
죽음보다 깊은 잠이 저런 잠이 아닐까? 생경하고 낯선 풍경이다.
아마도 홍상수 감독의 '도망친 여자'보다 훨씬 더 사연이 많을 것이다.
"대명아~~너, 대명이 아니니?"
나를 지나친 한 남자가 내 등 뒤에서 나를 부르는 듯 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써서 착각을 한 것이다.
자전거를 세우고 사람 잘못보았다고 이야기를 할까 말까, 머릿속으로 그랬지만
다리는 내 의견이 어디로 결정될지 기다리지도 않고, 관성의 법칙을 따라 그대로 패달을 밟고 있었고,
난 다리의 의견에 굴복하였다.
얼마전 나도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는 선생님이 인사를 하는데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다가 눈썰미까지 없어서 한참 후에야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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