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할 때마다 듣는 소리
"나가서 아무것도 만지지 말아요~"
공원에 들어서니 여기저기 앉아 있는 사람들이나 걷고 있는 사람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교양과목 수업을 성실하게 이수한 사람들처럼 갑자기 품위와 교양을 갖춘 듯, 말소리와 발걸음은 한결 조용조용하고 행동도 다소곳해졌다. 아직 교양과목 이수를 하지 못한 사람이 자전거를 끌고 들어왔는지 방송으로 자전거 출입은 안되니 끌고 나가라는 안내를 하고 있었다. 당장 비를 뿌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있고, 마치 공원 전체가 물 속에 잠겨 있는 듯 묘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하느님이 이 땅의 사람들에게 "이게 뭐하는 짓거리들이야!!!" 하고 소리를 지른 것 같았다.
어느날 수업 시간이 시작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교실이 혼란스럽자, 선생님이 교탁을 탕탕!! 치면서 "자~ 다들 자기 자리로 돌아가 수업 준비하지 않고 뭐하는 짓이야!!" 하고 소리 지른 후의 정적이 흐르는 교실처럼, 얌전하고 조신하게 살지 뭘 그리 번잡스럽게 돌아다니냐고 야단맞은 것이다.
공원을 나와 산길쪽으로 가다가 학교 옆을 지나게 되었다. 예년 같으면 이맘때쯤 학교 운동장엔 한창 가을 운동회나 학교 행사를 준비하느라 스피커 소리 요란하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들의 발길에 맨들거릴 운동장은 잡초가 제법 무성하다. 얼굴에 피곤함이 역력한 할머니가 더 놀고 싶은 손주와 이제 그만 들어가자고 실갱이를 하고 있었다.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잔뜩 화난 얼굴의 찌든 등산 조끼의 남자가 산에서 지하철 역방향으로 유난히 큰 동작으로 휘청휘청 걷고 있는데 마스크는 코를 가리지 않고 있었다. '유일한 나의 자부심은 코'라고 보여주는 듯 했다. 등산로입구 간이 주점엔 등산복 차림의 몇몇 사람들이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물가 옆의 식당에는 십여 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대형 탁자는 코로나로 인해 치워지고 대신, 빨간 파라솔을 꽂은 4인용 나무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었다. 제법 선선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몸에 열이 많은지 한 남자는 다리를 걷고 물에 발을 담근채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매미 소리는 자취를 감추고 여기저기서 귀뚜라미들이 울기 시작해서 그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려주고 있고, 부지런한 나무들은 벌써 잎을 노리께한 색깔로 바꿔놓고 있었다. 바야흐로 가을이구나 ~
그러고보니 한 겨울부터 시작한 코로나 정국은
봄과 여름을 삼키고 가을까지 일 년 사계절을 통으로 먹으려 드는 것이다.
매번 집에 들어와 듣는 소리
"손부터 씻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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