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장마의 여파로 여행을 가는 게 잘하는 일인지도 찝찝했던,
어렵사리 우리 내외 딸과 잡은 2박 3일 안면도 여행. 그런데.....
우리가 예약한 숙소에서 전화가 왔다.
"예약 하신 날에 태풍 예보가 있어서, 취소하셔도 100% 환불 해드릴게요."
보통은 손님 쪽에서 전화를 해서 취소해도 되느냐고 물었을 텐데,
고맙게도 나문재 펜션에선 거꾸로 우리에게 전화를 해 온 것이다.
1박을 하건, 2박을 하건, 취소를 하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좋다고 하면서 태풍으로 숙소에만 있어도 상관 없지만
주차한 차에 뭔가 날아와 차량이 파손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상의를 해 보고 연락 드리겠다고 하고 상의를 한 결과,
우린 그냥 가서 하루는 묵고 다음날은 상황을 보아 결정 하기로 했다.
태풍의 예상 경로를 보니 우리가 있는 안면도를 지나는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
펜션 곳곳에도 태풍을 대비해서 날아갈 위험이 있는 것들을 밧줄로 묶어두고 있었다.
육지와 연결이 되어 있지만 섬인지라 걱정도 되어 1박만 하기로 하였다.
코로나 걱정도 되고 채식을 하는 아이를 위해 음식은 전부 해 먹기로 하였다.
태풍 전야의 고요함이 이런 것인가? 평화롭게 하루가 지나갔다.
하루를 지내고 난 오늘, 차들이 탈출하듯 섬을 빠져 나가고 우리도 귀가를 서둘렀다.
코로나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가로막는 건 어디서나 있는 것이다.
병든 지구가 스스로 살기위해 몸부림 치는 것처럼 여겨진다.
행여 태풍에 날아갈까 밧줄로 묶어 놓은 나문재 펜션 조형물, 여행 가방에 올라 앉아 포승줄에 묶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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