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틀 가량 계속 아랫배가 아프다고 한다.
- 맹장은 아닌거 같은데......아프네
보통은 동네 병원을 다녀오곤 했는데,
전과 다른 통증이라 아들과 며느리에게 연락을 했더니,
며느리가 오늘 외래 환자 보는 날이니 병원으로 오라고 해서 차를 태워서 갔다.
CT 사진을 찍은 결과를 보여주며
이런 경우 많이 아프다면서 약을 처방 해 주었다.
입원이니 수술해야 하는 다른 큰 병이 아니라 다행인데다,
가족 할인에 며느리 찬스까지 써서 진료비도 안 냈다며 갈 때완 달리 표정이 밝아졌다.
올 들어 자주 아픈 편이다.
우리가 아프다고 할 때 주변 반응이 참 흥미롭다.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은,
"아니~ 아들과 며느리가 의사인데 왜 아파?"
같은 말을 하더라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와
앞 뒤로 붙이는 말과 추임새나 억양, 표정에 따라 말 속에 담겨진 의미가 천차만별임을 느낄 수 있다.
같은 이야기도 어떤이의 이야기는 진정 아픈게 걱정되고,
의사인 아들 며느리의 면을 생각해서라도 아프면 안된다는 의미로 여겨지는 반면,
어떤이의 말은 '치~아들과 며느리가 의사여도 별거 없네.' 하는 비아냥 거림이 느껴진다.
의사라고 해서 다 무병장수하고, 법조인이라고 해서 다 법을 잘 지키는 것이 아님을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초일류의 삼성병원을 가지고 있는 이건희 회장이 몇 년 째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으리라고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으리요.
하물며 다른 사람인 경우는 말해 무엇하리.
종종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한 듯 이야기를 할 땐 그 말 뒤에 깔려 있는 화자의 속마음이 읽혀진다.
돈, 명예, 직업, 지위.......이런 겉 모습에 집착하지 말라고 장자는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장자는 온갖 불구인 왕태와 신도가, 숙산무지, 애태타, 인기지리무신과 옹앙대영 같은 사람들을 일부러 동원하여 겉으로 보이는 허명에 눈이 멀면 안된다고 가르친 것일텐데,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뼛속 깊이 반영되지는 않는게 우리 보통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그저 가끔씩 지혜로운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따금씩 성찰하는 것으로 그럭저럭 사는 것이 삶이려니.....
그나저나 여행가서 아팠다면 더 큰 일 이었을 것 같아, 여행 못 간 게 불행 중 다행이라 여기고 있는 중이다.
아들 며느리가 키우는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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