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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지식과 공감 사이에서.....

 그동안 어떤 경험을 하든, 독서를 하건, 무엇보다 먼저 지식을 쌓기 위한 것에 촛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교직에 오래 근무하다보니 뭔가 아이들의 어떤 질문에도 단단하게 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증이 그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이들의 질문에 "나 몰라"라고 하는 말은 절대해서는 안되는 금기어로 각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는 속에서 얇은 지식은 빠르게 그 가치가 증발되는 것 같다. 그리고 점점 기억력은 감퇴되어 집어 넣어도 곧 잊혀지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더구나 쉽게 검색을 통해 내가 다 넣을 수 없는 수많은 지식들을  찾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던가.....

 

그 빠른 변화 속에서 서로 어울려 살아가려면 새로운 지식을 얻는 일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데 촛점을 맞춘 독서와 경험을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평소에 적게 경험했던 감각을 일깨우는 독서와 경험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마다 각자의 편협한 한 가지에 몰입하다보면 자신이 관심을 두는 것외의 다른 것을 경시하거나 냉소적으로 평가하게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음악에만 몰입한 사람은, 이렇게 좋은 음악을 왜 듣지들을 않지? 하고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을 이상하게 여기게 된다. 나처럼 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화분 하나가 주는 즐거움이 이렇게 큰데, 그 흔한 화분하나 키우지 않는거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등산이 얼마나 좋은데, 등산을 안해? 우리나라처럼 도시에서도 산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런 나라에서 말이야. 서로 어울려 고스톱치는 거 치매 예방에 얼마나 좋은데 왜들 안 하지? 아니 예로부터 바둑은 신선놀음이라고 하는 바둑을 왜들 안두지? 반려동물이 주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데, 왜들 안 키워? 삶의 활력을 준다니까. 그외에도 낚시는? 자전거는? 여행은? 영화는?...........

 

그렇게 자신이 관심을 두는 것에만 크게 가치를 부여하기도 한다.

나와 다른 사고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노력은 물론, 내 자신의 새로운 경험과 감각을 건드려 줄 이런 저런 것들을 .....그러려면, 다양한 감각을 경험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속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싹터서, 내가 생각하는 가치도 소중하지만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가치에도 의미를 부여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할 필요까진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아는, 나이들어서 점점 딱딱해지는 감정이 조금만이라도 유연하고 말랑말랑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평생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유치원에서 다 배운 요즘 젊은이들은 없던 길도 만들어 가는 아이들인데,

우리가 살아온 길을 은연중에 옳은 길이라고 압박한다는 것은 얼마나 꼰데짓인가?

그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끊임없는 사고를 통해 눈꼽만큼이라도 지혜로 발효되기만을 바라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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