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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인간수업

 

n번방 사건을 연상하는 사건들이 고등학생에 의해 저질러진다. 

내가 본 시기는 당연히 n번방 사건 이후이지만 이 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사건 훨씬 전이다. 

어쩌면 수없이 있어왔던 일이 아니었나 싶다. 

다만 이제서야 수면 위로 올라왔던 것이라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10부작으로 이루어진 <인간수업>은 긴장감 넘치고 충격적이고 자극적이다.

10부작을 다 보고나니, 이게 실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아마 n번방 사건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그저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n번방 사건에 연루된 아이들도 학생들 아니던가. 더구나 고등학생도.....

 

나도 이런 현실에 적응하려면 <인간>에 대한 수업을 다시 들어야 할 것 같다.

내가 아는 내 주변의 인간들이란 도데체 어떤 사람들인가.

내게 어리게만 여기는 주변의 학생들은 내가 아는 상상 이상의 아이들인 것이다.

 

주인공 오지수(배우 김동희)는 착하기 그지없는 외모에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다.

그가 온라인 상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온라인 상의 포주이다. 

어쩌면 그가 이렇게 빠지게 된데에는 어른들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혈육이라곤 하나 남은 지수의 아빠는 오지수가 사이버 포주 노릇을 해서 모은 돈을

다 털어 도망을 갈 정도의 아빠니 말이다.

 

여자 주인공 배규리(배우 박주현)는 마주 앉은 부모를 차례로 총으로 쏘는 장면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이내 상상 속의 장면이라는게 밝혀지지만, 밝혀지기 전까지의 충격은 몹시 컸다.

모든 걸 다 갖은 듯한 집안 이지만 규리네 집안도 속으로 곪은 것이다.

 

그리고 어른인 이실장(배우 최민수)에 대한 감독의 생각은

"이실장이란 인물은 버려진 어른 느낌을 생각하고 그렸는데, 세상에 대해 자기 혼자만의 생각을 갖고 고립된 느낌의 사람이다."라고 설명했는데, 전직 군인으로서 겪은 일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자기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사는 듯한 최민수와도 잘 어울리는 배역이다.

 

그리고 성매매를 해서 돈을 버는 고등학생 서민희(배우 정다빈)

 

주요 등장 인물들이 모두가 버림받은 상처 가득한 인물들이다.

그 상처를 안고 도착한 곳은 지옥같은 세상이다.

10부작을 다 보고 나니, 마치 나도 그런 지옥을 다녀온 느낌이 든다.

 

- 보고나니까 어때? 나에게도 추천하고 싶어?

- 아니. 너무 어두워서 ....

 

<모래시계>의 작가 송지나의 아들인 진한세 작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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