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라는 책 제목은
베트남에서 라오스에 간다고 하자 뭐 볼게 있어서 라오스에가느냐며,
베트남의 젊은이가 베트남에는 없는데, 라오스에만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본 말에서 빌어온 것이다.
여행하며 잡지에 기고한 에세이 열 편이 수록되어 있는 책으로 잡지에 기고한 내용의 긴버전들을 모은 책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 비수기에만 이곳을 찾았다. 마치 화장을 지운 시간만 골라서 여자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생각해보면 나는 늘 비수기에만 이곳을 찾았다. 마치 화장을 지운 시간만 골라서 여자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생각해보면 나는 늘 비수기에만 이곳을 찾았다. 마치 화장을 지운 시간만 골라서 여자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하루키 특유의 문장이 잘 드러난 글들이었다. 짧은 글은 짧은 글을 요구하는 잡자사에 보내고 ,
나중에 책으로 묶을 것을 대비해서 긴 버전의 글도 쓰는 작가를 보고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하루키도 여행하면서 더 많은 글을 써 둘껄~~하는 후회를 하는 대목이 있었다.
지금와서 돌이켜 여행 다녔을 때를 생각하려니 여행 당시의 감상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충분한 여행을 즐긴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만족스러웠으리라.
오래전 여행했던 곳을 다시 찾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도 여행 갔던 곳을 다시 찾는 꿈을 꾸어본다.
일단은 코로나가 종식되고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가능하리라.
중간 중간 동행한 하루키의 아내가 찍은 하루키의 사진이 담겨 있는데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하루키의 책을 읽다가 하루키의 모습을 보노라면 참 적당히 건조하게 생겨서, 안심을 하곤 한다.
글을 정감있게 잘 쓰는데 잘 생기기 까지 했다면 참 짜증나고 재수없다고 여겼을 런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런데 여행기에는 함께 오랜 기간을 함께 한 아내의 이야기는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아내와나)라는 대목이 없다면 마치 혼자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내를 글에선 마치 투명인간 취급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아내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서 일까?
숲속에 앉아 하루키의 책을 읽다보니 하루키가 멧돼지를 만난 장면이 나오는데
마치 내가 현실에서 직접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처럼 여겨져서, 혹시나 멧돼지가 있나? 하고 책을 읽다말고 고개를 들고 두리번 거리게 된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시공간을 초월할 수도 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내 눈 앞엔 멧돼지는 없고 '멧돼지 주의'라는 경고 글귀만이 써 있어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내 머리 위에선 새들이 지저귀며 책에서 고개를 들어 나 좀 보아 달라는 듯 울어대고
아주 이따금씩 예의 없는 바람이 책장을 넘기기도 한, 비온 뒤 이틀이 지난 상큼한 숲 속에서 하루키와 보낸 하루였다.
######## 밑 줄 긋 기 ########
- 누군가는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른다. 개는 플라스틱 원반을 쫓아 달린다.
그러나 머지않아 뉴잉글랜드 특유의 짧고 아름다운 가을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깊고 압도적인 녹음은 어렴풋한 황금빛에 조금씩 자리를 내어준다.
- 마른 낙엽이 바람에 춤을 추며 날아오르고, 톡톡 도토리가 아스팔트를 때리는 단단하고 메마른 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진다.
-헬러윈이 지나면 이 일대에 겨울이 유능한 세금징수원처럼 소리없이,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찾아온다.
강수면을 훑고 불어오는 바람은 바짝 날을 세운 손도끼처럼 차갑고 예리해진다.
-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놀란 것은 사람들이 책을 매우 열심히 읽는다는 점이다.
아마 겨울이 길어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이 나라에서는 독서에 매우 큰 의미와 가치를 두는 듯하다.
집의 서가가 얼마나 충실한가로 그 사람의 가치가 판가름된다는 얘기도 들었다.
인구에 비해 대형 서점이 많고, 아이슬란드 문단도 활발해, 1955년에는 할도르 락스네스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 아이슬란드어가 왜 오랜 세월 변화하지 않았는지 살펴보면,
역시나 유럽의 진정한 '끄트머리'이기에 주변국과의 왕래가 힘들어 거의 최근까지 문화교류가 활발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오랫동안 외래문화나 외래어가 아주 조금씩밖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언어가 비교적 순수한 상태로 남게 된 것이다.
- '여행지에서 모든 일이 잘 풀리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라는 것이 나의 철학(비슷한 것)이다.
- 라오스는 일단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고 있지만 민간의 이런 불교 신앙은
국가 시스템을 초월한 곳에서 뿌리 깊고 담담하게, 메콩강의 흐름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변함없이 기능하고 있다.
- 언어만이 그런게 아니고 대부분의 동물이 '아이슬란드 사양'으로 독자적인 진화를 계속해온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슬란드의 양은 꼬리가 없다.
아이슬란드 사람에게 물어보면 "난생처음 외국에 갔더니 양에 꼬리가 달려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라고 한다.
- 오로라는 또렷했고 시시각각 형태를 바꾸었다.
아름다웠지만, 단순히 아름답다기보다 어쩐지 무언가 영적인 의미를 품고 있는 듯 보였다.
이끼와 침묵과 정령으로 가득한 이 신비로운 북쪽 섬의 영혼을 눈으로 보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오로라는 이윽고 말이 꼬여서 의미를 잃어가듯이 서서히 옅어지더니 이내 어둠속으로 빨려들듯 사라졌다.
나는 그것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는 따뜻한 호텔방으로 돌아가서, 꿈도 없는 깊은 잠에 들었다.
-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역사는 동명의 동쪽 도시에 비해 상당히 짧은 편이다.
1851년에는 인구가 겨우 821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깊은 수심과 내륙에 자연그럽게 자리잡은 양항(좋은 항구)라는 이점 덕분에 임업과 어업을 중심으로 착실하게 발전해왔다.
또한 인구밀도가 높은 캘리포니아 주도시들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요충지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포틀랜드가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고 또 펼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 들어서다.
굳이 대도시에 터전을 둘 필요가 없는 컴퓨터 관련 하이테크 산업이다.
스포츠 산업의 발전(외곽에 거대한 나이키 본사 건물이 있다)이 이 도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고,
고도의 전문교육을 받고 여유로운 수입에 의식 수준이 높은 젊은 세대가 이 지역을 선호하여 이주해왔다.
포틀랜드는 매년 젊은 세대개 살고싶어하는 도시 상위 순위를 차지한다. 그
런 이들은 퀄리티는 높지만 지나치게 화려하지는 않은 생활환경을 원하며, 외식은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주민들의 그런 요구에 부응하여 의욕넘치는 신세대 셰프들이 이 도시로 모여들어 잇따라 레스토랑을 새로 열면서 솜씨를 겨루게 된 것이다.
- 더없이 간결하면서도 정성이 가득한 요리는 인간에 비유하자면 말수는 적지만 요령을 터득한 사람같다.
- 이렇듯 척박한 토지와 역사는 자립적이고 인내심 강하며 어찌보면 고집스러운 주민을 길러냈다.
- 대도시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같은 과민하고 신경질적인 구석은 없다.
- 포틀랜드 메인주는 스티븐킹이 대부분의 소설에서 무대로 삼은 곳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딱히 무서운 일을 겪은 적은 한번도 없다.
- 나 자신의 마음은 그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을 뿐일지도 모르지만.
- 생각해보면 나는 늘 비수기에만 이곳을 찾았다. 마치 화장을 지운 시간만 골라서 여자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 메콩강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집합적 무의식처럼 땅을 파고들고, 중간중간 자기 편을 늘려가며, 대지를 굵직하게 관통한다.
그리고 짙은 탁류 속에 자신을 감춘다. 강을 둘러싼 풍경에는 자연의 은총이 안겨주는 감촉과 더불어 대지를 향한 경외가 불러일으키는 긴장감이 어우러져 있다.
- 드높은 아취형 천장 아래, 종교적인 벽화로 둘러 싸인 옛 수도원의 한 방에서 불길에 지글지글 육즙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깊은 음영을 드리운 와인 잔을 기울이자니, 마치 역사의 흐름에 섞여 든듯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고즈넉한 기분이 젖어 들었다.
- 약간 과장해서 말한다면, 그 경험은 당신의 인생에서 하이라이트가 될 수도 있다.
- 토스카나아 우수한 와인 생산지인 이유는 숲과 포도밭이 혼재한다는 점이에요.
숲은 포도밭의 풍부한 자양분이 되죠. 아주 중요한 사실이에요.
포도밭만 있으면 알게 모르게 토양이 적박해지거든요.
- 가을날 프라하 거리를 정처 없이 걸었던 일, 빈에서 오자와 게이지 씨와 함께 했던 오페라 삼매경의 나날,
예루살렘에서의 컬러풀하고 신비로운 경험, 오슬로에서 보낸 여름 한 달, 뉴욕에서 만난 여러 작가와의 대화,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콜포스텔라에서 보낸 심오한 나날,녹슨 도요타 캠리를 타고 달렸던 뉴질랜드 여행등등,
그 수많은 기억을 글로 정리해뒀으면 좋았을 걸 하고 뒤늦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때는 나 자신이 즐기는 데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인생이란 참 어려운 것입니다.
- 여행은 좋은 것입니다. 때로 지치기도하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곳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습니다.
자, 당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로든 떠나보세요.
- <노르웨이의 숲>을 쓰기 시작한 레지던스 미코노스.......몹시 추웠던 기억이 난다.
12월, 크리스마스 얼마전이었다. 방에는 조그만 전기난로 하나뿐이었다.
두툼한 스웨터를 입고 덜덜 떨면서 원고를 썼다.
그때는 아직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하기 전이라 대학 노트에 볼펜으로 꼼지락꼼지락 글씨를 써내려갔다.
창밖으로는 자갈투성이의 거친 들판이 펼쳐지고,
- 이십사년이 흘렀어도, 통화가 바뀌었어도, 주위 풍경이 변했어도,
냉전이 끝났어도, 경제가 오르락내리락 해도, 사람들의 심성은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다.
- 이 집인지 아닌지 100%확신은 안 들지만, 뭐 대략 이런 분위기이긴 했으니 그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딱히 면밀한 학술조사를 하려는 것도 아니니.
- 햇볕아래 녹슨 선체를 드러내고 있는 화물선은 오브제처럼 고요하게, 의미심장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솔직히 말해 나는 지금도 여전히 ' 젊은 작가' 같은 기분이 들지만, 물론 그럴리는 없다.
시간이 흘렀도 당연히 나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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