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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포루투칼 - 다시 돌아온 리스본

지난번 8일 동안 리스본에 머물다 이번에 다시와서 9일째 리스본에서 보내는 날이 된다.

날씨가 10~16 비 확률 0%

 

익숙함은 나태를 낳고 나태함은 계획을 수정하게 만들었다.

일출을 보러가자고 어제 그랬는데 아침에 일어나기 귀찮아서 뒹굴다가

"에이 일출 안보면 어때?" 그러고 게으름을 떨며 맘대로 취소 하였다.

 

쉬다가 지난 번 갔던 벼룩 시장에 한 번 더 가자고 해서 올라갔다.

가다가 빈센트 성당을 만나 성당을 들러 벼룩 시장에 갔다.


지난 번에 왔던지라 시장이 더 크게 열렸음에도 흥미가 적었다.

벼룩 시장에서 사기 주전자를 하나 사서 내 배낭에 넣더니 또 컵을 사겠다고 해서 내가 반대했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모양도 맘에 안 들었고, 배낭에 넣고 다니기가 무겁기 때문이다.

타협을 한 셈이다.

골목골목 내려오다가 쉴 겸 카페에 들러 커피와 에그타르트를 먹었는데 맛도 없고 가격도 비쌌다.

맛집이 왜 맛집인지 맛없는 집에서 먹어보니 차이가 났다.

 

주변에 알파마 지구 골목길 지도가 있어 전에 대강 본 길을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지진 피해를 받지 않은 지역이라 당시에는 다행인 지역이었겠지만

지금은 개발이 안 된 낡은 지역이라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관광객 입장에서는 이렇게 오래된 지역에서 볼거리와 느낌이 더 많게 마련이다.

그런 오래된 건물의 벽에는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들의 얼굴이 사진에 담겨 있었고

어떤 일을 하며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것이 그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리라 생각되었다.


빨래터도 있었고, 생선파는 가게는 벽에 붙어 있는 아주머니가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었다.

리스본 사람들의 사람 냄새나는 곳이었다. 지난 번에 푸른 빛이었던 오렌지가 노랗게 변해 있었다.

전망 좋은 곳에서는 사진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리스본 대성당에 들러 초를 밝히고 성당을 둘러보고 내려오다가 안토니오 성인이 태어난 곳에 있는 안토니오 성당도 들렀다.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성자를 모신 성당이고, 성당 안 정면에는 안토니오 성인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토요일이라 더욱 차가 막히는 것 같았다 .

차가 막히니 툭툭 운전사들은 더욱 무료한지 한 운전사는 커다란 애완견을 다리 사이에 끼고 운전 하다가

신호등에 걸리자 개를 들어올려 얼르고 입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었다 .

 

피자 집에 들러서 피자를 먹었다.

우리 옆의 부부는 우리 보다 2.5배 가량의 피자를 시켰다.

나보다 늦게 들어 온 할머니는 나와 같은 크기를 나보다 먼저 먹고 일어섰다. 피자를 먹고 강가로 나왔다.

강가에서 해바라기 하고 있으려니 얼굴 탄다고 들어가자고 하고, 난 더 있자고 하다 내가 양보했다. 

들어오다가 장이 선 곳에선 난 그만 보자고 하고 옆에선 구경 더하고 가자고 잠시 실랑이를 벌이다 들어왔다.



카운터에 가서 내일 새벽 6시 광장에서

택시를 타고 공항에 갈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기만 한 것이었는데 바로 전화를 해서 신청을 해 주었다.

요금은 15유로 이상은 안 나올 거라고 말했다.

지난번 공항에서 올 때 20유로를 넘게 지불한 거 생각하니 눈 밑에 상처가 난 기사에게 바가지를 쓴 것이다.

어제 배게가 맞지를 않아 목이 뻐근해서 잠을 설친 때문인지 급 피곤함이 몰려왔다.

잠시 쉬다가 다시 나갔다. 주말이라 거리엔 사람들이 넘쳐났고 공연하는 팀도 많았다.

펜플룻을 부는 팀도 있고 여러 명이 합창하는 팀도 있었다.

가장 사람들이 많았던 팀은 생목으로 "투우사의 노래"를 부르는 남녀였다.

반주도 없고 마이크도 없는 생목으로 내는 소리임에도 성악 발성으로 쩌렁쩌렁 거리를 울리고 있었다.

광장에서는 깃발과 확성기를 동원한 시위도 벌어지고 있었다.


타임아웃에 가서 문어 요리와 태국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강가로 나왔다.

강가에서는 '헤이 쥬드'를 5인조 그룹이 연주하자 모두들 후렴 부분을 따라하고 있었다.

저녁 노을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서편 하늘을 보며 앉아 있었지만

어제처럼 그리 신통하지는 않은 하늘이다.

날이 추우니 툭툭을 운전하는 한 여성 운전자는 무릎 담요를 덮고 운전하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바람에 오늘 완전히 소비 하려던 식재료를 내일 아침으로 먹기로 했다.

길고 긴 포루투칼 여행의 시작과 끝인 리스본에서의 마지막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