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포루투 날씨17~19도 분포.... 60% 확률로 비예보....
어제보다 더 굵은 빗줄기에 하늘도 컴컴한게 종일 비가 올 모양이다.
앞으로 우리 머릿 속의 포르투는 비와 함께 할 것 같다.
오늘은 9시 30분에 문을 여는 렐루서점에 갔다가 에스프레소와 에그타르트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밖에서 노면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제법 세차게 들린다.
그러다가 "에이~ 우리 나가지 말자.....우산을 쓰면 되지만 난 발이 젖는거 정말 싫어~~!!"
어제 장을 봐서 먹을 것도 있겠다 커피도 집에서 그냥 타 먹기로 하고,
뒹굴거리다가 창 밖도 보다가, 책도 보다가, 넷플렉스로 영화도 보다가,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
그래서 오늘같은 날을 대비해서 주인은 <다시,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책상 위에 얌전하게 놓아둔 것인지도 모른다.
두 어 시간을 뒹굴거리다가 창밖을 보니
여전히 빗줄기는 변함이 없었지만 거리의 사람들은 조금 늘었다.
분위기 있게 촛불을 켜려니 양초가 있기는 한데 불을 켤 수가 없다.
가스레인지가 아니라 인덕션인 까닭에....
비가 조금 잦아드는 기미가 보여 밖으로 나왔다.
성당을 들어갔다가 나와 한 카페에 들어가 에스프레소와 에그 타르트를 먹었는데
어제보다 나았지만 에스프레소는 아직 리스본에서 먹던 것이 더 나았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롤링이 머물곤 했다는 카페에는 비가 오는데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성당 4군데 들러서 들어갔다. 초를 안 켠다고 하더니 마지막 성당에서 촛불을 켠다.
시청사에도 들어갔다. 근무하는 사람이 팜플렛을 건네며 안내를 하였다.
또 다시 벤투역에 들렀다. 푸른 타일 벽화는 1905년부터 11년동안 2만장의 타일 위에 그린 것이다.
포루투칼의 시조인 아폰수 1세와 역사적 몇몇 사건들을 그려놓았다.
가을비에 떨어진 노랗고 붉은 잎들이 포도에 떨어져 그림을 그려넣고 있었다.
어제와 다른 그림을 보여주고 있어서 넋놓고 보다가
저만치 앞서 가길래 부지런히 따라갔더니 한참 찾았다고 눈을 흘긴다.
알았어 앞으론 반경 2미터 이상 떨어지지 않을게 그러다가 또 다시...떨어져서 야단맞고....
우리의 걸음이 느려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휙휙 지나친다. 그러다가 서로의 우산이 부딪친다.
그들에겐 우리의 느림이 다소 걸리적 거릴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에게 어제 내가 읽은 책 속의 한 귀절을 들려준다면 조금은 우리의 걸음이 이해가 가려나 싶다.
<짧은 길을 긴 시간을 들여 여행한 사람은 경험상 행복한 사람입니다.> 곽재구 시인의 글이다.
과일을 사 들고 들어왔다.
비는 멎었지만 피곤하고 배도 고프다. 먹고 쉬다가 히베리아 광장으로 내려 갔다.
강변은 안개비가 내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다리와 노란배와 케이블카와 어우러진 풍경은 풍요로운 감성을 선물하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어제와 같은길로 다녀왔는데도 어제와는 느낌이 또 다르다. 그래서 곽재구 시인의 말에 한 마디 보탠다면,
<짧은 길을 긴 시간을 두고 여러 번 여행한 사람은 경험상 행복한 사람입니다.>
우리의 이런 생각과는 달리 몇 컷의 사진을 재빨리 찍은 젊은 남녀는
"여기 다 봤어 이제...."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강변을 빠져 나갔다.
60대의 우리와 달리, 젊은이들은 촌음이 아까울테니......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내가 별로라고 했다고 혼자 몽땅 먹고는 과자 부분인 껍질만 내게 내민다.
내가 받아들곤 텅 빈 꼬깔을 들여다 보고는 단 한마디"야~"하고 탄성하듯 내뱉었더니,
본인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드는지 깔깔거리고 웃으며 배를 움켜쥔다.
"야~" 하는 말과 동시에 보인 내 동작,표정 속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1. 아이스크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 안 먹겠다곤 안했다.
2. 내가 과자 부분을 좋아하긴 하지만 완전 과자만 좋아하는 게 아니다.
3. 아무리 그래도 먹어보란 소리도 안하고 다 먹냐?
포루투 동 루이스 1세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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