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일지

그래도 우리의 나날

"소설 초반부인데, 이 책 좀 우울한 기분이 드네...."

"그래? 그런 책 읽지마~~"

상실의 시대를 읽었을때의 느낌이랄까?

가을에 들어서서 우울감을 더할 것 같았지만, 단숨에 읽었다.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 허무주의 의 냄새가 짙은....하지만 아름다운...

패전 직후의 일본. 기존의 가치관이 무너지고 그 위에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려 분투 하는 젊은이들의 내면이 잘 표현되어 있는 소설이다.

 

일본은 패전국이니 새로운 사상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으리라.

거기에 더해 질풍 노도의 학생 시절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어떤 내면의 갈등이 있었을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기성세대들이 저지른 전쟁이라는 포화 속에 기존의 가치관은 무너지고,

자신들의 미래를 어떻게 정립해야하는가의 문제는 정말 생존의 문제와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책 표지에 그려진 책을 꺼내는 손 그림이 책을 다 읽고나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나처럼 책을 읽은 사람들은 읽고 나서 나와같이 다시 표지 그림을 보면서 책 내용을 음미하리라.

  다소 음울하지만 그 속에 한줄기 빛이 보이는 소설이라 읽고 나서는 그다지 우울하지는 않았다.

 

학생운동을 하던 학생들이 자신들의 노력이 허망하게 끝났을 때,

우리나라의 경우를 들자면 김대중, 김영삼이 갈라져서 어부지리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공산국가인 소련이 붕괴되었을 때. 자신들의 희망이 사라져버린 그런 허망한 빈 가슴 속에 대신 들어찬 것이 무엇인가?

젊은이들이 절대가치라 믿었던 그 사상이 사상누각이 되어 허물어 질 때 느끼는 허망함 대신 들어찬 것 말이다.

 

< 등장인물을 소개하자면>

주인공 : 오하시 후미오

세쓰코 : 오하시의 약혼녀

사노 : 오하시가 헌책방에서 산 H전집의 소유자, 세쓰코와 같은 대학 동아리, 자살함...

소네 : 오하시의동기....대학조교임(오하시가 재수를 해서 선배) 야마기시와 약혼

야마기시 노리코 : 소네의 약혼자 대학원 1학년

사노는 자살하기 직전 소네에게 유서처럼 편지를 보냄....

소네는 사노의 적극적 공산당활동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냈던 .... 그런 학창 시절이 있었. 2....

요코가와 가즈코 : 나이든 대학교수 F와 사귀는 여자

미야시타 : 요코가와와 맞선을 본 남자....

 

사노는 자살하기 전 소네에게 편지를 아주 긴 편지를 보낸다.

사노 자신과는 반대로 냉정한 눈빛을 보냈던 소네에게,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이 이성적이라면 얼마나 이성적이었을까?

 

그 속에서 공산주의 운동중 경찰에 쫓겨 도망하는 자신의 비겁한 행동에 대해 수치스럽게 생각하는이야기 ...

그리고 직장인으로서의 안락함에 취하는 자기 자신의 전과 다른 언행 불일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

부사장이 자신을 아는 아가씨를 소개해준데 대한 자기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받은 점에 대해 뿌듯함...

하지만...부사장이라는 배경이 있는 이 명랑한 아가씨의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흔들린다.

 

아마도 사노는 기성 세대들의 삶은 자신의 미래의 모습으로 치환하면서 허무한 삶을 본 게 아닐까?

그게 거대담론 속에 젊은 시절의 혈기를 투자해서 보낸 자신의 학창 시절이 지금에 와서 무엇이며,

 미래의 내 삶에 무엇인지를 되묻고 있는 것이다.

 

그런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회사 부사장의 쓸쓸한 모습에 비춰보고 있는 것 같았고

사노는 그런 자신의 죽음 직전까지 가서도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배신을 되새겨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죽을 때가 돼서 생각나는 일이 과거에 저지른 배신이라면 지금 생활은 대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지만,

실제로 내가 느끼게 된 것은 그런 논리로도 따질 수 없는, 사는 것에 대한 귀찮음이었다.

그러면서 사노는 삶의 의미없음으로 마음이 기울어 자살에 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삶에 대한 귀찮음과 죽으면 모든 것이 편해질 거라는 속삭임이 한 데 녹아 있는 나른함.

그리하여 더는 거스를 힘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어 죽음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사노의 긴 편지가 소설의 한 챕터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운동을 했던 이들도 이런 허망함에 맘 둘 것없이 방황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하여 공지영은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 ‘고등어라는 소설을 써서 당시의 그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을 담은 소설을 써냈었다.

읽으면서 그 소설 생각도 많이 났다.

 

사노는 모든 사람들이 같다는 인식하에 세상을 보는 듯 했고, 소네는 모든 사람들이 다르다는 인식하에 세상을 보는 듯 했다.

마치 사노는 망원경으로 세상을 본다면 소네는 현미경으로 본다는 느낌.

사노는 휘어질 줄 몰랐고 소네는 부드럽게 세상과 조화했다.

 

혁명가가 되고 싶었지만 혁명가가 되지 못한 사노....

그런 사노와 납득이 가지 않으면 뛰어들지 않는 차갑고 냉정한 소네의 차이.....

 

사노는 완전히 뭔가 의로운 일에 뛰어드는 것이 삶을 의미있게 하는 일이라고 여긴 것이고 그렇게 두 사람은 달랐다.

소네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찬성하는 일이어도 자신의 생각에 처음부터 끝까지 납득이 가지않는 것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세월이 흐른 뒤에도 과거의 나를 돌아볼 때, 그때의 결정이 옳았는가 까지를 염두해 둔다면 소네의 삶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 개인의 삶으로서는 말이다.

그런데 종종 세상의 큰 흐름을 바꾸는 사람들은 사노라는 사람이 있기에 다소 무모하지만 옳은 길로 나가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개인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의미있는 일이라면 의로운 일일 것이지만....

 

마치 운명처럼 헌책방에서 자살한 사노의 책을 손에 넣고, 사노의 편지를 읽은 사람들은 차례로 옛 기억을 떠올린다.

 

 

 

<그래도 우리의 나날 / 시바타 쇼 / 문학동네 >

 

############  밑줄 긋기  #############

 

-소네는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이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고 하면서

학생운동에 대해서 설명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하기 전까지는 학생운동에 대해 시큰둥하다.

그런 소네를 사노는 차가운 눈빛을 가진 냉정한 사람으로 여겼다.

 

- 행복에는 몇 종류가 있는데 사람은 그중에서 자기 몸에 맞는 행복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해.

잘못된 행복을 잡으면 그건 손바닥 안에서 금세 불행으로 바뀌어버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불행이 몇 종류인가 있을 거야. 분명.

그리고 사람은 거기서 자기 몸에 맞는 불행을 선택하는 거지.

정말로 몸에 맞는 불행을 선택하면, 그건 너무 잘 맞아서 쉬이 익숙해지기 때문에

결국에는 행복과 분간하지 못하게 되는 거야.

 

 

- 이미 쉰이 다 되었지만 아직 관공서에서 과장자리에 있는 사람 좋은 숙부에게는 항상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사에키가 사람들이 숙부를 중심으로 거실 테이블 앞에 모여 만드는 온화하고 단란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언제나 왠지 모를 당혹스러운 기분이 들어,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말을 해버릴 것 같은 불안에 휩싸였다.

 

- 어떤 운명을 자기 의지로 선택하여 그 속으로 뛰어들어가려는 이에 대한 경탄이었다.

 

-우리는 한동안은 망연자실한 상태로 세상에는 옳은 일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믿을 수 없게 돼버렸어요.

 

- 사노만은 그 어느 것도 아니었어요.

그는 육전협의 상처에서 외복하지 못하고, 말하자면 세상을 비곤하는 듯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캠퍼스에서 우리와 만나도 고개를 숙이고 되도록 모르는 척하며 지나가더군요.

나는 그런 사노에게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소시민성과 그걸 비판하는 양심 사이의 모순을 본 것 같습니다.

 

- 세쓰코의 관심은 옛 동료의 소식에 관한 것이었겠지만, 내가 느끼는 건 H전집의 전 소유자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당원이었던 사노는 무당파인 나(소네)를비겁하네, 프티 부르주아네 비난했지

 

- 어쩌면 사노라는 사내의 삶은 신중함이니 선택이니, 혹은 삶의 방식 따위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삶,

그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이자 죽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삶도 그런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서였을까.

사노라는 사내에게 동정심이 든 것은 그 사내에게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아서일까.

 

< 사노가 자살하기 전 소네에게 쓴 편지 속의 내용들>

 

-이런 얘길 써봐야 너(소네)는 여전히 태연한 얼굴을 하겠지. 그건 알고 있다.

그러나 나(사노)는 고등학교 2학년 때입당한 이후, 항상 너무나 냉정한 너의 시선을 느껴왔다.

나는 그 냉정한 시선에 한 번쯤 할 수 없는 뭔가를 들이대 너를 당혹스럽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나는 시위 현장에서 도망친 것은 당 방침을 비판하여 도망친 게 아니다.

단지 공포 때문에, 지금도 결코 시인하고 싶지 않은 도망이라는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 도쿄대에 들어간 뒤로는 세포회의에서나 역사연구회에서 내 주장을 똑바로 말하지 못했다.

내가 과격한 행동을 주장하거나 역사학의 당파성을 논한다면 그건 말뿐인게 아닌가.

말로만 내실의 허약함을 얼버무리려는 게 아닌가 생각했던 거지.

 

- 이른바 몸으로 때우는 성실함은 내게는 사상적 성실함으로부터의 도피였다.

당원으로 사는 생활 속에서 나는 내가 일찍이 배신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었다.

더욱이 내가 저지른 배신이 어떤 성질의 것인지 파헤치기도 두려워서

결국 몸으로 때우는 활동으로 나나을 보내며 내 양심을 조금씩 마비시키고 있었다.

 

-부사장의 너무나 어두웠던 표정을 반추하노라면,

인간의 행복이란 대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점차 마음속으로 퍼져갔다.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죽음을 생각했을 때, 그토록 어두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면 사람이 살아서 얻는 행복은 대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다.

 

- 하늘은 절반 이상 가렸고 그 어두운 하늘의 갈라진 틈으로 별이 두세 개씩 반짝거렸다.

으스스할 정도로 고요하고 희한하게 외로운 풍경이었다.

나는 전에도 그걸 본 적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멀고 먼 옛날, 몇백 년, 몇천 년도 더 전에 내게 친숙했던 풍경 같았다.

 

- 가정의 행복은 타인이 엿보아서알 수 있는게 아니지만,

사회인으로서는 더 바랄 것 없는 높은 지위와 충분한 보수와 장래의 희망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 부사장이 가기 죽음을 생각했을 때 그토록 괴롭고 쓸쓸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면, 지위며 보수며 일 같은 건 대체 무엇인가.

 

- 산다는 건 어딘가 두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아...

 

- 사노는 자기 주관에 빠져 있었어.

학생운동을 할 때도 ,S전철의 모범 사원이었을 때도, 그리고 자살할 때도,

사노가 보고 있던 현실은 복숭앗 빛 환상이거나 검은 벽이었어.

그건 어느 쪽도 우리 앞에 놓인 진정한 현실, 요컨대 결코 우리 의지대로 움직일 리 없지만

동시에우리의 행위를 아무 반향 없이 흡수하는 것도 불가능한 이 현실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이었어.

 

- 너는 몰라. 당원들에게 둘러싸여 그들의 의견과 현실의 차이를 지적한 놈이

소시민 의식이니 비계급적 의견이니 하는 꼬리표가 붙어 욕먹는 걸 견디는 게 어떤 건지.

 

-사노는 말이야. 이 편지에 내가 차가운 눈빛, 너무나 냉정한 눈빛으로 보았다고 썼지.

하지만 생각해봐. 사노가 쓴 학급회의 이야기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일이야.

고등학교 1학년이 그렇게 냉정할 수 있을까?

그 무렵 한국 전쟁과 공산당 간부 추방 때문에 갑자기 그때까지 몰랐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정치라는 것이 내 눈앞에 들이밀어졌어.

그 복잡함과 내 무지에 자기혐오에 빠질 정도였어.

내 주위에는 자신만만하게 지껄이고 행동하는 당원들이 있어서 더욱 그랬지.

차가운 눈빛 따위 보낼 여유가 없었다고. 그렇지만 한가지 지키려고 했던건 있어.

그건 아무리 많은 사람이 찬성하는 일이어도 아무리 겉으로 잘 다듬어 있어도.

내 생각에 처음부터 끝까지 납득이 가는 일 마고는 아무것도 믿지않겠다는 것이었어.

 

-사노의 편지가 내 마음에 아무런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갔을 리는 없다.

 

-우리에게는 모두 각자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과 죽음이 있다.

 

- 어느 흐린 토요일, 세쓰코가 내 하숙집에서 저녁 준비를 하다 불쑥 말했다.

나 이렇게 평생 당신 밥을 차려줄 수 있을까 몰라.” 나는 움찔했다.

그 말에는 어딘가 절망적인 느낌이 있었다.

세쓰코는 전에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때도 피곤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 세쓰코의 말 속에는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살아가는 일에 지친 듯한 느낌이 있었다.

그런 지친 삶에 대해 우리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기억하지 않는 편이 행복한 젊은 시절도 있잖아. 그것에서 기껏 도망쳐서 나이들었는데.....

 

-사노의 체험은 언제나 그런 사노의 의식 내부에서 일어나, 외부에서 사노의 의식을 깨부수어줄 수가 없었어.

 

- 스산하고 거친 날을 몇 번 반복하면서 계절은 차츰 본격적인 겨울로 바뀌었다.

 

- 나는 세스코의 무소식 속에서 내 불안의 무게를 재고 싶었던 걸까.

 

-나도(세쓰코)도 사노 씨가 잘못했다고 생각해.

그 사람도 어딘가 외곬인데가 있었어. 그래도 말이야.

내게 죽음이 찾아왔을 때 무엇을 떠올리게될까 하는 부분을 읽으니 뜨끔하더라고.

마치 나한테 하는 말 같아서.

예전부터 느끼고는 있었지만 나 자신에게 감추고 있던 말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야.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한 대답은 바로 떠올랐어. 아무것도 없다고.

그래, 내가 나쁜 건 알아. 우리가 약혼했을 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 몸을 섞어서....미안해, 이런 말을 해서.

그렇지만 역시 그랬다고 생각해. 우리는 몸을 섞는 바람에 서로 인정한 면이 있었잖아. 뭐랄까.

우리는 둘 다 이미 체념했었다고 할. 그래,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는 내가 나빠.

그런데 말이야. , 한 번 그랬다고 해서 줄곧 그래야 되는 거야?

 

- 합격은 축복이었을까.

새빨간 철쭉꽃으로 눈이 시린 봄의 캠퍼스에서 나는 평범한 기쁨과 함께 공허한 현기증을 느꼈다.

그 확실한 세계가 끝나고 그곳에는 불확실하고 아득한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 유코는 육감의 기쁨이 감각의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자기 안에 흘러넘치기 전에 그걸 억지로 선취하려는 것 같았다.

유코는 자기 몸이 남자의 눈길, , , 남자와 자신의 교류로 점점 눈을 뜨고,

어떨 때는 자기 의지에 거역하면서도 스스로 열리기를 기다리지 않고, 자기 의지로 자신에게 강요하며 내 앞에서 몸을 열었다.

그것은 긍지와 굴욕과 쾌락과 금욕이 뒤섞인 기괴한 정경이었다.

 

- 장례를 위한 모든 의식은 죽은 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산 자를 위한 것이다.

 

- 일상에 돌아왔을 때야 말로 내게는 두려운 시간의 시작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방어할 자세를 갖추고 있었다.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사실이 초래하는 일반적 충격에서 치유되어 점차 유코를 잊어갈 때

 그때 끝없이 펼쳐진 넓은 일상속에서 유코를 죽게 한 나의 싸움이 시작된다.

살을 에는 듯한 회한. 낮이나 밤이나 어둡게 똬리를 트는 자기혐오.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살 길을 찾으려고 하는 나의 싸움.

 

- 새로운 상황은 언제나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을 초래하더라고. 미리 생각해두었던 처세술 따위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더라.

 

-나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거야.

나는 그 사람들에게 미천한 지식을 전달하는 일을 하면서 한번은 무너져버린 나 자신을 다시 꼿꼿하게 세워보려고 해.

 

- 사람의 마음 속에 그렇게 자신조차 모르는 은밀한 소망이 몰래 자라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사람은 살아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의 세대에서 탈출하려는 시도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독서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오지 않는 것들  (0) 2019.09.29
스토너  (0) 2019.09.26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0) 2019.09.20
죽고 싶지만 떡뽂이는 먹고 싶어  (0) 2019.09.08
걷는 사람, 하정우  (0) 2019.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