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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스토너

 왜 그러고 살어~~이혼해!! 당장!!”

산길을 산책하는 데 뒤에서 앙칼진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또 다른 여자가 하는 말이

언니~ 난 아이 데리고 혼자선 못 살 거 같아

왜 못 살아 ~ 미영이 봐라 혼자서 아이 데리고 꿋꿋하게 사는데~”

  나는 다른 길로 꺾어 들어가서 그 뒤의 이야기는 알 수가 없다.

 

<스토너>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주인공 스토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엊그제 산길을 걷다가 들은 말처럼

왜 그러고 사느냐고 묻고 싶었다. 한마디로 스토너는 안타깝고 답답했다.

 

책을 읽기 전 옮긴이의 글이 나와있는 뒷 부분을 먼저 보았다.

1965년에 출간된 이소설은 거의 50년이 흐른 뒤에야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주인공 만큼이나 참을성이 많은 작품이라고나 할까.

 

 

옮긴이의 표현에 의하면 이 소설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그런 심정을 토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작가인 윌리엄스는 왜? 그런 삶이 어때서? 하고 되물었다고 한다.

 

스토너는1891년에 미주리 주 중부 분빌 마을 근처의 작은 농가에서 태어났다.

노동으로 인해 몸이 구부정해진 아버지는 서른살때 이미 쉰살처럼 보인 사람이고

마치 생애 전체가 반드시 참아내야 하는 긴 한 순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어머니 밑에서 외아들로 자랐다.

 

스토너는 어머니의 사촌인 짐 푸트의 농장에 가서 일을 돌봐주는 댓가로 숙식을 제공받으며 대학생활을 한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다시는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지을 생각이 없음을 부모에게 알린다.

 

대학졸업후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고 많은 청년들이 전쟁에 자원하지만 스토너는 대학에 남는다.

첫눈에 반한 여자에게 청혼하여 결혼 하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가 않다.

아내는 히스테리가 심한 여자였다.

 

느닷없이 스토너를 탐하던 아내는 두달이 지나자 남편의 손이 닿는 것 조차 참을수 없어 했다.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딸이 태어나서도 양육은 오로지 남편인 스토너의 몫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이 딸을 독점적으로 키우려 들고 스토너의 손이 타지 못하게 부녀를 갈라놓다시피한다.

부부라고는 하지만 서로 서로 상대의 마음 속엔 없는 사람이요, 투명인간처럼 살아간다.

 

대학에서는 학과장과의 마찰로 푸대접을 받지만 싸우지않고 받아들인다.

젊은 강사 캐서린과 사랑에 빠지지만, 어두운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자라면서 점점 스토너와 멀어지던 딸, 그레이스는 어느 날 임신을 해서 오고,

급한 결혼 후에 미주리를 떠나간다 사위는 입대한 지 얼마지나지 않아 전사한다.

그레이스가 임신을 하고 떠난데에는 엄마의 감옥으로부터 탈출을 위한 것이었다.

그레이스의 남편도 아내인 그레이스의 감옥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도망치고 싶어 입대를 한 것이었다.

모두 정신과 진단을 받아야 할 상황으로 여겨졌다.

 

읽는 내내 답답함도 끝부분에 스토너가 학장 로맥스에게 한방 먹이는 장면이 나와서 시원했다.

난 자네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네 물론 좋은 교수이기도 하고, 하지만 어떤 면에서 자네는 무식한 개자식일세

 

모든걸 그냥 순리대로 받아들인 스토너는 암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흐르는 강물처럼 자신을 향해 오는 모든 것에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그의 삶을 뭐라 말해야 할까?

혼란스럽다. 정말 인생이란 뭔가. 내 삶은 어떤 것이어야 하나 등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소설이다.

이 가을에 함께 하면 좋은 책으로 신문에 소개된 것을 보고 선택한 책이다.

 

 

 

 

 

<스토너 / RHK / 존 윌리엄스>

 

 

- 여름이 끝나갈 무렵, 가을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그는 부모를 만나러 갔다.

여름 농사를 도울 생각이었지만, 막상 가보니 아버지가 고용한 흑인 일꾼이

조용하면서도 무서울 정도로 열심히 일하면서 윌리엄과 아버지 두사람의 몫을 혼자서 해내고 있었다.

부모는 그를 보고 반가워했다. 그가 학교에 남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 분개하는 기색은 없었다.

하지만 윌리엄은 부모에게 아무 할 말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와 그의 부모는 벌써 낯선 타인들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 5년후 일년에 400달러를 받고 강사를 하게 되었다.

그는 5년 동안 자신의 방이었던, 푸트 농장의 손바닥만 한 다락방에서 짐을 정리한 뒤 대학 근처에서 그보다 훨씬 더 작은 방을 구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이에 미국이 전쟁에 개입할 때까지기다리지 못하고

1915년에 이미 캐나다 군대에 입대하거나 유럽연합군의 구급차 운전기사로 자원한 청년들도 수백 명이나 되었다.

미주리 대학에도 나이가 많은 편인 학생들 중에 그런 사람이 몇 명 있었다.

 

-전쟁 선포후처음 며칠 동안 스토너도 혼란에 빠져 있었지만, 캠퍼스 내의 사람들 대부분을 사로잡은 혼란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 그는 자신의 마음 속에 엄청난 무심함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전쟁 때문에 대학의 일들이 중단된 것에 화가 났다.

자신의 내명에서강렬한 애국심 같은 것은 찾을 수 없었다.

또한 독일인들을 미워하는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 내가 입대하는 건 군대에 가고 안 가는 것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야.

세상을 한바퀴 훅 돌아보고 이 폐쇄된 공간으로 돌아오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여기서는 서서히 사멸해가는 운명이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 스토너는 자신의 결정에 전혀 되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나중에 징병이 시작되었을 때도 그는 징병유예를 신청하면서 이렇다 할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많은 동료들이 자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는 알고 있었다.

학생들이 평소처럼 자신을 대하난 것 같은데도 불손한 태도가 예리한 칼날처럼 비어져 나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심지어 대학에 남겠다는 결정을 따스하게 반겼던 아처 슬론조차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차갑고 소원해지는 것 같았다.

 

-그해 1918년 여름에 그는 죽음을 자주 생각했다.

매스터스의 죽음은 인정하기 싫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유럽에서 발생한 최초의 미군 사상자 명단이 발표되기시작했다.

전에는 죽음을 문학적 사건 또는 불완전한 육체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서히 조용하게 마모되어 가는 과정으로만 생각했다.

전장에서 터져나오는 폭력이나 파열된 목에서 쏟아져나오는 피를 생각한 적은 없었다.

이처럼 다른 종류의 죽음이 존배하는 까닭, 그리고그 차이가 지니는 의미가 궁금했다.

그러다보니 예전에 친구 데이비드 매스터스의 살아있는 가슴속에서 언뜻 보았던 씁쓸함이

자신의 마음 속에서도 점점 커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저녁 식사는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핀치는 지금까지 몇 년동안 스토너가 보아온 것보다 더 붙임성 있게 굴었다.

스토너는 먼 옛날 금요일에 수업을 마친 뒤 자신과 친치와 데이브 매스터스가 한자리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것을 생각했다.

핀치의 약혼녀인 캐롤라인은 말이 별로 없었다.

핀치가 우스갯소리를 하며 윙크를 보내면 그녀는 행복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핀치가 이 가무잡잡하고 예쁜 아갔를 진심으로좋아하고 있으며 그녀가 침묵을 지키는 것은

그에게 홀린 듯이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스토너에게는 부럽다 못해 거의 충격이었다.

이디스조차 평소보다 긴장이 덜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편안한 미소를 지었으며, 자연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핀치가 이디스에게 허물없는 태도로 장난을 치는 것을 보며 스토너는 그녀의 남편인 자신은 결코 그렇게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디스는 몇 달만에 처음으로 행복해 보였다.

 

- 그는 이디스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았다.

굶주림처럼 강렬해서 오히려 그녀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런 욕망이라니,

이 욕망은 충족되자마자 다시 그녀 안에서 자라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긴장 속에서 이 욕망을 기대하며 살았다.

그 후 두 달은 윌리엄과 이디스가 유일하게 열정에 잠기 기간이엇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는 별로 변화가 없었다.

스토너는 서로의 몸을 끌어당기는 그 힘이 사랑과는 거의 관계가 없음을 금방 깨달았다.

두 사람은 강렬하면서도 냉정하고 단호하게 몸을 겹친 뒤 서로에게서 떨어졌다가 다시 몸을 겹쳤다.

욕구를 아무리 충족시켜도 물리지가 않았다.

 

- 임신 사실을 확인하기도 전에, 두 달 가까이 그녀 안에서 날뛰던 윌리엄에 대한 굶주림이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남편에게 그의 손이 닿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심지어 그가 그녀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도 마치 그녀를 범하는 행위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파티는 여느 파티와 비슷하게 진행되었다.

중구난방으로 시작된 대화는 금방 미약한 힘을 얻어 별로 상관이 없는 다른 주제로 옮겨 갔다.

웃음 소리는 신경질적으로 짧게 끊어졌다. 계속 이어지지만 서로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제 사격이

거실 전체를 뒤덮은 가운데 작은 폭탄들이 터지는 소리 같았다.

참석자들은 조용히 전략적인 위치를 차지하려는 듯이 무심하게 이곳저곳으로 흐르듯이 움직였다.

 

-그가 서재를 꾸미면서 분명하게 규정하려고 애쓰는 것은 바로 그 자신인 셈이었다.

그가 책꽂이를 만들기 위해 낡은 판자들을 사포로 문지르자 표면의 거친 느낌이 사라졌다.

낡은 회색 표면이 조각조각 떨어져나가면서 나무 본래의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더니, 마침내 풍요롭고 순수한 질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이렇게 가구를 수리해서 서재에 배치하는 동안 서서히 모양을 다듬고 있던 것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그가 질서 있는 모습으로 정리하던 것도 현실 속에 실현하고 있는 것도 그 자신이었다.

 

- 두 사람은 함께 살고 있지만 이제는 자신에 대해서든 상대에 대해서든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러 있었다.

 

 

 

 

 

-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으려 했지만 그의 머리는 그가 원하는 곳으로 이끌려 가려고 하지 않았다.

생각은 그가 들고 있는 책에서 멀어져 방황했고, 그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시간도 점점 늘어났다.

마치 그가 알고 있는 겄던 것들이 때로 모리에서 싹 비워져버리는 것 같았다.

그의 의지력이 모든 힘을 잃어버리는 것 같기도 했다. 가끔은 자신이 식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자신을 질러 할기를 되찾아줄 뭔가를 갈망했다. 고통이라도 좋았다.

 

- 나이 마흔셋에 윌리엄 스토너는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이미 배운 것을 배웠다.

 

-이제 중년이 된 그는 사랑이란 은총도 환상도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 순간순간 하루하루 의지와 지성과 마음으로 창조되고 수정되는 상태였다.

 

- 두 사람은 빛이 절반밖에 들지 않는 세상에 살면서 자신들의 좋은 점들을 드러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이 살고 있는 바깥세상, 변화화 지속적인 움직임이 있는

그 세상이 비현실적인 거짓 세상처럼 보였다.

 

-2차세계대전 직후의 면 년간은 교수로서 긍게 최고의 시절이었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그의 인생에서가장 행복한 시절이기도 했다.

전쟁에 참전했던 사람들이 캠퍼스로 몰려오는 바람에 학교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에 없는 생기가 넘치고, 강렬함과 소란스러움이 합쳐져서 학교의 변신을 이루어낸 것이다.

스토너는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했다.

나이가 많아서 이상해 보이는 학생들은 열렬하고 진지했으며, 시시한 것들을 경멸했다.

유행이나 관브에 무지한 그들이 공부를 대하는 태도는 스토너가 예전에 꿈꾸던 학생의 모습 그대로였다.

공부를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로 생각하는 모습

스토너는 지금 이 시절이 지나고 나면 결코 이렇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때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녹초가 될 때까지 즐겁게 온 몸을 바쳐 일함녀서 이 시절이 결코 끝나지 않기를 바랬다.

과거나 미래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 문체는 우아했고, 명석한 지성과 냉정함이 열정을 살짝 가리고 있엇다.

- 그는 의지를 넘어 그 흐름에 휩쓸리는 자신을 내버려두었다. 자신을 구하고 싶지 않았다.

-주름살은 노화의 증거라기보다 감수성이 들어난 표식 같았다.

 

-알약을 먹으면 통증이 조심스러운 짐승처럼 어둠 속으로물러나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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