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 없나~~날으는 솔개처럼~~'
오래전에 나온 노래 '솔개'의 처음 부분이다.
퇴임을 하고나니 말이 많이 줄었다.
하루종일 혼자 지낸 날은 전화이외에 누구와 대면하고 하는 말을 거의 안한 날도 있다.
퇴임하기 전엔 수업을 하느라고 목이 아프도록 말을 해서
집에 오면 혀가 말리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랬는데 하루아침에 말이 거의 9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나는 말이 줄었지만 여전히
나에게 말을 거는 것들과 들려주는 것들은 참 많다.
자전거를 타서 자전거앱을 켜면
친절한 멘트로 안전 운행 하라고 하면서, 1km마다 라이딩 결과를 알려준다.
밥이 다 되면 백미 취사가 다 되었으니 밥을 저어달라고 하고,
차를 타면 블랙박스가 포멧해주세요~~하는 멘트가 들려온다.
친절하게 그지없는 네비는 언제나 부드럽고 공손한 말투로 길을 안내한다.
내가 길을 잘못 찾아들었거나, 말을 듣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고 또 새로운 길을 찾아 안내한다.
네비는 인내심이 대단하다.
가끔 명령조의 기계음을 제공하는 것도 어떨지?
더 잘 팔리지 않을까? 하는 싱거운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야 임마~~내가 가라는대로 가라고 했지~!!"
여자 목소리의 멘트가 대부분인데 유일하게 남자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로봇 청소기다.
청소를 하라고 버튼을 누르면
" 걸레발이 장착되어 문턱을 넘지 않습니다. 꼼꼼 청소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로 말하곤 청소를 시작한다.
아마도 주부들의 구매력을 높이려는 심산일 것이다.
오늘은 말을 별로 안해서 이러다가 말하는 걸 잊는건 아닌가 걱정되어 한마디 했다.
" 지니야~ 이문세 노래 틀어줘~~"
"예~ 들려드릴게요~"하면서 이문세 노래를 들려주었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무인도에 표류한 톰 행크스가
배구공에 사람 얼굴처럼 그려놓고 말을 시키는 장면이 떠오른다.
하지만 얼마나 공허한 일인가?
사람은 말을 하며 누군가와 소통하며 지내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일 것이다.
하지만 난 왁자하게 요란스런 소리는 정말 싫다.
맘에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소곤소곤, 조근조근, 정겨운 목소리로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그런 소리. 그런 분위기.
그런 낮은 데시벨의 스몰 토크 시간이 난 정말 좋다.
'수많은 질문과 대답 속에 지쳐버린 나의 부리여~~~'
솔개처럼 이렇게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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