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발간 되었을 당시에는
노사모도 아니면서 너무 노무현에 경도되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자꾸 노무현 관련 뉴스나 책을 보면 안타까움에 기분도 쳐질 것 같았다. 그리고 그저 노무현을 애도하는 그렇고 그런 책이려니 하고 찾아보지도 않았다. 내용은 안 봐도 다 알 것 같은 내용이라고 여겼다. 제목도 책의 색깔도 노란색이어서 너무 직설적이라 생각되어 더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5년여의 세월이 흐른 뒤에 우연히 도서관 서가를 돌다가 뽑아 들게 된 책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그런 책이 아니었다. 노무현을 그리는 그와 있었던 일에 대해 일방적인 찬양 일변도의 책도 아니었다. 다양한 내용으로 22가지의 서로 다른 빛깔로 그려내고 있었다. 부제에 있는 것처럼 노무현의 이발을 담당했던 사람부터 식사를 담당했던 분들의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노무현과 정치적인 일로 엮이지도 않은 사람까지, 또 우리가 아는 유명인에서부터, 이름없는 촌부들의 이야기까지. 그들은 깨고 싶고, 잡고 싶고, 날고 싶고, 갚고 싶은.....그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그들의 색깔대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어느 누가 세상을 떠났다고, 이렇게 여러 가지 빛깔로 그들의 마음을 풀어낼 수 있을까? 다른 어느 누가 세상을 떠났다고 이런 식의 애도를 표할까? 노무현이 누가 보든 안보든, 어떤 자리에서건 그 마음 그대로 행동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의 노제가 열리는 시청 광장에서 평생 울 것 다 울어 버렸다. 호곡을 했더니 목구멍이 찢어지는듯했고 소매로 눈가를 자꾸 닦았더니 피가 묻어나왔다. 아무렇게나 돼도 좋다는 생각이 그때 싹텄나 보다. 노무현이 죽고 문재인 떨어지고 앞날은 더 깜깜하고 다 함께 축생의 길을 간다. 더러운 아수라장에서 토하고 싸고 뭉개는 하루하루다. 우리 아무렇게나 살자. 진짜 나쁜 취향으로다가.> 이렇게 말한 날것 그대로의 김갑수의 이야기는 가슴 저리다. 이 표현이 당시 사람들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를 잘 나타낸다고 여겨졌다. 노무현과 직접적 관련도 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이 기꺼이 이 책에 한 조각을 담당했던 것은 그 시절에 추구하고자했던 가치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노무현이 온 몸이 부서져라 뚫고 나간 덕분에, 지금 우린 조금은 편하게 가는 거 아닐까? 아직도 그 길은 정비가 다 안 되었지만 말이다. <그가 그립다 / 노무현 추모 책 /생각의 길> - 용기를 내야 한다. 혹시 여전히 두렵다면 현자의 전언을 기억하자. <두려움에 빠지면 두려움을 벗어난 후, 용기를 내는게 아니다. 두려움을 안고 하는 거다. 그것이 용기다.> - 김윤영 - 한국전쟁과 권위주의 통치를 거치고 급속한 경제개발을 경험하면서 한국인은 철두철미한 ‘호모 이코노미쿠스 ’즉 ‘경제적 인간’이 되었다. 생존을 위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이 된 덕에 물질적 부는 누리게 되었다.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원리를 신봉하며 달려왔다. 승자의 ‘먹잇감’이 된 패자는 열패감 속에 살아야 하며, ‘한탕’을 노리는 유혹에 빠져 더 불행해진다. 먹이를 확보한 소수의 승자는 승리감에 도취하지만, 이들도 끊임없는 경쟁과 축적에 대한 욕망의 노예가 되어 불안과 공허에 시달린다. 그리하여 모두가 불행하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액체근대>에서 사용한 표현을 빌리자면, ‘경제적 인간’은 “이 세상을 일회용품 물품들, 한 번쓰고 버리는 물품들(다른 인간들을 포함한 전체 세상까지)이 가득 담긴 용기처럼 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호모이코노미쿠스에의해 억압된 ‘호모 엠파티쿠스’와 호모 심비우스‘를 될살려야 한다. <조국>
- 그 끓어오르는 욕망에 들풀이 이름 없다. 하여 마구 밟힌다. 저 새들이 작은 새라하여 함부로 내쫓긴다. 나무들이 볼품없어 하여 자비없이 꺾인다. 그리고 이리저리 작은 사람들, 이름없는 인생들, 빛나지 않는 존재들이 스러진다. 서로 아프게 한다. 아프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라고 착각해서이다. 이제는 청소년들마저 빨리 원하는 것을 획득하기 위해 법이나 인륜을 잠시 눈감고 모른 체하는 것쯤은 괜찮다고 여긴다. 그러면 자신의 삶은 영원히 행복하고 안전해질거라 착각한다. 아주 잠시 동안, 아주 빠르게, 무언가를 해서 평생토록 편안히 잘 살 수 있는 것이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꿈이 되어 버린 세상. 그러한 꿈이 손가락질 대신 부러움을 받는 시대. 그렇기에 두 손과 두 발로 직접 땀 흘려 얻는 것은 너무 지루하고, 답답하게 여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 쓴 말 중 한 구절은 “내가 직접 챙기겠습니다.”였다. 그는 대통령 당선자로 시작하는 순간부터 임기를 마치는 순간까지 자주 ‘직접 챙기겠다고’ 우리에게 선언하거나 하소연했다. 그런데도 기다려주지 못한 사람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위해 직접 땀흘릴 것이라고 했으나 기다려주지 못한 마음들.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이루기 위해 직접 싸우겠다고 했는데도 기다려 주지 못한 가슴들. 굳이 변명한다면 우리가 너무 약해서 기다릴 힘이 없었던 탓에 죽을 것 같아 보챘다고 사죄하며 울어야 하나? 우리가 꿈이 너무 커서 기다리기가 초조한 나머지 소리쳤다며 괴로워해야 하나? 사람들은 사는게 힘들어서인지 정의나 평화, 평등이나 인권을 위해 싸우기에는 너무 지쳤다며 주저앉고 만다. 그렇다고 우리를 대신해 싸워줄 용사나 투사는 보이지 않는다. 어디선가 급하게 말을 타고 달려오는 소리도 없다. ......................... 내가 직접 챙기겠다며 외롭게 몸부림 친 그에게 말하자.
걱정하지 말라고, 이젠 맨발, 맨손, 맨얼굴, 맨마음으로 우리가 챙기겠다고. <다시는 울지 말자 중 ....작가 노경실>
-노무현은 분명히 학벌과 학연을 극복했으며 한 점 위축되지도 않고 사회활동과 정치활동을 하면서 자기의 삶을 꾸려왔다. 우리는 그를 학벌과 학연을 뛰어넘은 상징적 존재로 기억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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