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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제목과 저자의 나이를 본다면, 절대 손이 가지 않을 책이다. 하지만, 신문 서평을 보고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첵의 표지도 키치의 느낌이 드는, 조금은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는 1935년 생이니 연세가 80이 훌쩍 넘은 나이 아닌가.

뒷방 늙은이로 죽을날만 기다릴 70이 넘어서 사이버대학교에 입학해 수석 졸업을 하였다.

 

이근후 정신과 의사의 책이다. 이시형 박사와 1년 선후배 사이인데다가 같은 정신과 의사이며 서로 각별한 사이이기도 하다.

다른 정신과 의사의 책과는 조금 달랐다. 다른 정신과 의사의 책은 진료 경험에서 우러난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내용이 주였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나이 지긋한 선배가 삶에 대해 되돌아보며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은퇴 기념 문집 정도로 개인적인 추억담이나 성공담을 늘어놓은 책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자는 요즘에 찾아보기 힘든 대가족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대가 함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졌다.

며느리에게 거절하는 법부터 가르쳤다는 대목에서는 흥미롭게 읽었다.

잡지사에서 대가족 취재를 왔을 때 둘째 며느리인가는 본인의 사진이 들어가는 걸 거부하여 함께 사진을 찍지 않았단다.

그런 거부를 서운해하지 않고, 그렇게 개개인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데서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것일 것이다.

 

저자인 할아버지가 음식을 먹을 때 흘리는 모습을 보고 순주가 싫어하자

고깝게 생각하기는 커녕, 손주의 깔끔함에 칭찬을 보내기도 하는데 쉽지 않은 생각이라 여겨졌다.

매년 간다는 네팔의 봉사활동을 비롯해 저자가 하는 수많은 사회 공헌 활동을 어떻게 실천해 냈는지 경이롭게 느껴졌다.

나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데 그걸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분이라 여겨졌다.

따라 한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을 것 같고,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나도 책 제목처럼 내가 삶을 마감했을때 '참 재미있게 산 사람이야~'하고 생각 해준다면 참 좋겠다.

 

 

-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은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 최전방이 서울에서 이렇게 가깝다니 놀랐다. 머릿속의 생각과 현실은 이렇듯 자주 어긋나기 마련이다.

 

- 정신과 전문의 수련을 받던 제자가 나에게물었다.

 ‘선생님, 환자를 언제 퇴원시키면 됩니까?’ 그에 대한 교과서적인 기준은 있다.

하지만나는 종종 교과서에 없는 기준을 이야기 하는데 그때도 그랬다.

환자가 사랑하는 능력이 생기면 퇴원시켜도 좋습니다.”

부연하자면 정신과 에 입원하는 환자들은 대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기애가 지나친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사랑하는 능력이 생긴다는 증거는 주변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삶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의 해결방식을 더 많이 다양하게 섭렵해 간다는 뜻이다.

 

-TV에 젊은이 못지않은 노인들이 젊은 육체를 자랑할 때 감추지 못한 노화의 흔적을 보는 순간 나는 채널을 돌린다.

 

- 단언하건대. 나이듦의 상징은 육체적 쇠약에 있다.

나이들면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고 근육이 무르고 뼈가 약해진다.

거기에 한두 가지 병이 있다면 더더욱 노인답다. 그러니 노익장을 과시하는 사람들 앞에서 기죽거나 자책하지 마라.

또 나이 들어서도 젊어 보여야 한다는 강박은 되도록 빨리 버려라.

24시간 젊게 보이는 데만 신경 쓰느라 삶을 돌보지 못하면 그게 더 안타까운 일 아니겠는가.

 

-2 3의 인생? 어쩌면 소비를 부추기는 상업주의가 아닐지 의심해봐야 한다.

 

- 조울증에 시달리는 중년의 환자가 찾아왔다. 그는 대학교수로 꽤 성공한 축에 들었다.

그의 아버지 또한 전직 장관에 대학 총장을 지낸 분으로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교육자였다.

그런데 아버지에 비하면 아들의 성공은 미약했다. 아들은 아버지를 존경하면서도 아버지와 비교당하는 것에 은연중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면서도 부모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해했다.

그런데 생각만큼 환자의 조울증 치료가 잘 되지 않았다.

선배 의사에게 치료 방법에 대해 자문을 구하자 그 아버지가 죽으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버지가 살아 있으면 자식은 결코 그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선배의 말대로 훗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환자는 별다른 치료없이 병이 나았다.

자식에게 부모는 하나의 벽이다. 벽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한 자식은 성인이 되어서도 습관처럼 벽을 의식한다.

벽은 보호막도 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식의 앞길을 막아서는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첨단 시대에 노인은 보석이다, 도서관이다. ”라는 말을 썼다가는 무안을 당할 것이다.

그것은 머지않아 죽은 말이 될지 도 모른다.

삶의 노하우, 생존 방식, 온갖 정보와 지식은 노인의 머릿속이 아니라

버튼 몇 개만 누르면 결과를 자동으로 보여주는 스마트한 기기들 속에 아주 방대하게 쌓여 있다.

나이 든 이들이 젊은이들보다 스타트폰 같은 최신 전자제춤을 잘 다루지 못해 뒤처진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사고방식과 스타일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 나이를 먹으면 늙고 병들고 무기력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나이 듦의 전부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노년은 잔잔한 호수를 떠가는 나룻배다. 나룻배는 동력이 거의 없다.

젊은 날에 소진했기 때문이다. 조금 남아 있는 힘으로 저어야 하는 나룻배는 천천히 갈 수밖에 없다.

배의 속도에 맞춰 주위 풍경도 천천히 흘러간다.

 

- 우리는 내가 느낀 것을 상대도 똑같이 느낄거라고 쉽게 생각한다.

 

- 누구도 성공한 삶, 좋은 삶만을 살 수는 없다. 어떤 일도 연속해서 잘 되기는 어렵다.

실수하고 실패하고 잘못을 저지르고, 그러다. 간혹 한 번씩 잘 될 뿐이다.

지난 삶을 돌아볼 때 어떤 면을 보느냐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면과 잘한 것만을 기억한다.

특히 잘못이나 실패를 드러내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란 쉽지않다.

 

-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세가지 일은 증오를 사랑으로 갚는 것, 버려진 자를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자기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생은 내가 가고 싶은 길 앞에 기차 레일을 착착 깔아주지 않는다.

혹 정해진 기차 레일이 있다면 오히려 나를 엉뚱한 곳으로 데려갈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 진정한 긍정은 일단 나에게 일어난 상황을 수긍하고 그 다음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나에게도 늘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이런 자세가 있다면 나쁜 일이라도 최악으로 흐르지 않도록 내 마음과 행동을 움직일 수 있다.

 

- 인간은 때로 큰 불행보다 오히려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감정들에 쉽게 휩쓸린다.

이를테면 기분나쁨, 짜증, 분노, 화에 휩쓸려 하루를 망치고 나아가 일생을 원하지 않는 쪽으로 흘러가게 만든다.

그러니 곱게 나이들기를 원한다면 시시때때 부딪치는 작은 감정들을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 일본의 자녀교육 전문가 가나모리 우라코가 말했다.

부모가 자식에게 남겨 줄 수 있는 최고의 재산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부모는 정말로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았다.’고 느끼는 것이다.

 

- 텐트 한 장으로도 야영이 충분한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너무 숟가락과 젓가락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떠난다.

휴식 준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은 탓에 푹 쉬고 난 뒤에도 피곤은 여전하다. 휴식이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된 격이다.

휴식마저 사람들이 이리저리 쏠리며 비슷한 형태를 띠는 것은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면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거나 손해를 볼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 생각만 버리면 보이는 것도 많고 즐길 수 있는 것도 많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장 편하고 즐겁게 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나만의 진짜 휴식이다.

 

- 우리는 사회화 과정에서 스스로를 결점 투성이로 보고 자신에게 비판과 비난을 퍼붓는데 익숙하도록 훈련되어 왔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 대한 연민, 배려는 충분히 익히지만 자신에게만큼은 인색하다.

같은 일을 해도 남이 하면 실수지만 내가 하면 해서는 안되는 큰 잘못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정신분석학자 아들러의 열등감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열등한 존재로 태어난다.

성장하면서 이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열등감을 극복해도 또 다른 갈등에 직면한다.

이번에는 우월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획득한 우월감은 열등감을 극복할 때보다 더 큰 힘이 필요하다.

( 그러므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엔도르핀은 지금 즐거워야 생기는 것이다.

   

-야금야금 공부하고, 야금야금 일하고, 야금야금 봉사하고, 야금야금 생각하고......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걸 즐기니 지루하지 않게 오래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 재미의 세계가 넓으면 넓을수록 행복의 기회가 많아지며, 운명의 지배를 덜 당하게 된다. <러셀>

 

<나는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근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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