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 산책을 하던 중에 집어들게 된 책이다.
우연히 접한 책 치고는 꽤 선택을 잘 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 정도의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잡지사 기자를 오랜 세월 거친 내공이 느껴지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곁들여서 쉽고 재미있게 읽도록 씌여졌다.
보통 명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설 식으로 설명해주는 책들이 많은데 그런 책이 아니었다.
머리 아프게 이 작품은 어느 시대이며 어떤 미술사조 등을 골치 아프게 이야기 하지 않아서 더욱 좋았다.
그림을 통해 개인사를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작가의 감수성이 드러나는 책이다.
명화를 보면서 생각했던 물음을 함께 이야기 해보고자 쓴 것이다.
나, 일, 관계, 마음과 관련된 4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고, 전체 23가지의 생각풀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 읽어봐야겠다고 여겨질 만큼 몰입해서 읽었다.
그림 잘 그린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는 저자이지만,
기자로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해 온 지라
그림 속 인물이나 화가에게도 인터뷰 하는 형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미있는 구성으로 이뤄져서 더욱 읽기에 재미가 있었다.
내가 미술관에서 본 작품들도 있어서
그 작가와 그림에 대해 깊이를 더 할 수 있었고,
새로운 작가의 작품도 보게 되어 조금 그림에 대한 ‘앎’의 영역이 확장된 느낌이 들었고 횡재한 느낌이 들었다.
< 명화가 내게 묻다. / 최혜진 / 북라이프>
<밑줄 긋기>
- 80%의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아름다움의 요소가 있다고 대답했다. 반면에
96%가 자신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다고 대답했다.
- 수잔 발라동 : 1865~1938
프랑스국립미술협회에서 최초로 입회를 허가한 여성화가,
젊은 시절 르누아르,툴루즈 로트렉 등 인상파 화가들의 모델로 생계를 이어가며 어깨 너머로 그림을 배웠다.
정식 화가 데뷔후 약 40여년간 여성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을 드러내는 그림에 몰두했다. 화가 모리스 위트릴로 의 어머니이다.
- 자기 모습을 초라한 자기 모습 조차 자화상으로 남긴 렘브란트는 자기 전문가....
추함과 회한까지 적나라하게 기록한 자기 성찰의 본보기...
-요란하고 분주하게 보내는 낮 시간은 제게 생활인으로서의 현실감각을 요구했고,
그 현실 감각은 곧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이졌습니다.
반면 달이 지배하는 새벽은 저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내달리는 마음에 과속방지턱처럼 덜컥 브레이크를 거는 문장이 있다.
자라면서 자주 들었던 레퍼토리. “그걸 한다고 돈이 나오냐 쌀이나요냐?”
세상 물정 모르는 용감무식한 바보 혹은 금수저로 태어난 몇몇 사람이나 팔자 좋게 돈과 상관없이 자기 좋은 일을 할 거라고 말하는 목소리,
설레던 마음을 주저앉히는 내면의 검열관이 등장할 때가 있다.
그러나 무언가를 할 때마다 쓸모와 효율성을 계산하는 습관, 투자 가치를 셈하는 태도에는 이런 덫이 있다.
그런 태도를 가지면 돈벌이가 되지 않는 삶의 영역을 최소화하려고 애쓰게 된다.
노래 부를 때 행복을 느껴도 돈이 된다는 보장이 없으면 더 이상 노래 부르는데 시간과 마음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돈벌이가 안 되는 일은 별 의미 없다는 생각이 위헌한 이유는 돔벌이가 아닌 다른 모든 생산적 행위를 부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처음에, 전사와 사제들은 힘으로 강제하여 농부들을 생산케 하고 잉여를 내놓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일한 대가의 일부가 놀고 있는 사람들을 부양하는데로 빠져 나간다 하더라도
열심히 일하는 것이 농부들의 본분이라는 율리를 받아들이도록 유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 방법을 쓰게 되자 강제력을 쓸 일이 적어지고 따라서 지배에 드는 비용도 줄어들었다.
(.......) 의무란 개념은 역사적으로 볼 때 권력을 가진 자들이 그렇지 못한 자들에게
자기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주인의 이익을 위해 살도록 유도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져 왔다. <버트언드 러셀 게을름에 대한 찬양>
- 학업이나 품행이 본받을 만한 학생이란 뜻의 모범생이 조롱의 말로 쓰이는 이유는 이런 함의 때문다.
‘ 모범생은 공부밖에 몰라서 시야가 좁고 따분하다. 주어진 상황만 고분고분따른다.
이렇게 모범생을 비아냥댈 땐
모범생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성실함이라는 가치를 무시해도 괜찮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른 세계에도 그런 순간은 있다.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동료를 향해 “왜 이렇게 유난을 떨어, 주변 사람 피곤하지 않게 적당히 살자”
“뭐하러 그렇게 열심히 하냐? 어차피 남좋은 일(회사 좋은일)만 시키는거야. ” 같은 멘트를 던지며
사회생활 고수인 자신은 이렇게 아등바등 살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게 촌스럽거나 순진하다고 여기는 사람을 종종 만나왔다.
- 유진 드 블라스
이탈리아에 사는 오스트리아 화가였던 아버지 칼에게서 그림을 배웠다.
베니스에서 생애 대부분을 보냈고 베니스 아카데미의 교수로 학생을 가르쳤다.
미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아카데미의 전통과 기법을 좀중하며 예술표현에도 규제와 법칙이 필요하다고 믿었던 고전주의 화가
-로렌스 알마 타데마
네덜란드 태생의 화가로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에서 공부한 뒤 영국으로 이주해 여생을 그곳에서 보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를 이상적으로 묘사하며 당시의 건축, 의복 문화를 재현하는데 창작 에너지를 쏟았다.
로맨티시즘과 관능성 대중적 감성으로 요약할 수 있는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화가다.
- 미의식이라는 안경은 각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본 설정, ‘디폴트’로 주어졌다.
하지만 좌절하긴 이르다. 왜곡된 미의식을 교정할 수 있는 보정 렌즈 같은 예술품도 찾아보면 충분히 많다.
안경은 디폴트였지만 렌즈는 옵션이다.
어떤 렌즈를 끼고 가신의 몸을 바라볼지 선택할 권한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 내 일기가 어떤 모양이기를 바라는가?
짜임새는 좀 느슨하지만 지저분하지는 않고,
머릿속에 떠올라오는 어떤 장엄한 것이나. 사소한 것이나, 아름다운 것이라도 다 감쌀 만큼 탄력성이 있는 어떤 것,
고색창연한 깊숙한 책상이나 넉넉한 가방 같은 것이어서 ,
그 안에 허섭쓰레기 같은 것들을 자세히 살피지 않고도 던져 넣을 수 있는 그런 것이기를 바란다.
한두 해 지난뒤 돌아와 보았을 때, 그 안에 들어 있던 것들이 저절로 정돈이 되고,
세련되고, 융합이 되어 주형으로 녹아있는 것을 보고 싶다.
정말 신비스럽게도 이런 저장물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곤 한다. <버지니아 울프 ‘어느 작가의 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