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참 기발한 생각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의 생각이 참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작가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론 꼬집듯이 요리해서 내놓는다.
그런데 그 요리들이 퓨전요리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살짝살짝 비틀고 내숭떨고 모르는 척 한다.
그래서 재미가 있다.
이를테면
-찾아간 식당의 위생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파리도 가끔 유용하다고 위생상태 엉망인 식당을 유쾌하게 비꼰다.
또 초고속 인터넷 완비 라는 팻말을 걸어놓은 러브호텔에서 왜 초고속 인터넷이 필요한지 모르는척 내숭을 떤다.
예비군 훈련을 갔다온 사람들 누구나 공감하는 예비군 훈련 이야기도 재미가 있다.
아무데서나 소변을 보는 행태를 영역 표시라고 하고
아무튼 읽고나면 조금은 세상을 자유롭게 해석하는 한 사람을 알게 된 듯하다.
조금은 사고의 폭이 넓어진 느낌도 들었다.
프랑스의 컬럼니스트가 소개한 101가지 철학 체험 중에
자기 이름 크게 부르기 20 분 동안 이 있었다.
가능할런지 모르겠지만, 한 번 아이들에게 시켜볼까?
-인생의 버스는 항상 엉뚱한 곳에 우리를 내려 놓는다.
- 한마디로 흰 고양이들은 이 세상 것이 아닌 느낌을 준다.
그냥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일상을 동화적 차원으로 만들어 버린다.
-엘리베이터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빌딩 이용자를 무작위로 뽑아 무게를 재는,거인의 저울로 기능한다.
엘리베이터는 어쩌다 모인 다중의 무게를 재고 그 합계를 말해주는 유일한 대형 저울인 것이다.
- 나이를 먹는다는 건 상상 속의 존재들과 이별하는 것이다.
아마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사라졌던 비행기가 다시 나타났다는 신문 기사를 보게 된다 해도
옛날처럼 그렇게 흥분하지는 못할 것이다.
-앞으로 나타날 신종 개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대해 말하고자한다.
개인의 생각이 머리 위 허공에 말풍선으로 나타난다는 말이다. 후후
-버나드 쇼는 헌 책방에서 발견한 자기 서명본에다 다시 서명을 하여
그것을 내다 판 주인에게 친절하게 우편으로 보냈다.
“감사 다시 드립니다. - 자신이 서명한 책을 헌책방에서 발견한다는 것은 곤혹스런 일일 것 같다.
-새 책이 나오면 그 책을 분류하여 진열을 한다.
한 서점 주인은 [은어낚시 통신] 을 낚시 책들 사이에 꽂아 놓은 직원을 심히 꾸짖었다 한다.
“이 사람아` 통신이잖아, 통신!”이라고 외치며 컴퓨터 통신 코너에 손수 꽂았다는 믿지못할 이야기도 있다.
-파리는 가끔은 유용한 일을 한다. 찾아간 식당의 위생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비둘기 마음은 콩밭에 가 있고 며느리 마음은 서방에게 가 있다.
-우리는 물건을 사는 순간 시간도 지불하게 된다는 사실은 쉽게 간과한다.
예를 들어 서점에서 만 원짜리 책을 사면 우리는 그 책을 읽을 시간도 채무의 형태로 지불하게 된다.
당장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 책은 언젠가 우리의 시간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읽지 않고 꽂아두더도 그것은 언젠가 시간을 잡아먹게 된다.
왜냐하면 책장 정리, 이사,재활용, 판매와 같은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그것은 책을 사지 않았다면 들지 않았을 시간이다.
컴퓨터 게임은 어지간한 책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옷도 그렇다. 입어보고 세탁하고 말리고 다리고 다시 입는데 시간이 든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물건을 살 때마다 마음 속으로 마이너스 3시간 마이너스 6시간 이렇게 되뇐다고 한다.
시간을 절약 해준다는 전자 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설명서를 읽고 사용법을 익히고 옛날 것을 갖다 버리느라 하루가 간다.
이런 경우 시간이 돈이 아니라 돈이 시간일 텐데, 오늘도 나는 뭔가를 사려고 궁리를 하고 있다.
-.홍명희가 번역한 레미제라블은 그 제목이 <너 참 불상타>
-앞으로 베이징이나 상해, 후코오카로 떠나는 흡연 관광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프랑스의 어느 신문에서 사람들에게 물었다.
“당신은 여름 휴가에 대해 얼마나 정직합니까?”
결과는 의외였다.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이 휴가를 다녀와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일로 죽도록 고생하고는 이번 휴가는 끝내줬다고....
<랄랄라 하우스 / 마음산책/김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