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집에 있다 답답해 바람을 쐬러 나왔다.
우르릉 쾅~~
하늘이 갑자기 한밤중 처럼 캄캄해지고 돌풍이 불고 비가 흩뿌린다.
발길에 채여 부서진 낙엽 부스러기들이 푸슬푸슬 떠올랐다 이내
보도 블록 사이로 쓸려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을씨년스러움만 느끼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허허롭다.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 편엔 빨간 석양이 물들어가면
놀던 아이들은 집으로 하나 둘씩 돌아가는데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목을 긁어대는 전인권의 목소리가 지나가고,
한참동안을 찾아가지 않은 저 언덕 너머 거리엔~~~
부활의 노래가 뒤를 잇는다.
들어오니 언제 그랬냐 싶게 해가 비친다.
나를 빨리 들여보내려는 수작이었나 보다.
짧아진 가을 햇살이 점점 기울어
가늘어진 빛 한 줄기가 들어올 뿐인, 가을 오후가 가고 있다.
터널을 지났다 싶으면 다시 터널이고,
이제 완전히 벗어났나 싶으면 다시 터널로 들어갔다.
무겁게 젖은 옷을 껴입고 지내고 있다.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내사랑 내곁에.....가 흐르고
그 다음 선곡은 요즘 매일 듣는 유키구라모토다.
어떠냐고 문자가 왔다.
괜찮다고 답을 보냈다.
별로 괜찮치 않게 느꼈는지 기어코 전화를 한다.
지금 나는 가을을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