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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갑순이 이야기

아들이 근무하는 장흥군 관산보건지소에서 키우는 강아지.

아이는 그 강아지에게 갑순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누군가가 어린 개 두 마리를 보건지소 앞에 놓고 가며 인연이 된 갑순이.

아마도 유기된 개와 고양이를 잘 돌보고 먹이를 주는 걸 알고 놓고 갔던가보다.

보건소에 오신

한 할아버지가 두 마리 중에 갑순이를 데리고 가겠다고 하셔서 데리고 갔는데

다음 날 바로 다시 데리고 왔단다. 밤새 하도 갑순이가 울어대는 바람에......

그래서 갑순이를 보건지소에 놔 두고 다른 강아지를 데리고 가셨단다.

그렇게 다시 오게된 갑순이는 아이를 보고는 반가움에 어쩔줄 몰라 하더란다.

아이는 우유를 타서 먹이면서 어린 갑순이를 아기 키우듯 키웠고

이젠 힘이 넘쳐나고 목청도 엄청크고 단단해졌다.

 

이미 길고양이 새끼 두 마리를 키우는데 이제 강아지가 생긴 것이다.

갑순이는 특히 아들이 나타다면 매번 꼬리를 마치 바람개비처럼 돌린다.

개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하는 행동이란다.

마치 몇 년만에 보는 반가운 만남처럼.

 

산책을 다녀와서 줄에 묶어놓고 들어올라치면

아이가 안 보일 때까지 안타까운 소리를 내 뱉는다.

아이가 문으로 들어가면 2층 숙소로 올라가기 직전에 복도 끝의 투명한 쪽문 쪽으로

아이의 모습을 보려고 필사적으로 내 달린다.

그리고는 복도를 지나가는 아이에게 헬리콥터 처럼 또 꼬리를 흔든다.

그러면 문 틈으로 간식을 주어 진정시키는 것으로 헤어짐을 마무리한다.

 

그런 갑순이를 대하는 아이의 태도도 지극 정성이다.

산책을 나가면 본인 물은 안 챙겨도 갑순이 물통은 꼭 챙긴다.

나도 처음으로 강아지 물통이 있다는 걸 알았다.

 

갑순이가 아프면 먼 목포 동물 병원까지 차를 몰고 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승용차로 한 시간이 더 걸리는 거리를 말이다.

 

이제 임지에서 임기가 끝나면

갑순이를 어찌해야 하나?

벌써부터 걱정이 가득하다.

아무나 갑순이를 달라고 하면 식용(?)으로 쓰려고 할려는 사람일까 봐 걱정도 된단다.

그런데 이 갑순이가 덜컥 임신을 하였다.

 

그리고 오늘 개천절.

하늘이 열린 날.....갑순이도 5마리의 새끼를 낳았단다.


갑순이는 새끼 5마리에게 젖을 물려주며 돌보고

그런 갑순이를 위해 아이는 사골국을 끓여주고 있다며 사진을 전송해 왔다.

 

불쌍한 강아지,

불쌍한 고양이

모두 어찌 데리고 살려 하는지......나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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