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디스플레이가 아직도 한참 남은 성탄절 풍경으로 바뀌었듯
계시던 요양원에서 마지막으로 색칠하신 그림도 산타크로스였다.
모두들 저마다의 심정으로 이별을 했지만,
가장 애닲아 하시는 분은 자주 통화하던 언니를 잃으신 처이모님이신듯
내내 표정과 몸짓이 처연하다.
살아있는 우린....꾸역꾸역 남은 날들을 살아 갈 것이다.
하지만 우울한 나날이다.
옆에선 엄마 생각에 이따금씩 훌쩍거린다.
한다리 건너서일지..... 사위인 나는 직접적이지 않고
그 훌쩍거림에 찡~~할 뿐이다.
#######
계시던 요양원에서 연락이 왔다는 전화를 받고 갔더니
방금전 요양보호사와 함께 119에 실려 병원으로 가셨단다.
가까운 A병원이지요?
아니요~ 그동안 B병원을 다니셔서 B병원 일텐데요.....
그래요?
잠깐만요. 전화 해볼게요.
아하~ 맞네요. A병원이군요.
죄송해요. 전화 안 걸어봤으면 큰일 날뻔했네요.
서둘러 택시를 탔다.
도착해서 카드로 교통비를 지불하고 내렸는데 헬싱키에 있는 마가렛에게서 카톡이 왔다.
무슨 일로 택시를 탔어요? 어디 아파요?
내가 차를 몰고 가거나 전철을 타지 혼자 택시를 탄 적이 없음을 아는지라
택시를 탔다는 것은 몹시 다급하다는 것일텐데....... 하는 궁금증에 연락이 온 것이다.
내가 카드를 사용을 하면 그 상황이 마가렛 휴대폰에 전달이 되고 있는 것.
답이 없자 불안했던지 이내 보이스톡이 울린다.
응~~지금 응급실이야.
사람 알아보시고 말씀도 하셔.
춥고 배가 아프다고 하시네.
알았어. 우리 푸랑크푸르트로 비행기 갈아타러 가는 중이야.
하루만 있으면 만나겠네~~
전처럼 며칠 지나지 않아 퇴원하셔서 요양원으로 가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런데 바로 다음날.....영면하신 것이다.
공항에서 집 들르지 말고
장례식장으로 바로 와~~
여기 다 준비 되어 있으니까.
불행 중 다행으로 한 주에 한 번 엄마를 찾았던
두 딸도 함께 입관의식을 치룰 수 있었다.
얼마나 더 지나야 우울한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몸도 마음도.....탄력을 잃은 고무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