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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오해와 다름

 언젠가 가방을 들고 전철을 탔을 때의 일이다.

내가 서 있는데 내 앞에 앉은 사람이 가방을 받아 주겠다는 손짓을 했다.

내가 가방을 그에게 건네자 뜻밖에도 그는 왜 내게 가방을 건네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멀뚱히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마지 못한듯 내 가방을 받아주었다. 나도 머쓱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알고보니 그 사람은 말을 못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가방을 받아줄테니 달라는 손짓으로 생각했던 것이 실은

그가 건너편 사람과 주고받는 수화 동작이었다.

가방을 건네고 난 뒤에야 내가 그의 손동작을 오해 했음을 알았지만

다시 내 가방을 돌려달라고 하기도 멋쩍어서 그냥 두었다.

그도 내 가방을 얌전하게 안고 있었다.

 

이렇게 내가 오해했음을 바로 알게되는 경우는 그래도 다행인데

살아오면서 내가 남을 오해했던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또 그와 반대로 남이 나를 오해했던 경우도 그만큼 많았을 것이다.

 

세상사 모든 일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할 일이 참 많은 것 같다.

더더욱 세상 모든 일에 딴지 걸기에는 너무 복잡다양해져 가고 있다.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각자 쌓아온 경험치와 기존에 입력된 정보들로 인해 만들어진 색안경을 끼고 판단하기 때문에

똑같은 상황에 직면해서도 각자 다르게 생각하는 건 얼굴 모습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 일것이다.

 

그게 아니고..... 하면서

내 사정과 상황을 이야기 하고 답답함에 내 속을 까 뒤집어 보여주고 싶어도

속을 뒤집는 동안에 시간과 상황은 빠르게 흘러 가버리고 만다.

그리고 빨리 처리해야 할 일과 즐길 일들 속에 치이다보면 곧 지금의 상황을 잊게 되기도 한다.

때때로 과거로 돌아가 "그건 오해야~~!!"

이러고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남이 나를 오해한 경우와 내가 남을 오해한 경우,

그 모든 경우의 사정과 이유를 다 알 수도 없고, 알려고 하는 짓도 부질없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살까 하나하나 설명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평상시에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를 쌓고, 서로 다름을 인정한다면 그만큼 오해를 사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서로 다른 모양의 수많은 자갈들.......... 그 다양한 모양만큼이나 사람들의 생각은 서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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