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멀리 떠나온줄 모르는 친구가 새벽에 전화를 했다.
잠결에 받지는 못했지만 그 바람에 잠이 깼다.
친구에게 여행 왔음을 메세지로 알렸다.
뭐? 베를린? 누구하고?
ㅎㅎ인생을 제대로 즐기고 있구나~~
ㅎㅎ즐기고 있느냐고? 가방을 잃었어~~ 뭐?
우리 짐을 훔쳐간 녀석들은
우리 짐을 열고서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훔친자와 빼앗긴자.
그들은 내가 여행 틈틈이 보려던 책을 보고는 뭐 이런 글자가 다 있어?
희한하게 생겼네~~그래서 우리 한글을 알리는데 조금 기여했을까? 내가....
내가 매일 먹던 맥심골드 봉지 커피는 그들 입맛을 사로 잡았을까?
김치를 보고는 열어서 먹어보기나 했을까?
아마도 냄새에 기겁을 하고 내다 버렸을 것이다.
내 옷을 들어보고는 이거 애들 옷이야? 어른옷이야? 이랬을지도 모르고
프랑크푸르트 벼룩 시장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전화로 인해 달아난 잠시간을 이런 저런 상상을 하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첫날 아침인데다 먹을 거리가 없었던 우린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나는 빵과 삶은 계란과 과일로 아침을 먹었지만
옆에선 입맛이 없는지 빵 한조각과 커피만 마시고는 별로 먹고 싶지 않단다.
괜히 호텔에서 먹었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 식사였다.
걸어서 국회의사당의 전망대를 갔다.
입장은 무료지만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예약을 하고 베를린 거리를 살펴보기로 했다.
근처 공원에 추모 연못이 있었는데 단순했지만 추모의 분위기가 나게 조성해 놓았다.
백화점에 들러 가장 급한 옷부터 샀다. 속옷과 바지와 양말을....샀다.
그리하여 나는 우쭐함과 우울함이 섞여 있는 독일제 팬티를 입고 있게 되었다.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45유로를 지불하고 말이다.
과일과 음료를 사는 중에 나는 우유와 콘프레이크를 집어 들었다.
밥을 대신 할 만한 것을 찾기 위함이었는데 집어 들고 생각해보니
음식을 공급받는 느낌? 험하게 말하면 사육당해 사료를 먹는 가축이 연상되었다.~~ㅎㅎ
자동차가 움직이기 위해 주유를 하듯, 나도 움직이기 위해 뭔가를 넣어야 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살해된 유태인들을 위한 기념물....
국가 사회주의 하에서 살해된 사람들을 위함 기념물등.....
많은 추념비와 추념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다시는 되풀이 말자는 그들의 다짐을 보는 듯했다.
나에게는 동서로 갈라졌던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주는 첫날의 이미지였다.
베를린 역앞에 있는 서로 대조되는, 떠나는 두 가족.....희망또는 절망....
국가사회주의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추념하는 기념 연못
부란덴브르크 문
숙연해지는 공간.......콘크리트 구조물 사이사이....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광장 희생된 유태인들을 위한 기념광장.....마치 관을 모아놓은 것 같은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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