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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독일 - 프랑크푸르트에서 베를린으로

우린 넋이 나간 상태로, 1등석 표를 들고 있음에도

2등석에 앉아 있다가 자리 주인에게 쫓겨나 다른 빈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창 밖만을 쳐다보았다. ~~~ 한숨이 절로 나왔다.

우리가 2등석에 앉아 있다는 사실도 나중에서야 알았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 이 기차가 서울 돌아가는 기차라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만사 제쳐놓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내가 어렸다면 아마도 꺼이~ 꺼이~ 울었을 것이다.

돌이킬 수 있다면 한 시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한 시간 전만해도 우린 룰루랄라다음 도시인 베를린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냥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천당에서 바로 지옥으로 내 동댕이쳐진 기분이었다.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아침에 우린 남매들 단톡방에 우리가 찍은 사진을 전송하고

베를린 가려고 짐을 싸고 있는 중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예약했던 시간보다 빨리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 도착하여 기차를 기다리다가 도착한 기차에 올랐다.

캐리어를 짐 칸에 넣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고개만 돌리면 캐리어가 보이고

집사람은 고개만 들면 캐리어가 좌석 사이로 보이는 가까운 위치였다.

 

잠시 유레일 카드에 행선지를 기록하는 그 짧은 순간,

프랑크푸르트를 쓰고 베를린의 B까지 쓰는 불과 20여초나 지났을까?

고개를 든 집사람이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캐리어가 없어 졌어~~!!! 어떡해~~!!!! ~~!!!!

난 튀어 오르듯 일어서서 뒤돌아보았다.

거짓말처럼 방금까지 있던 내 캐리어가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세상에!! 이럴 수가!!

달랑 집사람 캐리어 하나만 남아 있었다.

사진 작업을 통해 내 캐리어만 지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여행에 없어서는 안 될 것들,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로

짐을 줄이고 줄인 20Kg의 내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이 들어있는 내 여행 가방이.....

 

순간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기차에서 뛰어내린 나는 두리번거리며 기차역 입구 쪽으로 뛰었다.

허둥지둥 집사람은 맨몸으로 뛰어나가는 내 뒤를 내 배낭과 캐리어를 끌고 내려왔다.

마침 경찰차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어 차를 세우고

가방을 잃었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우리와 달리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차분하게 손가락으로 기차역 왼쪽 편을 가리켰다.

우린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경찰 지구대 같은 곳으로 뛰어갔다.

 

젊고 키 큰 독일 경찰은 우리 이야기를 듣더니 코팅이 된 용의자 사진첩을 들고 나와서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비슷한 사람이 있는지를 물었다.

나이든 사람, 젊은 사람, 여자까지 있는 용의자 사진을 넘겨가며 물었지만

젊다는 것 빼고는 우리가 아는 것이 없었다.

 

그것만 모르는게 아니라 내 가방이 뭐가 들어있는지 묻는데도 제대로 답변을 못했다.

내가 어리버리 한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혼이 빠진 상태였다.

 

꽁지머리를 한 키큰 젊은 경찰은 친절하고 세심하게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고 서류를 작성해 주었다.

파리에서 가방을 도난 당했을때 찾아간 파리 경찰서의 여자 경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친절함과 경청이 문제 해결의 직접적 열쇠는 아니겠지만 위로가 되어 한결 마음을 진정시킬 수는 있었다.

우린 터덜터덜 역벤치로 돌아와 다음 기차를 멍한 표정으로 앉아 기다렸다.

 

기차에서 내 앞에 앉은 파키스탄에서 왔다는 젊은이는 우리 이야기를 듣고는 눈이 동그래졌다.

우린 아무에게라도 이야기를 하고 위로받고 싶었다.

그런데 잠시후 어떤 사람이 기차에 오르더니 우리더러 자기들 자리라면서 예약한 종이를 내보였다.

우린 예약되어 있지 않은 다른 자리로 쫓기듯 옮겨 앉았다.

그제서야 우리가 2등석에 앉아 있음을 알았다.

 

검표를 하던 승무원은 1등석에 자리가 한자리 밖에 없다고 자리가 나면 알려주겠다며

음료수를 마실 수 있는 쿠폰을 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지금 음료수, 1등석, 2등석...... 그까짓 것들은 우리 머릿속에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

 

머릿 속에는 기차를 기다리느라 앉아 있을때 우리 주변을 배회하던 의심스런 젊은이들과

기차에서 자꾸 시야를 가리는 듯한 행동을 하던 이들.....우리 뒤를 승객인 양 타고

우리 시야를 가린후 짐을 들고 튀었을 그들의 옷 무늬들.....그런 것들만 자리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신들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오늘 같은 날은 심심해서 신들도 주사위 놀음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이 사진을 찍고 기차에 타자마자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