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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17일째 기록 - 싸이렌세스터에서 런던으로

 싸이렌세스터를 떠나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영국인 주인 부부는 내가 생각한 영국인답게 일절 우리에게 간섭을 하지 않았고 가능한 눈에 뜨이지도 않았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있는 동안은 우리 집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 주었다.

우리들이 요구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첫날엔 우리가 외출한 사이에 청소하고 시트도 갈아주고 그러는 건 아닌가? 했지만 그런 흔적은 없었다.

우리가 수건 바꿔주세요. 세탁기 사용법 좀 다시 알려주세요. 하고

요청하기 전엔 절대로 우리 숙소에 들어오거나 먼저 필요한 거 없느냐고 묻는 법도 없었다.

 

우리네 정서로 생각하면 야박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편한 점도 많았다.

 

캐리어를 끌고 버스 정거장으로 가는데

어떤 집 앞에 예쁜 유리등 하나가 가져가도 좋다는 종이 쪽지와 함께 놓여 있었다.

집사람은 탐내했지만 그 멀리서 들고 올 수도 없는 크기여서 어쩌겠는가?

 

올 때와는 달리 버스에는 빈 좌석이 거의 없어서 둘이 따로 떨어져서 앉았다.

앞에 앉아 있는 여자 3명은 향이 아주 짙은 향수를 뿌렸는지 강한 냄새가 났다.

그리고 큰 소리로 떠들며 쉬지않고 먹었다. 공공장소에서 조용하기로 유명한 영국인 답지 않았다.

냄새와 쉴 사이 없이 떠드는 소리에 차까지 막혀서 약간 멀미 기운까지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서 내 뇌의 기능은

구구단 중에서 3×3=9는 가능했겠지만 아마도 이때, 8×6을 물었다면 대답을 못했을 것이다.

2시간 20분이 걸려 런던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우리가 묵을 장소는 런던 정경대학교 기숙사다.

우리나라처럼 대학의 캠퍼스 같은 개념이 아니다.

겉에서 보면 다른 건물과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1시에 도착했는데 체크인 시각이 3시여서 아직 두 시간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우린 짐을 맡기고 카페에서 점심으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었다.

방전되었던 몸도 회복되었고, 이젠 9×6하면 54도 바로 나올 정도로 호전되었다.

 

주변 상가를 돌아다녔다.

주방 기구 파는 상점에서는 이것 사고 싶다, 저것 사고 싶다.

하지만 나는 사고 싶다는 것마다 딴지를 걸었다.

오렌지 짜 먹을 일이 얼마나 된다고 그걸 사. 회오리 모양으로 채 썰어 먹으면 맛이 다른가?

뭐하러 사. 그래서 뭘 샀던가?

 

시간이 되어 짐을 가지고 숙소로 올라갔다.

지난번 대학 기숙사와 크기는 비슷했으나 여긴 아침은 제공하지 않았다.

나와서 여전히 사람으로 북적거리는 닐스가든에 갔다가 대영박물관에 다시 갔다.

오늘은 아시리아 유적과 모아이 석상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아시리아는 어떻게 된 걸까? 1차 세계대전과 관련이 많은 것 같아서 나중에 더 알아봐야겠다.

 

돌아오는 길가에는 영국 펍문화가 어떤 것인지 책에서만 보았던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퇴 근 이후 술 한 잔씩 들고 길거리에 서서 수다들을 떨고 있다.

술집 앞마다 예외없이 다 들 밖에 서서 삼삼오오 술잔을 들고 이야기 삼매경이다.

멀찍이서 보면 무슨 구경거리 생긴 모양새다.

이제 런던에서 또 다른 날들이 시작되었다.

 

 

대영박물관.....모아이 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