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런던의 숙소인
LSE (The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라고 씌여있는 런던 정경대 기숙사.
여행 이후 참 많은 날들이 지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불과 보름 전에 있었던 파리에서의 일들이 아주 먼 과거의 일처럼 여겨진다.
왜일까?
하루를 보낸다는 것을 무엇으로 채우는 일이라고 할 때
여행자의 하루는 압축 토큰 티슈로 하루를 채운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에 풀어 놓으면 수 십 배로 늘어나는 압축티슈 말이다.
그래서 첫 기착지인 파리에서의 일이 아득히 오래 전 일처럼 여겨진다.
매일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여행지에서
새로운 경험과 맞딱뜨린 것들이 알게 모르게 머리에 입력되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지식이 되고, 궁극에는 발효되어 지혜로 쌓인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훗날 아주 나이가 많이 들어 그 압축된 티슈들을 천천히 풀면서 추억을 되새김질 할 날들이 있을 것이다.
주말이라 다시 또 지하철을 타고 노팅힐게이트 역에 내려서 포토벨로 마켓에 갔다.
지난 번처럼 사람이 많았지만 그때보다 선선하고 그때보다 컨디션이 좋아 천천히 둘러보았다.
거리엔 포토벨로마켓 150주년이라는 플랑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샛길에서는 영화 노팅힐의 줄리아 로버츠나 휴그랜트처럼 집들을 배경으로 환한 표정으로 사진들을 찍고 있었다.
지난 번에도 들렀던 활자 파는 곳에서 아들 내외 이니셜을 활자로 고르고 서랍 손잡이도 샀다.
야드로 인형과 네오 인형을 파는 곳도 찾았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사지 않았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지만 가격대가 맞지 않으면 체념할 수밖에 없다.
로또 당첨되면 우리 스페인 야드로 본사에 가서 사자.~~ㅋㅋ
로또? 산 적도 없으면서~~ㅋㅋ
화장실이 급하면 To let(셋집)라고 씌여진 간판 글자를 알파벳의 i가 빠진 Toilet(화장실)으로 착각하기 쉽다.
화장실을 못 찾아서.......겸사 겸사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쉬었다.
지하철을 타고 와서 테이트 모던(현대미술관)에 갔다.
파리에는 퐁피두센터가 있다면 런던에는 테이트 모던이 있다.
차이도 미세하고 매번 작품들이 바뀌니 뭐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아마추어인 내가 굳이 비교를 해 보면 나는 파리의 퐁피두센터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둘 다 파격적이고 실험 정신이 가득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지만 테이트 모던은 아직 덜익은 듯한 억지스런 작품들도 많았다.
반면 퐁피두센터는 조금은 선별이 된 느낌이다.
이런 곳에서 걸러지고 검증이 되면, 아주 먼 훗날 박물관에까지 걸릴 것이다.
테이트 모던에서 우리나라 묘법 시리즈로 유명한 화가 박서보의 작품도 걸려 있었다.
전시작품을 둘러보다가 전망대에 올라 런던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개성을 자랑하듯 현대식 높은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 있고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건물이 건설되고 있었다.
나중에는 역사가 그리 오래지 않은 뉴욕과 비슷한 도시로 변해있을지도 모르겠다.
기숙사로 돌아와 빨래를 하려고 지하 빨래방에 내려갔더니
빨래를 하려면 인터넷으로 신청하고 카드를 발급받고 절차가 복잡했다.
그냥 버티고 손빨래로 대충 해결하기로 했다.
쌀을 사는 바람에 밀가루가 남아서 우린 조개를 사서 국물을 내고 수제비를 끓여먹기로 했다.
조개를 사면서 섬나라인 영국에서 왜 생선을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생선이 싱싱하고 많다면 생선을 사서 먹으리라.... 그리 생각했는데 말이다.
영국에서 수제비를 끓여 먹는 맛이......오히려 이국적이다.ㅎㅎ
다시 들른 포토벨로 마켓에는 150주년 플랭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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