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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친구가 좋아? 돈이 좋아?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되는 한무리의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지나간다.

한 아이가 무엇이 좋은지 말하는 이야기 놀이를 시작한다.

콜라가 좋아? 사이다가 좋아?  하나 둘 셋!!...

그러면 주변의 나머지 아이들이 일제히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이었다

콜라든, 사이다든 많은 아이들이 소리지른 것으로 결정되는 말놀이다

그럼 '콜라'가 많으니까 콜라가 정답이네.

그러면 또 다른 아이가 묻는다. 컴퓨터가 좋아? 스마트폰이 좋아? 하나 둘 셋!!

짜장이 좋아? 짬뽕이 좋아? 하나 둘 셋!! 이런 식으로 끝없이 무엇이 좋은지 묻는 것이었다.

가는 방향이 같은 나는 조금 떨어져서 그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갔다.

 

그러다가 한 아이가

친구가 좋아? 돈이 좋아? 하나 둘 셋!! 

그런데 모든 아이들이 큰 망설임 없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한 것은 '돈'이었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어도 일찍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중요성을 체득했을 것이다.

선망의 대상이 되는 판검사,변호사,기업의 회장 사이의 수십억 돈이 오가는 모습을 뉴스를 보고,

돈 때문에 은연중에 하는 부모님의 걱정스런 소리를 듣고,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스포츠 스타들의 연봉이야기도 그렇고 우승 상금 소리도 그렇고

아이들이 돈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이야기들은 널려 있으니 말이다.

 

한비야가 쓴 책에도 이런 글이 등장한다.

우리국민 40% 이상이 행복의 제일 조건은 돈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달 수입이 400만 원이 될 때까지는 행복지수가 급상승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오히려 더 낮아진다고 한다

그 돈을 벌기 위해 가족,친구들과의 인간관계가 소홀해지기 때문이란다

다시 말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돈은 행복을 주지만 계속해서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돈에 대한 사고 못지않게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서 이게 좋은지 저게 좋은지

둘 중 하나를 빨리 선택해야만 하는 수많은 경우와 만나는 우리의 삶에서, 그냥 내 생각없이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도 큰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내가 모르는 것이 올라와 있으면 이게 뭐지? 이러면서 클릭하고

가장 많은 사람이 본 기사와 가장 댓글이 많이 달린 기사를 먼저보게된다.

 

내가 곰곰히 생각해서 결정을 내리고 내가 내린 결정에 책임을 다하는 태도도 필요할 텐데...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끝없이 새로운 결정을 내릴 상황이 생기다보니

인간의 능력의 한계에 도달해 앞으로 중요한 의사 결정은  AI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런지도 모른다.

그동안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가 축적이 된 정보 속에는 나보다 더 잘아는 내가 별도로 존재할테니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단순한 삶이 가져다 주는 인간다움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그런데 난 점점 더 흥미로운 것들을 쫓다가 복잡한 미로 속으로 들어와 버린 기분이 든다.

가만히 있으면 약간 불안하고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리하여 도저히 단순한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그런 일상이 반복되고 있는 듯하다.

 

오늘하루....뭘 할까? 보다 뭘 하지 않을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꼭 필요한 일만 해볼까?  씻고,먹고,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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