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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저글링

 

 

 

 

 

 나는 주머니에 여러개의 구슬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 구슬들을 가지고 종종 저글링을 하기도 한다.

비가 오는 우울한 날엔 검은 공을 가지고 저글링을 하고

또 화창하고 기분이 좋은 날엔 희거나 붉은 공을 던진다.

 

나만 그런게 아니고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저글링을 한다고 생각하다. 나는....

 

그런데 어떤 날은.......또 다른 어떤 날엔 말이다.

내 맘과 전혀 다른 공을 일부러 꺼내서 저글링을 할 때도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게 내 맘이려니 하고 생각한다. 아니, 생각할 것이다.

 

내가 담장 밖에서도 보일 정도로 높이 밝은 공을 던져 올린다고 내 기분이 항상 좋을 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들고 그냥 그러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어떤 공을 꺼내서 저글링을 하는 가는 내 맘이다.

아주 사소한 일로도 구슬의 색깔이 달라지기도 한다.

 

클레오파트라의 <사랑할수록>을 듣다가 애잔해지는 마음에 짙푸른 초록색 공을 던지기도하고

투수 권혁이 마무리로 나와서는 그만, 블론세이브라도 기록하는 날이면 TV를 끄고

어린애처럼 사정없이 회색공을 집어 높이 던지기도 한다.

 어떤 날은 바둑을 두다가 계가를 요청하고 승패를 결정짓는 짧은 순간....

모니터 화면엔 1집반 승리하였습니다.라고 뜨는 순간 마구마구 형광색 공을 던지다가도

반대로 상대방에게 아슬아슬하게 졌다하면 그만 고개을 숙이고

칙칙한 색의 공을 아무데나 던져 올려 맥없이 저글링을 한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어떤 날엔......

내 맘대로 공이 꺼내지지 않을 때가 있다.

내 몸 안의 호르몬 때문인지.....

DNA때문인지......

나도 내 자신을 납득시키지 못한 공이 불쑥 내 손에 들려 있는 날도 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내가 모르는......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뭐 이런 노래 가사들이 그래서 생겨났을 것이다.

 

<윗글을 쓴 다음날 아침에 .....>

 

어제 밤 늦게 정말로 비몽사몽간에... 횡설수설 쓴 걸 아침에 보고는 이거뭐야?

남들이 보면 정말 내가 저글링 하는 줄 알겠네.....이런 생각이 들어서

삭제할까? 하는데 아래댓글이 달렸다. 그래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늘어놓게 되었다.

저글링한다고 하지 말고 여러개의 애드벌룬을 띄웠다고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오해도 없었을테구....

 

누군가 어젯밤에 쓴 연애편지를

아침에 읽어보고는 유치해서 찢어버렸다는

그런 일을... 내가 겪은 느낌이다.

 

더 무슨 이야기인가를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출근을 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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