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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이중성의 살인미학 카라바조 VS 카라바조

가끔 어떤 사람의 일생을 듣거나 보고는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기에 저렇게 치열하게 살았을까?

이런 느낌을 갖게 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더러 있다.

 

<카라바조>를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를 가기 전 읽은 책들 속에 간간히 카라바조를 언급한 대목도 있었고

유럽 미술관을 다니다가 카라바조의 그림을 이따금 보기도 했다.

그의 본명은 거장 미켈란젤로와 이름이 같았다. 나중에 아버지의 고향이름인,카라바조로 이름을 바꾸게된다.

그래서였을지 모르지만 미켈란젤로와 은근히 경쟁하는 듯한 그림도 흥미롭다.

동시대에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화가들 중에 한 사람이겠거니....이렇게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이번 여행 중에 산루이 데이지 프란시스 교회에서 카라바조의 명화들을 볼 기회 있었다.

 

여행이 끝나 돌아가면 카라바조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봐야지....이 책들을 보게된 계기다.

그가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을 가고 수없이 감옥을 들락날락거리면서 폭력을 일삼았다는 이야기에

도데체 어떤 사람이길래 .....하는 호기심도 작용 했음은 물론이다.

 

내가 처음 찾아 보게된 책<이중성의 살인미학, 카라바조>의 저자도

다른 일로 로마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카라바조의 그림을 보고 빠져들게 되고

카라바조 그림이 있는 곳을 찾아 5년 동안 세계 이곳저곳을 누비고나서 쓴 책이다.

그림 한번보고 5년간 카라바조를 연구한 것을 보면 카라바조 그림에 매료되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만큼 카라바조의 그림은 그의 삶만큼이나 강렬한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5년간의 노력 속에 태어난 책이라서 깊이가 있었고, 화가가 아님에도 그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당시의 시대상황까지 아주 세세하게 알 수 있었다.

 

 

 

 

내가 다시 로마를 가게된다면

그 첫번째 이유가 카라바조의 그림을 모조리 제대로 보기 위함일 것이다.

 

39년동안 길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카라바조는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밑그림을 그리지 않는 등 사전 작업없이 조수도 없이

빨리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요절했음에도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 미술교과서는 물론 다른 화가들에 비해 카라바조의 소개가 미미한 것은 왜일까?

카라바조의 추종자라고 할  수 있는 렘브란트 보다도 덜 알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나름대로 추측하건데 7번 이상 감옥을 들락거린 살인자인,카라바조의 삶이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일 만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막연하게 이렇게 생각을 해보았다.

 

당시에는 거장 미켈란젤로 조차도

후원자들이나 작품 구매자들의 요구를 화가들이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

카라바조는 종종 그들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은 그림을 그려서 거부하는 사태까지 종종 일어났다.

예를 들면 성스럽게 그려야 할 성모를 거리의 여인을 모델로 속의 세계로 묘사한 것들 말이다.

그는 성모나 예수등, 성스럽고 하늘에서 어떤 신의 계시를 보여주듯, 빛이 쏟아져 내려오는

장엄하고도 위대한 이미지를 묘사해 주기를 구매자들은 바랬고,

그런 그림이 성당에 걸려서 많은 사람들이 종교에 귀의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모델로 등장한 이들이 그와 교류했던 거리의 부랑자, 노숙자, 들이었다.

그가 길지않은 삶을 살아서 그런지 종종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비슷할 때가 많은데 아마도 모델이 같은 모델인 경우가 많아서 그랬을 것이다.

그림 속의 종종 자신의 얼굴을 넣어서 자신의 당시 속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 점도 흥미롭다.

 

거친 심성의 카라바조가 주문자의 구미에 맞는 그림을 그려야 했던 심정은 어떠했을까.

카라바조의 종교화속에 거침없이 표현된 폭력 미학 또한

그 시대 가톨릭교회의 반종개혁적인 시대정신을 담고 있지만,

무엇보다 카라바조는 그 폭력적인 장면 요소요소에

그 시대 권력을 휘두르던 종교인과 귀족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그려놓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시대를 앞섰던 자신의 창의적 예술품에 도리질했던 주문자들에게 칼을 휘두르듯,

강한 붓질로 그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싶었는지 모른다.

 

카라바조가 수없이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이

경찰서 기록에 고스란힌 남아 있어 그의 과거를 알 수 있던 것이다.

그가 폭력과 살인으로 이곳 저곳으로 도망을 다녔음에도

사람들이 환대했던 까닭은 그의 천재적인 화가로서의 재능때문이었다.

그런 재능때문에 그의 죄를 희석시키려는 후원자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워낙 광기어린 성격 탓에 많은 죄를 저지르다보니 그것도 한계에 이르게 된다.

아마도 어린 나이에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을 병으로 잃게되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겉으로 표출되어 나타난 것은 아닐까?

 

또 다른 책 <카라바조>는 외국인이 쓴 책이다.

얇고 먼저 읽은 책의 다이제스트한 것 같은 내용이었지만 그림이 크고 선명해서

그림에 대한 설명만을 좀 더 자세히 넣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두 권을 동시에 보는 내 입장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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