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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박노해의 <다른 길>

 

작년에 읽은 책 중에서 다시 읽고 싶은 책을 고르라면

박노해의 유랑 노트 <다른 길 > 을 다시 보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감동한 나머지, 이런 사진을 찍고 글을 쓸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며

조금 오버하다가 집사람과 약간의 언쟁을 했었다.

어떤 언쟁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박노해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의 차이였을 것이다.

그래서 가려던 박노해 사진전을 안간 기억이 난다.

 

다른 여행에세이 책과 차원이 다른 책....

나는 다른 길이라는 말의 <다른>을 그렇게 해석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책들이 걷기 편한 워킹화를 신고 다니면서 기록한 책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맨발로 상처투성이가 된 채, 사진 속의 인물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쓴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진 속의 인물들이 갖고 있는 고단한 삶의 상처와 응어리와 한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진은 여느 여행 에세이와 달리, 멋진 풍광,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라,

벼랑 끝에 선 사람들, 우리가 보듬어야하는 사람들이다.

 

박노해가 누군던가

27세 때 <노동의 새벽> 출간 금서조치에도 100만부까지 발간 하였고,

1989년 분단 이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사회주의 천명 사노맹 결성하였다.

7년의 수배생활 끝에 1991년 체포, 고문. 사형선고.....199876개월 수감석방이 된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국가보상금을 거부하고, 스스로 사회적 침묵을 한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경계 밖으로 추방시켜서 기나긴 유랑길에 선다.

세상이 변화되었고 자신이 추구하던 이상이 모든 사람들에게 생각만큼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것에 대해

또 다른 길을 걸으며,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래된 만년필과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 하나를 들고

지상에서 가장 멀고 높고 깊은 지도에 나오지 않는 마을과 사람들 삶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사진은? 사람들의 모습을 그냥 찍은 것이 아니다.

그들의 아름다운 삶과 노동의 모습을 묵묵히 담았다. 경외의 심정으로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심정을 내 심정으로 느끼고 찍은 사진이라 감동과 떨림이 다른 여행 사진과는 많이 다르다.

 

그는 2003년 이라크 전쟁터에 뛰어들면서 가난과 분쟁 현장에서 평화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아체의 구석에 자리한 누룰 후다 고아원은

고아로 자란 가이아 여사와 우편 배달부인 남편이

버려진 아이들을 우편 가방에 하나 둘 담아오면서 세워졌다.

 

2005, 70명의 아이 중 24명이 쓰나미 고아였고

아체 독립운동과 가난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었다.

너무 많은 고아를 자신의 가슴에 품고 젖 물려온

가이아 여사는 가슴에 생긴 암으로 앓다가

내가 떠난 지 사흘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다른길/느린걸음 출판/박노해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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