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일지

세상물정의 사회학

  이 책은 군사독재정권 시절이라면 출간이 어려웠을 수도 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재의 세상을 부정적인 쪽으로 보고,  다분히 현체제를 이끌어가는 위정자들에겐 비판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호와 메르스 사건을 겪으면서, 이제사 돌이켜 생각 해보면 

이 책이 제대로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부르짖는

올바른 외침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책은 세월호와 메르스 사건 이전에 나온 책이기 때문이다.

 

우린 세상물정을 알아야 한다고 어른들게 배웠고, 뭘 잘 모르면 '이런~세상물정도 모르는 녀석'이라고 핀잔을 받곤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세상이 돌아가는,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무엇이고 누가 그렇게 만드는가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사회학 책이다.

 

 힘을 가진 사람들은 대중들이 모르게 교묘하게 대중들을 그들의 필요에 의해서 몰아간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일반 대중들은 그 꾀임에 빠져서 이리저리 쏠려 다닌다.

저자의 안타까움과 한숨 소리가 책의 곳곳에서 들리는 듯하다.

광장에서 소리소리 지르며 그리 가면 안 된다고 잘못된 길을 가는 사람들을 계몽 시키려는 사회학자의 외침이 담긴 책이다.

 

진보가 실패한 것이 일반 국민을 어리석은 것으로 보아, 국민을 가르치려드는데 있었다고 보면,

일단 이 책도 그러하다. 우리에게 가르치려드는 책이다.

기분 나쁠 수도 있다. 너 지금 이것도 모르고 있었어? 이런 기분이 들게 하기도 한다.

 

 저자도 우익은 거짓을 말하고 있지만 인간에게 말하고,

좌파는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사물에게 말하고 있다고 말하며 인정을 하고 있다.

엄숙하고 훈계하는 말투의 진보 보다 때가 잔뜩 묻은 보수가 상냥한 말투로 속삭이면

 우린 그 말에 혹해서 속아넘어 가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만다.

그리고 자기가 속아 넘어간 것을 시인하지 않으려고 오히려 보수를 두둔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이 이렇게 우리를 가르치려고 드는 책이지만,

나는 기분 나쁘지는 않다. 배운 것이 많았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기 때문이다.

 

부자들도 교묘해 졌다.

이제 부자들은 자신의 몸은 숨긴 채, 중산층에게 패션의 전도사인 연예인이라는 셀레브리티를 전면에 내세워 세상을 장악한다.

아이돌 가수에 열광하고 집단 실신하는 소녀 팬들의 뒤에는 괴벨스의 충실한 후계자인 보이지 않는 기획자가 있다.

 

텔레비전이라는 현대의 예절학교에선 다양한 경력의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친다.

주름살과 뱃살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으니 수치심을 느끼라는 상업광고,

 선생님부터 외국인을 만나면 먼저 인사하라는 공익광고 선생님,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매너를 가르치는 언론인 선생님,

틈만나면 정체불명의 선진국 타령을 하며 학생들을 타박하는 정치인 선생님까지

다양한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살뜰히 보살핀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성형공화국이 된 것도  불과 얼마되지 않는다.

우리를 끊임없이 세뇌시킨 메스컴에서 당당하게 성형사실을 말하는, 이제 고백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어졌다.

연예인들을 앞세운 자본가들의 논리에 우린 꼭두각시가 되어가고 있다.

 

부동산 벼락부자는 자신의 초라한 과거를 감추고 성공을 과시하기 위한 표식으로 골프를 취미로 고른다.

졸부가 아님을 드러낼 수 있는 표식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PB은행은 인문학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고,

취향의 차별화에 대한 갈망이 강해지면 대학의 인문학은 외면받아도 CEO를 위한 인문학 강의는 유행하는 역설도 벌어진다.

 

1997년과 1998년 사이에 19.69명이었던 자살률이 26.69명으로 늘었다. 경제위기 시절이다.

그 이후 요지부동인 자살률은 병든 사회가 진단과 처방을 간절히 바라며 사회에 보내는 알람이다.

하지만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사회는 그 알람을 듣지 못한 채 성장을 향해 앞으로 돌격 만을 소리친다.

 

세월호 사건이나 메르스 사태를 통해서 더욱 공고해 진 것은 국가가 더 이상 나를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직 부만이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하지만 그러한 이기적 상식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님은 자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도 문제가 많다.

성장과 성숙이 일치하지 않은 사회에서 교육은 위인을 길러 내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는 괴물의 생산 공장으로 전락한다. 이른바 화이트 칼라 범죄는 배운 괴물들이 벌이는 악행이다.

묵묵히 시장에서 김밥을 말아 평생 모든 돈을 대학에 기부하는 할머니는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하지만 무학이 평생의 한이었던 김밥 할머니의 돈을 기부받은 대학에선 논문 표절도, 가짜 학위 사건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금이라도 더 이상의 슬픈 일이 벌어지지 않고 인간답게 살기위해서는 반성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위정자들에게 있어서.....

 

 

 

<세상물정의 사회학/노명우/사계절>

'독서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0) 2015.11.26
소년이 온다.  (0) 2015.10.24
28  (0) 2015.06.08
남자의 물건  (0) 2015.03.17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0) 201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