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갈매기는 날아와
혼자 밖에서 식사하던 남자가 쿠션을 휘둘러 갈매기를 쫓고 있었다.
메세지가 날아왔다.
열어보니 연말정산 서류 작성해서 며칠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처리 해야 만하는 연락이 올 땐 꿈꾸다 깬 듯한 느낌이 든다.
완전한 자유란 있을 수 없고 끈하나 쯤은 항상 현실과 연결 되어있게 마련이다.
오늘은 어디를 갈까?
로마에서 가 볼 곳은 다 가본 것 같은데?
하지만 지도나 책을 들여다 보면 안 간 곳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그러다가 어? 이 교회..
카라바조 그림으로 유명한 산루이지 데이 프란시스 교회를 안 가서 거길 갔다.
카라바조의 명화 3점이 나란히 있는 곳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불이 꺼지고 돈을 넣으면 다시 불이 켜지게 되어 있었다.
여행 전에 해설을 들었던 그림이라 다른 그림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카라바조는 살인을 저질러 나폴리로 도망쳤던 이력이 있는 화가이다.
카라바조의 책도 판매를 하고 있었지만 이태리 말이라 돌아가면 우리말로 된 책을 봐야겠다.
교회를 나와서 버스를 타고 테르미니역으로 갔다.
상가 지하에서 화장실을 가려고 돈을 내고 들어갔는데
네 곳 뿐인 화장실에 한 곳은 문이 부서져서 안이 들여다보였고,
한 곳엔 걸쇠가 없었으며, 한 곳에는 사람이 들어있었고
한 곳엔 청소도구가 있었다. 하는 수없이 문이 부서진 곳으로 들어갔다.
돈까지 받으면서 시설이 이게 뭐람~~
나와서 시장을 갔다.
큰 시장에는 온갖 농 수산 축산물을 팔고 있었다.
여자 둘이 밤에 갔을 때 혼을 쏙 빼 놓았던 장소였단다.
밤도 아니고 남자가 함께 가서 그런지 내가 상상했던 그런 호객 행위는 없었다.
과일등 몇가지 먹을거리를 샀다.
걷다가 마조레 성당을 들어갔는데
성 피에트로 대성당들어갈 때처럼 몸과 짐 검색을 하고 있었다.
뭔가 다른 성당인가? 로마에만 성당과 교회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가 들어간 성당 사진만 모아도 엄청날 것 같다.
날이 쌀쌀 해져서 카페에 들어가 뜨거운 커피와 코코아를 과자와 함께 먹었다.
아침부터 먹은 것이 빵 종류들 뿐이라 속에서 뭔가 개운한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누룽지 가져 온 것이 생각났다.
어차피 오늘 내일 먹지 못하면
다시 싸 가지고 서울로 가야하니 먹고 가자고 다 끓였다.
내가 많이 먹었고 야채까지 먹었다. 난 저녁을 먹은 셈이 되었다.
저녁을 먹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리 저리 다니다가 다시 스페인 광장까지 오게 되었다
- 파스타 먹고 싶다.
- 난 누룽지를 많이 먹어서 배불러..... 혼자 먹어.
- 싫어.
-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는건 고문이야.
- 먹고 싶은데 못 먹는것도 고문이야.
- 그러니까 혼자 먹어.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그레고리펙과 오드리헵번이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던 스페인 광장에서 우린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둘 다 뚱~해서 말없이 50 여 미터쯤 걷다가 발길 닫는대로 길을 꺽어 들어 갔다.
그런데 그곳에 파스타 가게가 있어서 '파스타 사 가지고 가서 서울에 가서 먹어야지.'
이러면서 들어갔는데 그 곳은 파스타를 팔기도 하지만 직접 먹을 수 있게 접시에 담아 팔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곳은 한 눈에 봐도 오래된 맛집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오래된 파스타 기계를 전시하고 있었고 그리 넓지않은 홀에는
가장자리를 빙~ 둘러서 벽에 폭이 20cm정도 밖에 안되는 송판 만을 붙여놓은 곳에서
사람들이 먹고 있는데 파스타 외엔 오로지 1.5리터 패트병에 물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많았고 파스타도 다 팔리고 얼마남지 않았다.
한 접시를 먹었는데 내가 언제 배부르다고 했나 싶게 맛이 있었다.
뚱~했던 마음이 둘 다 풀어졌다.
하늘엔 가는 초승달이 옅은 구름 뒤로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태리에서..... 마지막 밤이다.
카라바조 그림이 있는 산루이지 데이 프란시스 교회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 - 356년 교황 리메리우스의 꿈에 나타난 성모로부터 '눈이 내리는 곳에 교회를 건설하라'는 계시가 있었고,
며칠 뒤 이곳에 눈이 내렸다고 한다. 이 전설을 바탕으로 5세기에 건설된 로마 4대 성당 중 하나.
성당 뒷편
스페인광장과 파스타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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