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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썬그라스 선생님

짙은 썬그라스를 낀 미혼의 젊은 여선생님이 빨간 차에서 내린다.

얼굴은 무척 하얀데 검은 썬그라스로 인해 얼굴이 더욱 희게 느껴지고

루즈 만을 발랐을 뿐인데도 아주 진한 화장을 한 느낌을 준다.

도도하고 까탈스러워 보이는 모습이 쉽게 말을 붙이기 어렵게 생각된다.

우리 동학년이 본 그 선생님에 대한 공통된 첫 인상이었다.

 

같은 학년 선생님들 대부분이 다른 학교에서 전근을 와서 다들 모든 게 낯설고,

마음은 스산했던, 새로운 학교에의 적응기인 3월. 썬그라스의 여선생님도 새로 전근을 왔고 동학년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나이 드신 여선생님이 물었다.

아니 넌  왜 짙은 썬그라스를 끼고 출퇴근을 하니?

 

아하~ 썬그라스요?

 

제가 운전을 하며 아침 출근할 때면  해가 정면으로 비치는 정동쪽을 보고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할 땐 정서쪽을 보고 퇴근을 하는데, 썬그라스를 끼지 않으면 도저히 운전을 할 수가 없거든요.

 

ㅎㅎ 그것도 모르고 우리에게 비친 너의 첫 인상은

아주 도도... 까칠....새침....이었거든,

그런데 지금 보니 수수....털털....터프....더구만~~ㅎㅎ

 

그 여선생님이 유난을 떤 게 아니었던 것이다.

지나고 보니, 우리가 보았던 첫 인상과는 전혀 달랐다.

썬그라스는 그 선생님만이 쓴게 아니라

그 선생님을 보는 우리 모두가  짙은 편견의 색안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람처럼 살아보지 않고는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 할 수 없다는 말이 수긍이 되었다.

그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라는 인디언 속담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이렇게 그 선생님처럼 해를 정면으로 보고 출퇴근을 하면서.....

비로소 그 선생님이 완전하게 100% 이해 되었다.

10 여년도 더 지난 이제서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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