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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여린 사람, 여린 아이들

그 엄마가 찾아온 것도

이렇게 가을이 깊어가는 시기였다.

 

멀리 경기도로 이사를 가게 되어서

아이를 전학 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아이와 그 언니까지 내가 담임을 맡았었다.

 

그런데

아이 엄마가 이사를 가게 된 연유를 말하는데

듣고나서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한 아파트에서 살다보니,

흉허물없이 지내는 동네 사람들이 늘어가게 되었고

집으로 차를 마시러 오는 사람도 생기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실 오는 동네 사람이 점차 늘고 횟수도 잦아져서

집이 마치 동네 커피숍이나 사랑방처럼 되어버렸단다.

 

사람들은 남편 출근과 아이들 등교를 시키는 일이 끝나면

으례 이 집으로 몰려와서 오전 내내 수다를 떨다 가곤했단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매일이었단다. 매일......매일

 

마음이 약하니

돌아가면서 하자는 소리도 못하고

이젠 자기 집에서 그만하겠다는 소리도 못하고

결국 계획에도 없던 이사를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부모를 닮아서 두 아이도 착한 것은 물론이요.

다른 친구들에게 싫은 소리 한 마디 할 줄 몰랐다.

 

이런 여린 아이들을 보면 

세상은 점점 각박해져가고, 날선 사람들은 늘어만가는데

이 거친 세상을 어떻게 헤치며 살아갈까?

걱정이 된다.

 

반면에 다른 친구 배려할 줄 모르고, 이기적인 아이들을 보면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지만 정말 얄미울 때가 있다.

 

이사 간 뒤의 소식은 알 수 없지만,

그 곳에선 사랑방 열지 말고 깍쟁이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갈수록 목소리 크고, 염치없는 사람이 판치는 세상.

그리하여 여린 사람들은 자꾸 위축되는 세상.

요즘에는 세상이 은연 중에 거칠게 살아야 한다고 몰아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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