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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석가탄신일에.....

 그날도 오늘처럼 석가탄신일이었고, 그 전날이 일요일이었다.

토요일이 휴업일이 아닌 때여서 모처럼의 연휴였다.

 

학교에서 컵스카웃을 아이들 100여명과 캠핑장에서 1박2일 야영을 했다.

강남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도봉산 야영장까지 세 명의 선생님이 나누어 인솔을 했다.

조금 무리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대중교통 잘 모르는 여기 아이들 교육차원에서

선생님들과 시도해보자고 의기투합......결정한것. 다행히 무사히 도착하였다.

 

밤에 캠프화이어도 사고 없이 끝나서 정리를 하고 아이들 잠든 것을 확인하고 

선생님들과 다음날 일정을 준비하다가 새벽을 맞았다.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서 보니, 이크~~!! 훤하게 동이 터오고 있었다.

아이들 인원 점검을 해보니 다들 곤히 자고 있는데, 아뿔사~!!! 남자 아이 두 명이 잠자리를 빠져나간 것이었다.

산 속 캠핑장이라 출입문은 나가기도 힘들고 외부인 들어오기도 힘든 구조였다.

나무 숲이 우거져 어두컴컴한 비탈진 산 쪽만이 유일하게 간다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아침을 먹이고 다른 아이들 다 짐을 싸서 학교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도 두 명은 나타나지 않았다.

별 수 없이 아이들을 두 선생님이 인솔하기로 하고 나 혼자 남아서 찾아보기로 하였다.

 

그때 캠핑장으로 전화가 왔다.

병원이라는 것이었다.

병원~~?? !!!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두 명의 아이가 일어나 병하나를 들고 능선을 넘어 계곡까지 가서

고기를 잡는다고 맨발로 물 속에 들어갔다가 한 아이가  깨진 사기 조각에 발을 깊게 베였다.

아이들 우는 소리를 듣고 등산객이 발견을 해서 병원으로 엎고 갔던 것이다. 

 

선생님 한 분이 병원으로 가고

나머지 둘이서 아이들을 인솔하고 가기로 하고 캠핑장을 나섰다.

 

캠핑장을 나서서 큰길로 나온 순간. 세상에....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밀려오다니......

혼자서도 그 인파를 뚫고 가기도 힘든데 100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더구나 전철을 갈아타고 학교까지 갈 생각을 하니 아뜩하였다. 게다가 병원에 있는 아이 걱정까지,

머리 속이 꼬인 회로처럼 엉겨붙은 것 같았다.

 

주말이면 등산객들로 붐비는 도봉산이었던데다가, 석가탄신이라 절에 오는 사람들까지

밀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혼자서도 가기 힘든 길을 100여명을 흩어지지않게 데리고 갈 엄두가 나지를 않았다.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방법을 궁리하다가

6학년 조장 아이들에게 4,5학년 아이들을 인솔하여 전철을 갈아타고 아이들끼리 가도록 하는 방법을 택했다.

갈아타는 곳이 어디이며, 정거장의 수는 몇 정거장이고 4,5학년 동생들 손 잘 잡고다니고

화장실도 함께 가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학교 앞 내리는 곳 3번 출구에 선생님이 먼저 가서 있을테니

그곳에서 선생님 확인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일렀다.

 

아이들도 바짝 긴장을 해서 그랬는지,

한사람의 낙오자 없이 수많은 인파를 뚫고 무사히 3번출구 앞에 도착하였다.

 

한가지 문제는 해결이 되었는데 이제 병원에 간 아이 문제를 해결해야했다.

부형과 전화 연결이 되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아빠인 저하고 자주 계곡으로 고기 잡으러 가곤 했기 때문에 그랬을 겁니다."고 말하며

먼저 선생님들에게 걱정을 끼친 것에 사과를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어떻게 관리를 했길래 캠핑장을 빠져 나간 것도 모르고 있었느냐는 핀잔이 날아올 줄 알았는데 말이다.

다행스럽게 중요 부위는 손상이 가지 않아서 다음날 붕대를 감은 채 등교를 하다가 날보더니 씨익~ 멋적게 웃는 것이었다.

오늘도 그 날처럼 산에는 인파가 장난이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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