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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남자를 위하여

 예전에 일본 여성들은 이상적인 남자의 조건으로 3고를 꼽았다.

고신장, 고학력,고수입. 이 세 가지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3C로 바뀌었단다.

그 3C라는 것은... 편안한,소통이 잘 되는,협력적인... 남자라고 한다.

 

작가 김형경은 어린 남자 조카 아이들을 포함해서 세상의 남자들이

좀 더 소통이 잘 되고, 편안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담겨 있는 책이다.

 

 

남자도 아닌 여자가 남자의 내면을, 그것도 허접하고 찌질한(?) 내면에 대해 파헤치고 있는데,

어쩌면 작가가 남자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아서 결혼을 안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일 남자가 쓰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글을 쓰는, 남자의 주관적인 면이 더 개입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정작 남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이다.

남자가 읽으면 불편하고 분노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런 불편과 분노를 넘어

자기 스스로를 바로 알기 위해 한 번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남자들에게...

꽤 괜찮은 책이라 여겼지만, 1쇄에서 머물고 있는 것을보면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가보다.

어쩌면 책을 일별한 사람들을 미리 불편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중간 중간....

아하? 내가 이래서 이런 행동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도 있었지만,

어라? 이건 나하고는 다른데.....하는 대목도 있다. 

물론 이 책의 내용 하나하나가 객관적으로 모든 남자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남자 이야기로서는 손색이 없다.

 

 

읽으면서 주변의 남자들 행동들을 떠 올려보면서, 내 나름대로 해석을 해 보게 된다.

읽는 독자도 이런데, 작가 김형경은 만나는 사람들을 이렇게 분석하고 해석했다고 생각하면

피곤하기도 했을테고, 김형경을 만나는 남자들도 불편해한 사람도 있었을 것 같았다.

 

작가가  에너지의 5% 정도는 남자를 퇴치하는데 사용했다는 대목에서는 웃음도 나왔지만,

한편 불쌍하기도 했다. 작가의 다른 책에서 본 내용에는 집도 처분하고 해외여행을 다닌 이야기가 씌어 있다.

어쩌면 해외여행이 남자들을 퇴치하다가 지쳐서 떠난 일종의 도피는 아니었을까?

해외에서도 혼자 여행하는 동양 여자에게 당연히 접근하는 남자들도 있었으니.....

남자들이 얼마나 찌질하게 파리, 모기처럼 접근했으면 퇴치했다는 표현을 사용했을까? ㅎㅎ

 

김형경의 20대에는 자살을 주머니 속 동전처럼 만지작 거리며 살았다는데, 그가 자살을 하지 않은 것은

자살하는 사람의 세 가지 요건 중, 자신은 어린 시절 부모에게 맞은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에 당한 폭력은 그 사람의 일생을 망치는 일이며 다른 사람의 일생도 망칠 수 있는 일이다.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정신분석을 받은 일을 꼽았길래

나도 내 무의식 속에는 어떤 것들이 숨어 있을까?  궁금해서 정신분석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보다가

어두운 기억의 저 속에서 떠 오르지 못하게 내 스스로 억누르고 있는 것들을 대면하기가 두렵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일 것이다.

 

<남자를 위하여/김형경/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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