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상담 기간이라 바쁜 요즈음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부모의 자식 사랑과 관심은 양과 질에서
다른 사람의 사랑과 관심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부모가 나에게 그러했듯....내가 내 아들과 딸에게 그러하듯....말이다.
3학년 담임을 맡았던 어느 해.
우리 반에는 다른 아이와는 여러모로 부족한 남자 아이가 한 명 있었다.
그 아이가 우리 반이 되었을 때 지난해 선생님으로부터
그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일 년을 어떻게 보내야하나 걱정이 많았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글자를 알지 못했다.
체격은 우리 반에서 가장 큰 아이였다.
가끔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아이들을 밀치거나 꼬집곤 했다.
더욱 심한 경우에는 책상을 뒤엎거나 큰소리를 질렀다.
그럴 땐 도망가는 아이들로 교실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곤 하였다.
식탐은 많아서
더 먹으려고 해서 제어를 하면 식판을 엎거나 거친 행동을 하였다.
그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그런 점 때문에 급식을 먹는 시간이면 학교에 오셔서
급식 지도도 해주시고 아이의 행동을 제어해 주셨다.
현장 학습 날이면 함께 가 주셔서 보조 선생님에 가까운 일을 해 주셨다.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손은 항상 그 아이 차지였다.
가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만을 내 손을 꼬집는 것으로 표현하곤 했다.
< 꽃피는 시기가 제각각 다르듯 사람마다 성장 시기도 각기 다른 것 같다. 나는 아직 덜 자란 것 같다. >
그러던 어느 날.
아이 엄마가 아주 감격한 표정으로 오셨다.
무슨 좋은 일이 있으시냐고 여쭈었더니.
“우리 아이가 오늘 아침 신발을 왼발 오른발을 구분해서 신었어요.~선생님~”
다른 아이 같으면 전혀 신 날 일이 아니었지만 그 아이의 엄마는
아주 조금 나아진 아이의 변화에 너무나도 대견스럽게 생각한 것이었다.
아~~ 이게 바로 엄마라는 것이구나.
우리 아이의 아주 조그만 변화에 저렇게 기뻐하시는구나.
엄마가 바라보는 자식은 담임인 내가 보는 시각과는 정말 많이 다른 것이었다.
그때 깨달은 것 하나는
다른 사람(아이)과 경쟁을 하고 비교를 하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지만
어제의 나(우리 아이)와 오늘의 나(우리 아이)를 비교하면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고
오로지 나의 노력에 따라 더 나아지는 내적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
한 달 두 달 시간이 가면서 다른 아이들도
점차 그 아이를 이해를 하게 되었고 서로 도와주려고 노력하였다
어떤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알게 되고나서는
다른 아이들에게 오히려 교육적인 도움이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의 모든 서로 '다름’에 대해서......
그 아이와의 일 년을 지나고 나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되었다.
힘들게 일 년을 지냈다는 생각도 들었고, 달려와서 내 손을 잡는 것으로
의사 표현을 하던 아이와 정도 들어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을 보는데 있어서 조금 더 여유가 생겼고,
채근하거나 닦달하는 것도 조금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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