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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선생님도 시험에 떨어져요?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

 

#1. 몇 해 전  학년 수련활동을 갔을 때 있었던 일이다.

 그날 활동이 끝나, 아이들 취침 확인을 마치고 돌아와

새벽 1시경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자리가 바뀐 탓인지 잠이 쉽게 들지 않아서 뒤척거리는데

먼저 잠이 든 후배의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잠을 자지 않고 있던 또 다른 후배와 불을 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갑자기

잠이 든 후배의 방 안이 떠나갈 듯한 큰 잠꼬대 소리가 들렸다.

 

"저기 세 번째 줄 노란 옷 입은 녀석.... 너...너!!! 이리 나와~~!!!"

 

그런데 그 소리가 얼마나 크고 또렷한지 그 후배가 잠이 깬 상태에서 말하는 것으로 착각 할 정도였다.

그렇게 고함을 치고 나더니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코를 골며 잠을 자는 것이었다.

깨어 있던 우리 둘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아침에 일어나 그 이야기를 하니 잠꼬대를 한 본인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생님이기에 할 수 있는 잠꼬대.

 

 

 

 

#2.처음 내가 교직에 발을 디뎠을 그 시절.

대학을 졸업하고 선생님이 된 것에 아버지는 내심 대견해 하셨다.

제대로 살아나가려나 했는데 제 밥벌이를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는 여전히 학교를 다녔지만, 배우러 다니던 것에서 가르치려고 다니게 된 것이다.

 

나는 학생 때나 교사가 되어서나 마찬가지로 동네 어른들을 대했고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닌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

동네 어른들은 내가 인사를 하면서 구부린 허리의 각도가 조금 작다 싶으면 

'선생이 되더니 달라졌네....' 하는 소리도 듣고

잠깐 딴 생각하다가 인사 제대로 못하고 지나치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나중에 들려오는 소리는

"선생이 되더니~~"라는 말이 앞에 붙곤 했다.

 

한번은 아버지와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마루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누이들이

"너는 선생이 되더니, 아버지에게까지 꼭 학생 가르치는 말투로 이야기를 하니?"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3.내가 처음 운전면허 시험을 보러 갔을 때,

 다들 학과 시험은 책 안 보고 가도 붙는다고 하길래 정말 그런 줄 알고

책 한번 들춰보지 않고 학과 시험을 보았다가 그만 떨어지고 말았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같은 교사인 동생도 함께 떨어졌다.

그때 실기 운전 가르치던 사람이 하는말

"아니? 선생님들도 시험에 떨어져요?"하면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던 기억이난다.

 

이렇게...해질무렵이 라는 자연인에..... 어떤 직업, 어떤 직책, 어떤 지위, 누구의 남편,누구의 아빠등등이 

나에게 덧 씌워진, 다른사람에게 보여지는 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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