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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선생님~~저 기억하세요?

 선생님~ 저 기억하세요?

하고 A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20대 총각시절 초임지에서 가르쳤던 아이였다.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 대부분의 사진을 가지고 있던 터인데다가

공부도 잘하고 똑똑해서 아주 오래 전이긴 했지만 기억이 났다.

 

반갑다. 이렇게 연락을 다 하다니...

제가  공원 입구에 와 있는데 시간 괜찮으시면 뵈었으면 해서요.

혹지 저를 못 알아보실까봐 알려드릴께요.

제 차는 빨간색이구요. 저는 까만 옷을 입고 있어요.

제가 선생님을 못 알아 볼 것 같기도 해서요.

 

A가 타고 온 차는

외형도 멋지고 차의 실내에 장식 된 기기들도 최첨단이었다.

운전 중에도 쉬임없이 신문 기사 이야기에 관한 전화를 주고 받았다.

신문 기자였다.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당시 같은 반 친구였던  B의 소식을 묻는다.

선생님께서 특히 B를 이뻐하셨잖아요.

......?

 

두 아이

A와B는 친하게 지내기도 하지만

둘 다 공부도 열심히하고 야무진 편이었으며

그 나이 또래의 시시콜콜한 것으로 서로 시샘도 했었던 것 같다.

 

얼마 전 B가 미국에서 갓 낳은 딸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왔더구나.

그래요?  B네 집 잘 살았지요?

......?

 

그런데

B의 집은 부유한 집안이 아니었고 나이가 많은 엄마가 만화 가게를 하면서 홀로 B를 키우고 있었다.

 

자세한 집안 사정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하나있는 딸 아이를 끔찍하게 여겨 옷차림을 아주 공주처럼 해서 입혀 보내서

당시 4학년 같은 반 아이들은 B를 잘 사는 집 아이로 여겼던 것 같다.

가끔 퇴근 길에 만화 가게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아이 담임인 나를 만나면 쪼르르 달려오셔서

빨대가 꽂혀있는 요구르트를 한 두 번인가 쥐어 주었던 기억만이 남는다.

 

네가 이렇게 오래 전에 일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구나.

경쟁상대인 B의집이 잘 살아서 선생님이 자기보다 더 이쁘게 보셨을거라는 생각을 한 것일까?

드러내려 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자신이 잘 나가고 있음을 오래 전 선생님께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구나.

마치.... '제가 지금 이 정도인데....B는 지금 어때요?' 이렇게 묻는 것 같았다.

 

의욕만 있었지 어설펐던 나의 초임 교사 시절.

어쩌면 아이들 마음에 상처주는 말이나 행동을 했었던 게 아니었을까?

내가 기억하고 있지 못하는 어떤 것들.....

 

경력이 쌓여 시행착오를 덜 할 시기임에도 아직도....

여전히 나는 아마추어티를 벗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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