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교에서는 음악 교과서에 나오는
대부분의 악기들을 학교에 구비해 놓고 음악 시간에 사용한다.
우리 어린 시절 들어보지도 못한 카바사나, 마라카스, 귀로등까지도.....
풍요로워진 요즘 학교 학습준비실을 보면 격세지감이란 말이 실감난다.
과학 시간에는 물질의 분리를 배우면서
직접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들어 먹는 수업도 있고
국어 시간에는 만화를 배우는 단원도 있다.
옛날에 만화를 보면 어른들에게 공부 안한다고
꾸지람을 듣곤 한 만화가 이제 어엿하게 교육과정에 등장한 것이다.
음악 시간 수업도 대부분 노래하거나 악기 연주 등
실기 위주로 진행하고 이론 수업도 적지만 외우라고 하지도 않는다.
2-4-4-5-8-4-4-4-4-4-4-3
내가 초딩 때 외운 것을 지금까지도 외우고 있는
꼭 암호같은 이 아라비아 숫자는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를 할 때 많이 부르곤 하던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 삼천리~~~~'
라는 오래 전 음악책에 나온 노래의 음표 이름들이다.
2는 2분 음표를, 4는 4분 음표를, 5는 점 4분 음표를 뜻한다.
나 어릴 적
초등학교 음악 시간에는
가사는 물론 계이름과 이렇게 음표까지도 깡그리 외웠다.
그래서 그 곡을 그대로 오선 위에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게 음악 공부였던 것이었다.
음악 시간이 이랬으니 다른 과목은 오죽했으랴....
사회 시간에는 강이나 산맥이름을 북쪽에서 부터 남으로 내려오면서 외웠고..
세계지도를 펴 놓고는 국가나 해당 지명을 빨리 찾는 놀이도 하였다.
국어 시간에는 외우기도 힘든 일본 장수들의 이름이 나오는
마타시의 함대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이순신 장군의 어린시절 이야기까지도 외우고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땅에 태어났다.' 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도 암기하여 괄호넣기로 시험 본 기억도 난다.
어려운 낱말의 의미도 모른채.......
선생님께서는 쉬는 시간에 복도에 4열종대로 줄 맞추어 앉아
걸레질 하면서 이런 저런 것들을 단체로 암기를 시키기도 했다.
가끔 이렇게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때
무식하게 외운 것들을 수 십년 지난 지금 써 먹기도 한다.
중학교 들어가서는 영문법도 외웠다. 모조리 암기, 암기.....암기였다.
Long ago there lived a clever farmer in Europe.
이것은 중학교 영어동화 암송대회던가? 아무튼 ...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그시절 외운 첫 문장이다.
주입식 교육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케하고, 창의성 교육이 대세인 요즘은
이런 암기식 교육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들 이야기 하기도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것은 외워야 할 필요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닥치고 암기'해야 할 것도 있다는 말이다.
"아빠~~ 백두산이 우리나라 북쪽 지도 불룩하게 나온 곳 두 군데 중에서 오른쪽이야? 왼쪽 이야?"
하고 수능이 끝나 교문을 나오면서 우리 아이가 나를 만나자 제일 먼저 묻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 때는 그런 것은 아주 기본적인 것으로 다 알고 있던 것이었는데 말이다
'학교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생님도 시험에 떨어져요? (0) | 2013.09.29 |
---|---|
시행착오 (0) | 2013.05.18 |
선생님~~저 기억하세요? (0) | 2012.09.28 |
원치 않아도 해야되는 일 (0) | 2012.09.01 |
노란 셔츠입은..... (0) | 2012.06.04 |